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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철탑 오른 남편... "사장이 원망스럽다"

[현장-옥천] '유성희망버스' 2500여명 "이기봉·최성옥을 구속하라"

등록|2014.03.15 17:48 수정|2014.03.16 14:18

▲ '유성기업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15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광고탑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은 지난해 10월부터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지상 22m 높이의 광고용 철탑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심규상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154일째 22m 광고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

15일 오후 1시 30분께 이 지회장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옥각교 부근(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 옥천나들목)에는 전국 34개 지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2500여 명(경찰 추산 1300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 지회장에서 "늦게 찾아와 미안하다"라며 손을 흔들어 응원과 지지의사를 보냈다. 이 지회장도 시종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유성 희망버스' 첫 제안자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연단에 올라 "지금 신자유주의 앞잡이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노동자들을 좌절과 절망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다"라며 "이는 야만이 아닌 독재자의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자와 서민들의 진짜 원흉은 피와 땀을 뺏는 독점자본"이라며 "이곳은 신자유주의와 독점자본과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참가자들이 농성을 지지하는 글을 적은 희망천을 광고탑에 매달았다. ⓒ 심규상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오른쪽 철탑 위) ⓒ 심규상


이 지회장의 아내 한영희씨는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한씨는 "지난해 10월 결혼기념일에 철탑에 올라 다섯 달을 훌쩍 넘겼다"며 "'밤에 잠 좀 자게 해달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위해 일해온 노동자를 두들겨 패 쫓아낸 사장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27명의 조합원이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귀했지만 3개월 만에 또 해고됐다"며 "반면 불법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회사 사장을 보고 법과 정의가 통하지 않는 사회에 절망했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대통령까지 나서 남편과 유성기업 노동자를 귀족노동자로 몰 때는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남편은 입사 후 27년 동안 동료 노동자와 일하고 싶은 공장,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일해왔다"며 "민주노조를 지키려는 남편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연설 도중 한씨가 흐느끼자 철탑 위에서 부인을 지켜보던 이 지회장도 고개를 떨궜다.  

▲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 지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각리에 있는 지상 22m 높이의 광고용 철탑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 심규상


▲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의 아내 한성희씨가 남편에 대한 얘기도중 울먹이고 있다. ⓒ 심규상


이 지회장은 "철탑에 오르기 전 특검을 통해 불법행동을 자행한 사장과 공장장 등 가담자를 구속할 것을 요구했다"며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폭력을 사주한 이기봉과 최성옥을 구속하라"면서도 이 지회장에게 "우리가 있으니 힘들면 내려오라"고 외쳤다.

이날 옥천 집회는 참가자들이 소망이 담긴 깃발을 철탑 위로 게양하는 행사를 끝으로 오후 2시 45분께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희망버스에 오른 후 다시 유성기업 아산공장으로 향했다. 아산공장 앞에서는 16일까지 집회와 문화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노조 측이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데 대해 지난해 말, 대부분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고용노동부가 복수노조 간 업무배치 차별 등으로 기소의견으로 올린 혐의에 대해서도 혐의 없음 처분했고, 노조파괴의혹에 대해서도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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