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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누가 디스패치를 비판하나, 감히

검색어 기사 쏟아내는 스포츠연예지 반성해야... 팩트 입각한 보도는 본받아야

등록|2014.03.12 10:48 수정|2014.03.12 10:56

▲ 김연아 열애설을 단독보도한 <디스패치>. ⓒ 디스패치캡처


지난 주 한 연예 매체가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열애설을 보도해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후 취재방식이 알려지면서 사생활 침해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급기야 김연아 측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디스패치>의 보도에 따르면, 김연아 선수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원중 선수와 태릉선수촌에서 처음 만나 2012년 7월부터 만남을 지속해 왔다. 김연아의 열애 기사는 순간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고 같은날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디스패치>가 김연아의 열애를 보도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스토킹하듯 수십 명의 기자들이 잠복취재한 사실이 알려지며 <디스패치>의 취재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올댓스포츠는 "김연아 선수의 열애 보도 기사와 온라인상 글들과 관련해 허위사실이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 등에 대해서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다른 언론들은 앞다퉈 기사와 사설을 통해 <디스패치>의 파파라치식 취재 방식을 비판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과연 다른 언론이 <디스패치>에 돌던질 자격이 있을까.

물론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사생활 침해는 해선 안 된다. 그리고 <디스패치>의 파파라치식 취재 보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또 대중이 이를 비판하는 것 역시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언론, 특히 스포츠연예 언론이 <디스패치>를 비판할 자격은 없다.

왜냐면 그동안 그들은 익명보도나 사실 확인조차 안되고 밥 한 번 같이 한 것을 가지고 대단한 특종인양 열애설 보도를 남발했다가 양측의 부인으로 망신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런 보도와 비교하면 <디스패치>는 익명보도는 안할 뿐 더러 철저히 사실에 근거해 보도한다.

그리고 <디스패치> 보도는 선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디스패치>의 기사가 나간 후 대형 신문사의 연예지들이 선정적 기사 쓰기에 열을 올린다. 이들은 후속기사를 통해 무분별하게 사생활을 공개하기도 하고 내용 같은데 제목만 바꿔 내보내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를 내걸기도 한다. 이런 보도를 하는 언론사가 <디스패치>를 비판할 수 있나?

또 열애 보도가 아닌 정치나 사건 사고를 이렇게 보도하는 언론이 있나? 다소 과한 비유이긴 하나, 2012년 18대 대선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엔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가 말끔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를 정치권에서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언론의 책임은 자유롭지 못하다. 만약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을 <디스패치>처럼 알리려고 노력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언론이 몇 군데나 있을까?

이에 대해 CBS 변상욱 기자는 "<디스패치>를 보면서 이렇게 혼신의 힘을 다한 취재와 밀착 취재, 끈질김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몸부림을 다른 언론이 본 받아야한다. 꼭 필요한 사건애는 무관심하면서 중요하지 않는 일에 정성을 쏟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낭비"라고 언론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성경에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큰 허물은 보지 못하면서 남은 작은 허물만 본다는 의미다. <디스패치>를 비판하는 언론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언론들은 <디스패치>를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의 보도태도를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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