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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 도둑놈이 너무 많아서요"

여수 좋은 후보 시민추진위원회의 길거리 홍보와 설문조사

등록|2014.03.15 15:49 수정|2014.03.15 15:49

▲ 시민의 힘으로 '여수를 바꾸자'며 선거 캠페인에 나선 '좋은 후보 시민추진위원회 회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 오문수


지방자치 현장에서 직접 제도를 운용하는 지방정부의 자치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자치제도에 대한 인식이 결여됐거나 역할인식이 미흡할 경우 지방자치제도는 올바르게 실시되지 못한다. 잘못된 사람이 주민대표로 들어올 경우 지방자치가 왜곡되고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부 지방자치 단체장이나 의원이 각종 사건사고나 횡령 사건에 연루돼 낙마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한 자치단체장의 독선으로 지방의회를 무시하고 상호 대립함으로써 자치행정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 동안 지방선거에서 혈연이나 지연 중심으로 파벌을 형성하고 금품수수에 의한 불법타락선거를 자행하거나, 다수 지역주민들의 이익보다는 사익에 앞장선 모리배가 당선돼 지방행정을 파탄시키기도 했다. 그 결과 지방자치의 성공은 지역주민들의 민주의식과 주민자치의식 수준여하에 달렸다는 교훈도 얻었다.

이틀간 많은 봄비가 내려 쌀쌀한 날씨 가운데도 지방자치를 성공시키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 이들이 있다. 여수 '좋은 후보 시민추진위원회' 회원들은 14일 오후 4시부터 6시반까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서교동과 여천의 부영3단지 앞길에서 좋은 후보를 뽑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회원들은 다음과 같은 플래카드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캠페인을 벌였다.

"좋은 후보가 여수를 바꿉니다'. '시민의 힘으로, 지역을 바꾸자! 희망을 만들자!"

또한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들고 "좋은 후보로 어떤 사람을 선택하겠습니까? 당신이 원하는 항목에 스티커를 붙여주세요"라고 부탁했다. 회원들이 제시한 여섯 개 항목이다.

▲ 지나가는 행인에게 좋은 후보의 기준을 고르라는 부탁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항목에 스티커를 붙였다. '서민을 이해하는 후보'가 압도적 1위이고 '참신한 사람'이 꼴찌였다 ⓒ 오문수


▲ 참신한 사람 ▲ 청렴한 사람 ▲ 서민을 이해하는 사람 ▲ 소통이 가능한 사람 ▲ 능력이 뛰어난 사람 ▲ 여수를 잘 아는 사람

결과는 '서민을 이해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동안 돈 많고 중앙정치 무대에서 권력을 휘두르며 선거 때만 굽신거리며 한 표를 구걸했던 사람들이 당선되면 "나몰라라"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서민을 이해하는 사람'에 스티커를 붙인 한 여성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서민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받은 항목은  '여수를 잘 아는 사람'이다. 중앙무대에서 고위공무원으로 지냈거나 법조인으로 지냈던 사람들이 선거를 앞두고 지방에 내려와 선거사무실을 열고 명함을 돌리며 인사를 다니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그들이 지역의 속사정을 잘 알 수 있을까? 당선되면 지역민의 민심을 헤아려 정치를 잘할지는 미지수다. '여수를 잘 아는 사람' 항목에 스티커를 붙인 아주머니한테 이유를 들었다.

"능력이 뛰어났다고 하지만 여수를 모르면 어떻게 시정을 운영하겠어요?"

세 번째로 많은 지지를 받은 항목은 '청렴한 사람'이다. 시민들은 전임 여수시장이 뇌물수수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지금도 감옥에 갇혀 있는 걸 잘 안다. 또한 6명의 시의원이 돈을 받은 혐의로 옷을 벗은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창피한 일이다.

▲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6개의 항목이 있는 보드에 스티커를 붙이는 시민들 ⓒ 오문수


어디 그것뿐인가? 작년에는 8급 공무원이 80억 원을 도둑질했다. 올 초에도 여수시청 공무원이 수백만 원의 금품과 함께 유흥주점에서 수차례 향응접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여수시가 안전행정부로부터 기관경고를 받기까지 했다. '청렴한 사람' 항목을 선택한 아저씨한테 연유를 들었다.

"여수에 도둑놈이 너무 많아서요."

네 번째로 스티커가 많은 항목은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다. 요즘 여수 시민들의 대화 속에는 '불통 시장'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지난 5일 국동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한 택시 운전사가 "시장님, 시중에는 여수시 행정이 불통이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말인지 궁금합니다"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국동 주민 간담회에는 2백여 명의 주민이 참석했다.

다섯 번째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후순위에 선택된 것이 의미하는 것은 한 아저씨의 말로 대변할 수 있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뽑아줬더니 도둑질이나 하고 서민들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어요. 다 잘났다고 하지만 그놈이 그놈입디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참신한 사람' 순으로 선택됐다. 새로운 인물은 잘 모르니 기성정치인을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6.4지방선거에 여수시장 후보로 나서는 이는 10여 명에 달하고 시의원을 지망하는 후보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시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데도 정치적 무관심이 문제다. 주민의 현명한 선택과 지방자치의식이 주민의 삶을 바꾼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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