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일요일 밤의 보도자료 "증거조작 의혹 송구... 진실규명 협조"
국정원 개입설 힘을 얻자 '면피용 사과'... '유우성씨 간첩 혐의'는 그대로
▲ 국정원이 9일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조작 건에 관련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냈다. 사진은 2013년 11월 4일 국정원 국정감사 당시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기사 보강 : 10일 0시 20분]
국가정보원(국정원)은 9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야기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간첩이라는 기존 의견은 그대로였다. 게다가 국정원은 이 성명서를 일요일 밤 늦은 시각에 기자들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이런 탓에, 국정원의 증거조작 개입설이 점점 힘을 얻는 상황에서 면피용으로 '물타기 사과'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국정원은 "수사 결과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관련자는 엄벌에 처하겠다"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계기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다시 한 번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증거조작 의혹은 사과해도 '유우성=간첩'이라고...
하지만 '피고인 유우성씨는 간첩이 맞다'는 의견은 기존 그대로였다. 국정원은 "이 사건은 2012년 10월 탈북자로 위장 입국한 유가려(피고인 유우성씨의 여동생)씨에게서 친오빠 유씨가 북한 보위부 연계 간첩이란 진술을 확보한 것에서 시작했고, 2013년 1월까지 내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그 결과 유우성씨가 2004년 4월 탈북자로 위장한 채 한국에 정착, 2006년부터 2012년까지 5회에 걸쳐 밀입국해 북 보위부로부터 간첩교육을 받았고, 공작원으로 활동하며 탈북자 200여 명의 성명과 주소 등 신원자료를 북에 보고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했다. 이러한 증거와 증언을 근거로 유씨를 간첩혐의로 기소했지만, 여동생이 마음을 바꿔 기존 진술을 전면 번복하는 바람에 유우성씨가 지난해 8월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유우성씨 재판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며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서류 3건은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들이다. 국정원은 "증거 보강을 위해 중국 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했다"며 "이 문서들의 위조 여부가 문제되고 있어 저희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한 트위터리안(@suic***)은 이를 두고 "국정원 '시끄럽게 해서 미안합니다, 근데 우리 잘못은 아닌 듯'"이라고 정리했다. 국정원은 끝까지 책임을 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성명서 발표 시점을 놓고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정원은 9일 오후 7시 20분쯤 기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유우성 간첩사건 관련, <삼합변방검사참 상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 위조 의혹에 대하여 국정원 입장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 답변서는 김씨가 국정원에게 넘긴 서류다. 이후 국정원은 오후 8시 50분께 <국정원 발표문>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비겁하디 비겁하다(@cale***)", "어리버리 넘어가겠다는 거네(@ak***)", "또 꼼수 쓰네(@leese***)"라고 질타했다.
다음은 국정원 대국민사과 성명 전문이다.
"증거조작 의혹, 송구스럽다... 유우성 간첩혐의, 증언한 동생이 진술 번복"
먼저 국정원은 최근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세간에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이 사건은 국정원이 2012년 10월 탈북자로 위장 입국한 화교 유가려(유우성의 여동생)를 통해 친오빠 유우성이 북 보위부 연계 간첩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3년 1월까지 내사를 진행한 결과, 화교 유우성이 2004년 4월 위장탈북자로 국내에 정착해 탈북청년 회장과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등으로 공직활동의 토대를 구축하고 2006년부터 2012년까지 5회에 걸쳐 밀입북해 북 보위부로부터 간첩교육을 받아 공작원으로 활동하면서 탈북자 200여명의 성명과 주소 등 신원자료를 북한에 보고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런 증거와 증언들을 근거로 유우성을 2013년 2월 국가보안법과 북한이탈주민보호법 등의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 법원은 동생 유가려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유우성의 간첩혐의에 대해 기존에 진술한 것을 전면 부인, 번복함에 따라 증거부족을 이유로 2013년 8월 2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했으며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정원은 재판 진행과정에서 증거를 보강하기 위해 3건의 문서를 중국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하여 검찰에 제출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문서들의 위조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저희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국정원은 조속히 검찰에서 진실 여부가 밝혀지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검찰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한 협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는 반드시 엄벌에 처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계기를 통해 거듭나는 국정원이 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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