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3개월 계약인데 왜 그렇게 열심이냐고?"

[현장] 휴일 반납하고 자체연수하는 전북 초등 스포츠 강사들

등록|2014.03.21 09:19 수정|2014.03.21 09:19
지난 15일 전주시 평화동의 한 초등학교 강당. 겨울의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쌀쌀한 토요일 오후. 즐거운 웃음소리를 따라간 곳엔 전북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이 있었다. 노트와 펜을 들고 강연에 귀 기울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숙연함이 느껴졌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전북대 체육교육과 출신 스포츠강사 진필수씨가 운영하는 인터넷카페 '초등 체육수업 공유방' 모임의 자체연수 장소. 즐겁고 유익한 체육시간을 이끌어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고, 오랫동안 온라인으로 수업연구를 공유하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오프라인 연수 자리였다.

앰프, 무선마이크, 직접 편집한 음악은 진필수씨가 평소 수업할 때 준비도구라고 한다. 이밖에 늘 비상약품가방, 캠코더도 준비한다고 하니 그가 하는 수업이 궁금해져온다.

연수를 위해 진씨가 카페자료를 토대로 엮어낸 책자에는 스포츠강사들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틈새활동, 달리기활동, 도전·경쟁활동으로 주제를 가른 이 책자에는 그림, 사진과 함께 운동효과까지 친절하게 설명돼 있었다.

스포츠강사들은 책 속의 활동들을 몸으로 익히고 응용하면서, 아이들 지도법 노하우도 서로 주고받았다. 1시 반부터 5시까지 이어진 연수를 통해, 2008년 이래 스포츠강사에 대한 만족도가 해마다 90%를 넘기는 까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수 참여 강사들은 "생활체육회 소속일 땐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제공받고 각 학교에 스포츠장비들을 지원받기도 했는데 요샌 자비로 연수를 받아야 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실제로 이날 또 다른 장소에서는 강습료 10만 원짜리 스포츠피구 강습회가 열리기도 했다).

군산 수송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7년차 스포츠강사 구본룡씨는 "수업연구를 위해 모인다는 것이 좋아서 왔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과 일에 대한 자부심을 채우고 간다"는 소감을 밝혔다.

전주 송북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이두일씨는 "아이들과 운동하는 건 즐겁지만 체력소모가 많은 직업이라 주말엔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와서 배우는 걸 남들은 이해 못해요. 3개월 계약인데 왜 그렇게 열심이냐는 거예요"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죠. 하루를 해도 아이들 앞에 서는 게 부끄럽진 않아야죠. 우리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체육만큼은 누구보다 전문가라는 자부심이기 때문에 즐겁게 배워요."

310명 중 160명이 대량 감원되고, 계약된 150명마저 전국 유일의 초단기 계약인 3개월 계약으로 근무하고 있는 전북 초등스포츠강사.

이들은 대량감원보다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도교육청의 태도에 더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위안으로 삼는 건, 교육현장에선 여전히 그들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비록 앞날이 불투명할지라도 열정을 쏟아 가르치겠다던 약속을 지키려 휴식을 반납하고 배움을 찾아나선 그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전북 초등스포츠강사 1차 자체연수휴일을 반납하고 수업연구에 임하는 강사들 ⓒ 김소정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교육신문 3월 17일자에 게재된 것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