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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뉴욕이 아닌 미시시피였을까

[신간] 톰 프랭클린 <미시시피 미시시피>

등록|2014.03.10 13:00 수정|2014.03.10 13:00

<미시시피 미시시피>겉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잘못된 오해와 소문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심각한 살인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 소문이 온 동네로 퍼져간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건은 시간이 흘러도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고 그렇다고 그 사람이 진범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다. 그래도 그에게는 '살인자'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닐 수 있다.

그래서 가족과 친척,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직장에서도 쫓겨난다. 경찰은 늘 그를 주시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상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럴 경우에는 정말 시쳇말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평소처럼 생활을 하든지 아니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서 다른 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에 대한 소문이 그곳까지 따라올지 모르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은 살인자가 아니라고 남들에게 호소해도 소용없다. 모든 것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법이다.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사나이

톰 프랭클린의 2010년 작품 <미시시피 미시시피>의 무대는 미시시피 주의 작은 마을 샤봇이라는 곳이다. 인구는 500명 밖에 되지 않고 숲이 울창한 곳이다. 강력범죄와는 거리가 먼 곳이기 때문에 경찰도 몇 명 되지 않는다.

주인공 래리 오트는 마흔한 살의 독신남으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낮에는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손님은 거의 없다. 마을에서 래리에 대한 평판도 최악이다. 그는 20년 전에 일어났던 한 여학생 실종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꼽히고 있다.

그 여학생은 20년 전에 래리와 데이트를 한다고 집을 나간 이후에 실종되고 말았다. 경찰은 다양한 방법으로 래리를 심문하고 조사했지만 그에게서 별다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이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고 말았다. 그래도 마을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래리는 그녀를 강간하거나 폭행했을 거야. 아니면 살해했을 거야. 어쩌면 그 세 가지를 전부 다했을지도 몰라'.

사람들은 래리를 '괴물 래리'라고 부른다. 그는 그래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조용하게 자신의 일상을 이어간다. 손님이 있건말건 정비소를 운영하고 공포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샤봇에서 또다른 젊은 여성의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래리는 과거의 전력 때문에 그 사건의 새로운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작품 속에서 묘사하는 미시시피의 풍경

<미시시피 미시시피>를 읽으면서 도대체 미시시피가 미국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찾아보았다. 미시시피 주는 미국의 동남쪽 바닷가에 접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텍사스의 동쪽, 루이지애나 주와 앨라바마 주의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작지는 않지만 그렇게 크지도 않은 곳이다.

작가 톰 프랭클린은 왜 하필이면 미시시피라는 외딴 곳을 작품의 무대로 삼았을까. 알고 보니까 그는 미시시피 옆의 앨라바마 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래도 궁금증은 남는다. 미국을 무대로 한 많은 범죄 소설들은 대부분 뉴욕이나 LA, 또는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들을 배경으로 한다.

이런 대도시들에서는 일 주일이 멀다하고 잔인한 강력범죄들이 생겨나고 그 해결을 위해서 수많은 경찰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소설 속에서 묘사하는 미시시피는 그렇지 않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는 그곳은 고층빌딩으로 둘러싸인 대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은퇴 후의 또다른 삶을 보내거나 은둔하기에 적당한 곳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시시피에서는 강력범죄들도 자주 생겨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찰력을 유지할 필요도 없다. 대신에 단점도 있다. 범죄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생겨난 범죄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 대한 평판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지음 / 한정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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