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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역사의식의 저급함... 이러면 '쪽박' 찬다

[주장] 박근혜도 '통일대박'인데... 새정치민주연합, 6·15와 10·4 우습게 여겼나

등록|2014.03.19 10:59 수정|2014.03.19 15:57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초부터 '통일 대박' 발언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도 예상을 깨고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신당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의 속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세상은 다시 한 번 술렁거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말하고 <조선일보>가 통일 미래를 말하는 시대에 새정치민주연합이 '6·15 남북공동선언(아래 6·15 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아래 10·4 선언)을 정강정책에서 삭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과 <조선일보>가 통일을 말하니까 새정치민주연합은 청개구리가 되겠다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인 장면이 연출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드라이브를 거는데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청와대


통일 대박 발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어서 직접 위원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진보 보수를 망라해 각 언론에서 통일대박론에 대한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북관계가 악화됐으며 통일 논의는 침체되는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의 편익보다 분단 비용을 염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대박론은 통일 논의의 활성화를 가져오고 있다. 얼마 전과 비교해 본다면 상전벽해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하는 것은 새로운 게 아니다. 다만 '대통령 박근혜'가 제안하니까 새롭고 파급력이 큰 것이다. 또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고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이 돼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많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남북분단과 북한과 대결구조를 이용해서 정치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기반과 작동방식은 통일 대박을 목표로 해서 통일을 준비하는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통일준비위원회를 꾸준히 유지해 나갈지 의문이 따르는 것이다. 기반이 없다는 것은 혼자 하겠다는 것이거나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할 일은 분명하다. 통일이 가져오는 편익과 통일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통일대박론에 대해서 그 한계와 국민적인 우려를 지적하면서도 긍정성을 살려 고단수 전략을 펼쳐야 한다. 그래서 국가와 민족의 과제인 통일 문제를 선도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6·15-10·4를 우습게 여겼나

민주당은 새정치연합과 손을 잡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는 통일대박론에 상대하는 올바르고 경쟁력 있는 통일담론을 제기해야 한다. 그것이 신당의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자 역할이다. 시대적 과제와 역할에 충실히 하는 게 바로 새정치다.

6·15 선언과 10·4 선언은 민주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면서 추구하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준거이자 행동강령이다. 두 선언은 대한민국의 국가원수가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만나서 합의한 초정파적인 문서다. 두 선언은 박정희 대통령이 북한과 약속한 7·4 공동성명의 정신도 계승하고 있고, 노태우 정부 시절 북한과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도 현재적으로 재정립·반영하고 있다.

6·15 선언과 10·4 선언은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노력이 담겨 있는 선언이다. 두 선언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며 북한에게도 두 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을 촉구할 수 있다.

이것을 '여야의 논란거리'라고 치부하는 것은 역사의식의 저급함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거기에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 대박'을 말하는 판에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스스로 소홀히 여기는 것은 전략적 사고와 정무적 판단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 부족함의 기원은 지난 수년간 수구세력이 만들어온 프레임에 있다. 이번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수구세력의 프레임에 갇힌 것으로 보여진다. 수구세력의 지적을 벗어나는 것만이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도 6·15 선언과 10·4 선언을 벗어나서는 실행될 수 없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4항에서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고 약속하고 있다. 남북이 신뢰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세스로 경제협력을 비롯한 각 분야 협력과 교류의 활성화를 제안한 것이다.

역사의식의 저급함과 전략의 부재라는 쌍끌이

경기도당 창당대회 참석한 김한길-안철수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도당 창당대회에 나란히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10·4 선언에서 약속한 각종 경제협력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통일대박론의 마중물이다. 10·4 선언에서 우선 실행 가능한 것들을 이행하면서 점차 이를 발전시킨다면 성장률 둔화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활로를 만들게 돼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게 가능하다.

독일은 통일 이후에 후유증을 겪다가 지금은 통일 대박을 이뤄 유럽의 맹주가 됐다. 유럽의 경제위기에도 독일은 흔들리지 않고 유럽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것은 사민당의 브란트 총리가 제안한 것을 독일의 역대 정부가 20년 동안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기민당의 콜 총리가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정권변화와 상관없이 꾸준히 추진했던 정책 때문이었다.

6·15 선언과 10·4 선언은 정치적 논란이 대상이 아니다. 꾸준히 이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것을 부정하고 이행하지 않은 게 문제였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6·15 선언과 10·4 선언에 기초해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통일대박론이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민족의 미래를 밝게 열어나가는 비전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19일 안철수 의원은 "6·15선언과 10·4선언은 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라면서 논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에 6·15 선언과 10·4 선언이 빠진다는 이야기가 회자된 것은 정책의 계승을 촉구해야 할 신당이 앞장서서 지난 정권이 이룩해놓은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허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새정치'가 쪽박의 길을 면하려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는 바닥이 났다. 그래서 대기업도, 보수언론도 통일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자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민주화된 경제 질서를 바로 세우면 민생을 챙겨나가는 지름길이 된다.

민생이 중요하기 때문에 6·15 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은 필수적이다. 두 선언의 이행을 통해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게 어찌 민생과 무관한 일이겠는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전쟁만큼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는 경우가 없었다.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민생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건 평화와 민생의 관계에 대한 낮은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압도할 수 있는 통일 비전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혁신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6·15와 10·4을 논란거리로 치부하는 것은 정당이 감당해야 할 자신들의 신념과 정체성이 초래하는 논쟁을 회피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다가 종국에는 초가삼간마저 태우게 된다. 새로운 것은 하늘 아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수구세력의 프레임에 갇혀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보수세력에게 통일 아젠다마저 뺏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그 깨달음이 새정치의 영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헤매면 결국 쪽박 찬다. 그렇게 되면 결국 죽어나는 것은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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