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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 지방선거 후 선거제도 개혁부터

[주장] 새 정치는 새 부대에 담아야...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해야

등록|2014.03.18 14:57 수정|2014.03.18 14:57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제1야당 민주당과 한국 정치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의원을 구심점으로 한 새정치연합이 통합신당으로서의 첫 발을 뗐다. 두 세력은 지난 16일 오후 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열고 새로운 정치의 실현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공식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에서는 민주당이 약간 양보한 모양새인데, 속살을 채우는 문제에 있어서 양측의 반응이 관전 포인트로 지적된다.

사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통합 합의서부터, 야권의 분열을 우려하던 일부는 환호성을 질렀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실망'을 보였다. 특히, 안철수 의원의 신당이 지역주의 보수 양당으로 운영되어 온 우리나라의 정치판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크게 낙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현재의 선거제도 하에서는 필연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안철수 의원은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지혜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지금의 선거구제 하에서는 양당 구조를 깨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집권도, 민주당을 '제거'하거나 '대체'하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비례대표가 적고, 지역구-단순다수제로 운영되는 현재의 선거제도 하에서 의미 있는 다당제 시스템은 가동되기 어렵다.

'가능성의 예술'로 불리는 정치에서, 자신들이 내세우는 가치를 단 하나라도 법이나 정책으로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힘을 가지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만일 '상인적 현실감각' 없이 '서생적 문제의식'에만 몰두하는 정치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풍차를 향해 달리는 돈키호테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연합은 진정으로 집권 의지를 가지게 됐다는 평가를 해볼 만하고, 민주당은 '비전'과 '이미지'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 끝나면 선거제도부터 바꿔야

아무튼 통합신당의 정치행보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새로운 정치'를 향한 여정의 첫 발을 뗐다. 하지만 그것은 지방선거의 이슈로써 약간의 휘발성이 있다. 통합신당이 지방선거가 끝나고, 2016년 총선을 향한 장기플랜 짜기에 들어갈 때 가장 먼저 몰두해야 할 작업이 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치르기 전에,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게임의 법칙이 바뀌지 않는 이상, 게임의 내용은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 정치도 새로운 게임의 규칙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동안 한국의 선거제도는 정치개혁 자체를 막아 왔다. 한국의 정치권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 중심의 보수 양당 체제를, 이념과 정책 중심의 다당제로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제도는 이것을 가로막아, 계급과 계층 균열이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게 가로막는 역할을 했다. 안철수 의원이 결국 독자세력화에 실패하고 민주당과 신당을 창당하게 만든 현실적 벽도 사실 선거제도다.

즉,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한, 대한민국 정치는 지역주의 보수 양당제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아무리 새 정치를 기치로 탄생되는 정책들이 나온다 할지라도, 의미 있게 가동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치판에 필요한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란 무엇일까.

대한민국 정치의 '새 부대'라고도 할 수 있는 그것은, 그동안 매우 교과서적인 대답으로 여겨져 왔지만 역시 변함없이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되어야 한다. 야권이 새판을 짜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것을 실현할 기회다.

현재의 제도로는 민심 담아내기 어려워

일단, 현재의 제도가 유권자의 민심을 얼마나 왜곡시키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대표적인 '여당 텃밭'이라 여겨지는 부산지역의 총선 표심을 분석해 보면, 이는 금세 드러난다. 실제로, 지금의 새누리당은 부산의 18개 지역구 중 17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부산이 결코 여당 텃밭이라 할 수는 없음을 알 수 있다.

일단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 득표율을 모두 합하면 52%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의석 점유율은 무려 94%에 달했다. 또, 이는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도 나타났는데, 한나라당의 후보 특표율은 54%였지만, 의석 점유율은 94%였다. 실상은 절반 정도의 부산 시민들만이 여당 후보에게 표를 줬는데, 현재의 제도가 그 표심을 지나치게 '뻥튀기'시킨 것이다.

정말로 정당의 지지도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면, 여당은 부산 지역에서 절반이 조금 넘는 정도의 의석만을 가져갔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가 이 표심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상황이다. 바로 이러한 심각한 모순을 해결하는 가장 적절한 대안이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이고, 특히 독일식 제도이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가야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대표적으로 일본식과 독일식이 있다. 경실련 등의 시민단체에서는, 한때 일본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한 적이 있다. 일본식 비례대표제는 독일식과 달리, 정당 득표를 기준으로 각 당의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정당 득표를 미리 정해진 비례대표에게만 적용시키는 제도이다. 전체 의석수 500석인 일본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이 3:2로 구성되어 있고, 정당득표를 비례대표에 해당하는 200명의 의석배분에만 적용시킨다.

하지만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일본식과 달리, 후보와 정당에 1표씩, 1인 2표를 행사하고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를 뺀 나머지를 비례의석으로 배분하는 제도다. 이 경우, 특정 정당지지율이 곧이곧대로 의석수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지역주의에 기반하지 않은 다양한 계급과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수정당이 원내로 진입하기가 쉬워진다. 또한 고질적인 문제인 '사표 논란'도 방지 가능하다.

물론 그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다. 지금까지 계속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현 제도가 유지되어 온 것은, 자신을 당선시킨 제도를 바꿀 국회의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통합신당은 바로 이 영역을 파고들어야 한다.

자신들을 당선시킨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안철수 의원이 전에 주장한 바 있던 '국회의원 정원 축소'와 같은 단순한 '반(反)정치적' 해법이 아닌, 가장 필요하고도 정통한 '기득권 내려놓기'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게임을 하려는 자는, 묵은 게임의 규칙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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