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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쳐부술 원수" 발언... 재앙 초래한다

난개발과 환경파괴 부를 규제완화는 더 큰 문제 부른다

등록|2014.03.18 11:17 수정|2014.03.18 11:17
기업활동에 방해된다고 환경규제, 공공규제를 "암덩어리" "원수"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하도 지나치다. 더구나 대통령이 이런 표현을 했다고 하니, 어떻게 환경규제를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도별 특화산업 선정, 지역산업 입지 공급,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의 용도변경 허용, 산·농지 개발허용 등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은 보전산지내 공장 적기 입지 지원, 도시형공장 입지규제 완화, 환경영향평가 절차 완화, 비도시 계획관리지역의 개발 허용 등 지난 2013년부터 지속된 기업을 위한 환경규제완화와 그 맥을 같이한다.

이번 정부 발표의 핵심은 각종 환경규제를 풀어줄 테니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개발해보라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는데도 생각만큼 개발이 안 되니 주거시설만 지을 수 있도록 한 곳에 공장도 짓고, 상업시설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개발제한구역 택지 개발 시 임대주택을 35% 이상 지어야 하지만 이 비율도 낮추고, 임대주택용지가 분양이 안 될 경우에는 분양주택용지로 변경하는 것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산과 농지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한다.

정부 환경규제완화에 대한 환경단체 기자회견정부의 환경규제완화 발표에 대한 한국환경회의 소속단들의 기자회견 ⓒ 환경정의


이미 서울 주변 수도권 외곽지역에는 주택보다 공장이 더 많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장이 들어서는 등 난개발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거시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에 공장이나 상업시설도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은 전국적인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조장하는 행위이다.

더구나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2013년 9월 3차 투자활성화 대책발표 때 계획관리지역을 포함해서 준공업지역, 준주거지역, 상업지역의 규제를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 전환했다.

즉 해당 용도구역에서 허용 가능한 개발을 열거하는 방식에서 금지하는 개발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이번 규제완화로 주거시설로만 개발할수 있는 개발제한구역을 준주거지역, 준공업지역,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허용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큰 규제완화일뿐만 아니라 이미 작년 9월에 발표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완화를 적용하면 이중으로 규제완화가 되는 것이고 무차별적인 개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개발제한구역 규제 완화는 불법을 합법화, 양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기 때문에 신고 및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공장들이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가 이번 규제완화를 하면서 염두에 두고 있는 김해공항주변이 주거시설로 묶여 있어 실제 수요가 있음에도 개발이 못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곳 개발제한구역 역시 이미 환경관련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곳이다.

언론에 의하면 지난 3월 초에도 지역 지자체가 190여 곳을 대상으로 환경단속을 해서 이중 18곳이 환경관련 불법 행위로 단속되었다고 한다. 결국 이런 곳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지역으로 규제완화를 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들어올 수 없는 곳에 불법 운영되고 있는 시설을 합법화하고, 나아가 그런 공장이 더 들어설 수 있도록 양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환경규제 완화에 대한 퍼포먼스한국환경회의 소속단체들이 정부 환경규제완화를 생명벨트를 끊는 것에 비유해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환경정의


정부는 개발제한구역 용도변경 허용으로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난개발이나 특혜시비는 문제 될 게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20~60일)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과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보완·조정 요구를 최대 2회까지 한정하는 내용을 담은 환경영향평가법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말로는 환경영향평가 등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이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뒤로는 오히려 그 법조차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추진되는 규제 완화가 어디까지 갈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우려스럽다. 적어도 지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규제는 '암 덩어리' '쳐부술 원수'라고 말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아마 환경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못지 않게 또 한 번 힘겨운 싸움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한국환경회의의 환경규제완화 규탄 기자회견한국환경회의 소속단체들이 정부환경규제 완화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르 ㄹ하고 있다. ⓒ 환경정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세상의 모든 규제는 기업 활동에 도움 되는 규제와 기업 활동에 방해 되는 규제 딱 두 종류밖에 없다. 그리고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모든 규제는 사회악이고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심각한 것은 정부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토·환경보호를 일차적임 임무로 하는 환경부조차 경제와 기업을 위해 환경과 국민을 희생양 삼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으며 때때로 스스로 환경규제를 무력화시키는데 기꺼이 일조하고 있는 것 같다.

어찌됐든 환경규제를 풀어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이번 대책은 국토난개발과 환경파괴를 조장하는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또 그 말을 믿어보고 싶지만 그래도 결국은 이번 대책으로 돈 많은 개발업자와 부동산 투기업자, 소수의 기업만 혜택을 볼것이고 이로인한 국토환경파괴, 난개발의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과 국민들에게 남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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