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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박원순 대항마, 그 마지막 퍼즐은?

[분석] 정몽준·이혜훈 3파전+친이-친박 대리전까지... '대독총리' 벽 넘나

등록|2014.03.16 21:23 수정|2014.03.16 21:23

입술 내민 김황식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밝힌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회견장에서 출마선언 도중 입술을 내밀고 있다. ⓒ 이희훈


새누리당의 '박원순 대항마' 찾기, 그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4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총리의 합류로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은 '정몽준-이혜훈-김황식' 3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이는 새누리당에서 지난해 말부터 바랐던 '그림'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2006년,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경선으로 재미를 봤다. 2006년 경선 당시 맹형규·홍준표 의원에 오세훈 전 의원을 차출해 판을 크게 벌였고, 오세훈 전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강금실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의 기세를 누르는 파괴력이 생겼다.

2010년 서울시장 경선 때는 나경원·원희룡 전 의원이 오세훈 전 시장에 맞서 경선에 출격했다. 특히 나경원·원희룡 전 의원 간 '후보단일화'까지 성사되는 등 치열한 혈전을 선보였다. 오 전 시장은 이런 드라마틱한 과정을 뚫고 야권단일후보였던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를 본선에서 꺾었다.

이번에도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엮어가는 '경선 드라마'가 흥행한다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탈환은 문제 없는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같은 '그림'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친박 주류가 김 전 총리를 밀고 있다는 이른바 '박심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다. 황우여 당대표가 "일부 언론에서 언급하는 박심 논란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지만 논란은 끊임없지 증폭되고 있다. 오히려 경선구도가 본격화되면서 박심 논란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입국 이틀 만에 100페이지 넘는 자료집 배포... 조직력 튼튼?

악수는 했지만 다른 곳 보는 김황식-이혜훈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밝힌 김황식 전 국무총리(왼쪽)가 16일 서울 여의도 서울시장 예비후보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의위원의 선거캠프를 방문해 이 예비후보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 갈등의 중심에는 김 전 총리가 서 있다. 그는 지난 14일 귀국 현장에서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박심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설사 박심이 (제게) 있다 하더라도 당에는 여러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있고 박심에 의존해서는 승리를 결코 쟁취할 수 없다"며 "경선 과정에서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몽준·이혜훈 등 '선발주자'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5일 공천 신청과 함께 새누리당 당원으로 가입했다. 그만큼 당내 기반이 전무하다는 얘기다. 선거를 오랫동안 준비한 것도 아니다. 김 전 총리는 최근까지 미국 UC 버클리대 로스쿨 한국법센터 수석 고문으로 미국에 체류하던 상황이었다. 즉, '대의원(20%)·책임당원(30%)·국민참여선거인단(30%)·여론조사(20%)'의 기존 경선룰을 감안할 때 경선 통과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역전 굿바이 히트"라는 표현으로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4번 타자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희생번트를 치겠다"라며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103페이지를 넘는 컬러본 책자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주로 자신과 관련된 언론 보도 모음과 자신의 저서인 <연필로 쓴 페이스북>을 인용한 내용이었다. 준비에 있어 별다른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정도의 내용이었지만 첫 장부터 이틀 전 자신의 입국 사진을 실었다. 김 전 총리의 조직적 기반이 만만치 않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결국, 누가 김 전 총리를 돕고 있느냐로 관심은 쏠린다.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난 인사는 이성헌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단장, 2012년 대선 당시 당 국민소통본부장을 맡은 대표적인 친박 '조직통'이다. 그가 이끄는 친박 외곽조직 '국민희망포럼' 실무진들도 김 전 총리 측 캠프에 상당수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4일 김 전 총리의 입국 현장에도 곁에 서 있었다. 박심 논란의 실체가 어렴풋이 드러난 셈이다.

박심 논란으로 출렁이는 경선... 계파 갈등 확산 불가피?

답변하는 정몽준서울시장예비후보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한강 선착장에서 아라뱃길 설명을 들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이처럼 박심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만큼 경선 후유증도 만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령 논란 등 후보간 신경전도 본격화됐다.

특히 정몽준 의원은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성보중학교에서 열린 지역 축구경기에 참여한 자리에서 '당이 김 전 총리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했다. 그는 김 전 총리가 휴일인 주말에 공천 신청과 함께 입당한 것을 꼬집으며 "본인이 직접 경찰서에 가서 범죄경력조회도 해야 하는데 토요일에 했다는 것은 못 들어봤다"고 지적했다.

이혜훈 최고위원 역시 이날 "누가 누구를 민다는 식의 수준 낮은 플레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주변에서 페어플레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단속하는 능력도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당의 '권역별 순회경선' 방침도 이 같은 신경전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지난 14일 "흥행을 명분으로 전례 없는 방식을 도입하고자 하는 의도가 특정 후보를 위한 것이라면 이런 공작적 시도를 제안한 당사자는 서울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김 전 총리는 "당의 합리적 절차를 거쳐서 정한 룰에 대해 100% 승복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한 상태다. 그는 이날 이혜훈 최고위원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일부 이견이 있지만 당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당원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경전이 계파 간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 의원과 김 전 총리를 중심으로 계파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 의원 캠프에는 안효대·조해진·염동열·이노근의원, 정양석·이사철 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친이계 이재오·김용태 의원도 지원 사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친박 주류에 대응하는 비주류 연합군이다.

반면, 김 전 총리 측은 이성헌 전 의원 외에도 유성식 전 총리실 공보실장,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합류한 점을 들어 '친박-친이 연합군'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당 지도부에서 누군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린다면 이는 공작적 행태"라며 친이계 합류에 부정적 인식을 내비친 바 있다. 즉, '박심 논란'을 물타기 하기 위한 선전 아니냐는 인식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장자가 출마했다"... 4대강 사업 등 당 안팎 공격 넘을까?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경선 과정에서 입을 후보들의 '상처'도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가장 먼저 '매'를 맞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 2년 5개월 동안 총리직을 수행한 김 전 총리다.

최재천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그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문제점과 심각한 국민기만, 토건국가화를 잊고 있었는데 이명박과 4대강이 선거의 쟁점과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고 이명박근혜 정권의 본질을 정치의 장에서 얘기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항간에서 김 전 총리를 4대강 대독총리라 지칭했던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라며 "서울시민은 4대강 사업 강행, 일자리와 복지예산 삭감 등 MB정부의 실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리는 "4대강 사업은 필요했고 합당한 사업이었다"라고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당내 경쟁자의 '공격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 한 인터뷰에서 "김 전 총리가 선거에 나오시면 철도민영화, 4대강 사업 등 MB정권의 실패사례들이나 공과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김 전 총리의 출마를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이성헌 전 의원이 있는 만큼 김 전 총리의 경선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본선에서 2주 전 등장해 맹형규·홍준표 의원을 꺾었던 오세훈 전 시장과 같은 파괴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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