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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한 기도회인가, 특정인 위한 기도회인가?

[주장]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 소식을 접하고...

등록|2014.03.07 16:01 수정|2014.03.07 16:01
지난 6일,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가 3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대 행사로 치러졌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자 김삼환 목사(명성교회)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미화한 부분에 대한 논란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하나님의 일꾼인 고레스와 같은 지도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훌륭한 여성대통령이 뽑힌 것은 100% 한국교회의 영향"이라고 하며 현직 대통령을 한껏 추켜 올린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인들을 위해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고레스 왕에 대해 살펴보자.

고레스 왕은 바사(페르시아) 제국의 건설자로 강대국 바벨론을 무너뜨리고 B.C 538년,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있던 유대인들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칙령을 내린 왕이다. 이른바 '고레스 칙령'이다. 유대인에게는 이스라엘의 왕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고레스를 통해 역사하셨다고 칭송하는 왕이다. 고레스는 피정복인들에게 기꺼이 배우는 자세를 고수했으며, 관용을 베푼 인물로도 알려졌다.

국가조찬기도회 자체는 문제 없지만...

국가조찬기도회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종교인들이 국가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도회가 특정인을 칭송하거나 권력자를 위한 기도회가 된다면 문제가 된다. 더군다나 '훌륭한 여성대통령이 뽑힌 것은 100% 한국교회의 영향'이라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훌륭한 대통령이 될지 아닐지는 후대가 평가하겠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불법선거개입사건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었다는 근거가 명백함에도 여전히 사과조차도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현재의 국가권력은 전방위적으로 국기기관의 불법선거개입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들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불법적인 일에 한국교회가 동참했다는 이야기인가?

또한, 박정희 전직 대통령을 찬양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민주화만 강조하던 나라는 민주주의도 경제도 다 날아갔는데, 박 대통령은 두 날개를 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서 다시 박정희 대통령이 다스리던 시대가 올 것을 믿는다고 하기도 했다.

이승만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놓았고, 박정희 대통령은 다른 나라가 300년 동안 이룬 일을 해낸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새마을 운동에 대한 극찬은 물론이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도 있다는 점에 비춰보더라도, 명백한 잘못에 대해 침묵하면서 어느 한 쪽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그 잘못 때문에 피해를 본 이들의 삶과 역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나온 위와 같은 말을 통해서 나라를 위한 기도회라는 가면을 쓰고 특정인을 미화하고 현 정권에 대한 비판없이 무조건적인 지지를 하는 기도회로 변질하였음 알 수 있다.

교회의 자리로 돌아가자는 대목에서는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한국 교회여, 영적 잠에서 깨어나 앞으로 나아갑시다"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이 호소가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렇게 기도회라는 명목으로 모여, 특정인을 칭송하고, 권력자의 불의한 행위에 대해 침묵하면서 동조하는 기도회를 하는 자리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회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은 '국가조찬기도회' 같은 곳에 모여서 실세권력을 옹호하고 비호하며 그들의 복을 빌어주는 이들이 아닌가? 그들이야말로 영적 잠에서 깨어나야 할 이들이 아닌가? 이런 행동들이야말로 교회의 자리를 이탈하는 행위가 아닌가?

한국 교회여, 영적 잠에서 깨어 앞으로 나아갑시다

호소력 있는 문장이다. 그런데 이 호소력 있는 문장이 서 있는 곳이 특정인과 실세권력을 옹호하며 잠자고 있는 이들이 외친 것이니 또 얼마나 공허한가? 김삼환 목사의 설교대로 한국 교회는 영적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국가기관의 전방위적인 불법선거개입 사건이 있었음에도 그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지 못하는 한국교회는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창조세계를 난도질하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데도 침묵한 죄에 대해 회개해야 한다. 역사를 왜곡시키고 곡해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힘써야 한다.

사회적인 약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때 함께 하지 못하고 정치권력과 재벌자본의 논리에 편승한 죄를 회개해야 한다. 권력에 편승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한 죄에 대해서 회개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반역하여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가는 수모를 당했다고 성서는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에 대한 반역의 대가는 70여 년의 이국땅에서의 포로생활이었다. 그러던 중 고레스 왕의 칙령으로 그들은 다시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의 현실은 고향으로 돌아와 폐허가 된 도시와 무너진 성벽을 수축하는 시기가 아니라, 마치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해서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 같다. 한국 교회가 영적으로 깨어나지 않으면 안 될 그런 상황이다.

자칭 한국 교회의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이들과 대표격이라고 생각하는 단체들의 보수화는 한국 교회의 영적 각성을 가로막는 수면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정치권력의 들러리를 자처하려는가? 이젠 깨어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이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들풀교회 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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