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 '남재준 용퇴론' 확산... 지방선거 앞두고 결단?
김용태 "선거 앞둔 사람으로서 살 떨리는 사건"... 당 지도부 '침묵' 언제까지
▲ 사퇴 압박받는 남재준 국정원장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여당 내부에서 조차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촉구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 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 ⓒ 남소연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코너'로 몰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유감을 표하며 책임자 문책까지 요구한 가운데,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남 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당내 비주류인 비박(非朴) 진영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6.4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만큼 당 지도부도 외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지금 이 문제가 국정원장께서 대충 송구하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본인 스스로 잘 판단해서 대통령께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결정하길 바란다"라며 "(자진사퇴) 그러지 않고서 이 문제가 수습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 남소연
박 대통령의 전날 유감표명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고뇌가 그야말로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말씀"이라며 "정부의 수반으로서 대통령께서 하실 수 있는 말씀을 다 하셨으니 그 말을 받아서 조직이나 조직의 수장은 본인 스스로 잘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박 대통령도 전날 유감표명을 통해 남 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는 해석이다.
"남 원장이 몰랐던, '개인적 일탈'이라는 수사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에는 "이게 지금 개인적 일탈로 벗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며 "한 사람이 간첩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이고 외교문제로도 비화된 문제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직의 장은 도의적인 일부 책임은 질 수 있으나 법적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한다면 국민들께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고 조직에 도움도 안 될 것"이라며 "조직을 위해서나 박근혜 정부를 위해서라도 잘 거취를 결정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잘못하면 지방선거에서 '훅 가겠구나' 생각까지 든다"
이같은 '용퇴론'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도 앞서 주장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증거위조 논란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며 "사실 국정원장은 댓글문제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 등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때마다 당은 국정원 감싸기에 급급했다, 공당으로서 도가 넘었다"라며 "이제야말로 국정원장이 사퇴하는 것이 대통령의 유감표명에 상응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6.4 지방선거를 3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고 발생한 대형 악재라는 점에서 용퇴론의 확산 가능성은 크다.
김용태 의원은 이 문제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지도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정당은 국민의 여론에 부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우리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조직 아니겠나"라고 짚었다.
또 "솔직히 말씀드리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살이 부들부들 떨린다"라며 "이 선거에서 잘못하면 이거 한방으로, 속된 말로 정말 '훅 가겠구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마찬가지다. 6.4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검찰은 이번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해야 할 것 같다"라며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사과는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유감을 표명하셨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그래서 국민적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엄정하게 수사해서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거기에 따른 사과도 있을 수 있겠지만"이라고 전제한 후, "지금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수사가 잘 되도록 뒷받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만 내놓은 채 사실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칠레 대통령 취임식 특사로 파견된 최경환 원내대표 없이 열린 이날(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의료파업 및 기초연금법 관련 얘기만 나왔다. 앞서 이번 사건에 대해 '음모론'·'국익론'을 제기하면서 방어에 나섰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검찰이 전날 국정원을 압수수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식 논평이 없었다. 다만,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전날 구두 논평을 통해 "검찰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더 이상 수사과정에 개입하지 말고 그 과정을 엄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위 높이는 야권의 해임 촉구... "문제 해결 출발은 즉각 해임과 특검 도입"
반면, 야당은 남 원장의 해임을 집중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발단은 박 대통령의 '국정원 감싸기' 때문"이라며 "문제 해결의 출발은 남 원장의 즉각 해임과 특검을 통한 엄정 수사"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해서도 "뒤늦은 유감 표명은 여전히 안이하고 미흡하다"라며 "국정원이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는데도 대통령이 책임지지도, (책임을) 묻지도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민심 외면"이라고 주장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은)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유린이자 비열한 범죄조작으로 국가위신을 추락시킨 사건"이라며 "당연히 박 대통령은 사과하고 남 원장은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 더 이상 버텨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남 원장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또 박 대통령의 사과와 남 원장 및 황교안 법무부장관 해임을 촉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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