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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떨어지는 소리 들어보았는가

광양 옥룡사지 천년 동백숲... 떨어져서도 열정적으로 피는 동백꽃

등록|2014.03.20 15:29 수정|2014.03.20 15:29

▲ 광양 옥룡사지 천년 동백숲 ⓒ 전용호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따뜻한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3월.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봄날, 빨간 동백꽃은 봄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동백은 해안가 지방에 군락으로 자생한다. 대표적인 자생지는 바닷가 지역에 많다. 최근 유명해진 장사도 그리고 전라선 종점인 오동도까지 남해안 어디든 가면 붉은 동백꽃을 볼 수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붉게 피어나는 동백꽃은 처연하다.

동백은 붉기만 한 것이 아니다. 동백의 아름다움은 노란 꽃밥에 있다. 꽃 속에 노란 꽃밥이 뿌려지면 동백은 절정을 이룬다. 서럽게 붉다. 봄이 시작되는데 동백은 떨어진다. 동백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 도선국사 천년 동백숲 들어가는 길 ⓒ 전용호


▲ 옥룡사지 동백숲 산책로. ⓒ 전용호


동백꽃을 보기 위해 지난 9일, 전남 광양 백운산으로 향했다. 광양 읍내를 지나 옥룡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가는 길 삼거리에는 쑥붕어빵 파는 곳이 있다. 길가에 차를 대고 붕어빵을 먹고 간다. 아주 유명한 붕어빵집이다. 왼쪽 방향으로 길을 잡고 추산마을을 지나면 길가로 큰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는 서둘러 온 관광버스들이 산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백계산(505m) 등산을 할 수 있고, 시간이 있다면 백운산 도솔봉(1123m)까지 오를 수 있다. 매화가 핀 밭길을 지나 찾아간 곳은 푸른 잎이 반짝이는 동백숲이 펼쳐진다.

동백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우물이 있고, 계단 위로 절터가 나온다. 폐사지다. 터는 있지만, 건물이 없는 곳. 말 그대로 어떠한 구조물 하나 남아 있지 않다. 옛 건물이 있었던 주춧돌 몇 개와 축대가 절터임을 알려주고 있다. 공간의 예술이 느껴지는 곳이다.

▲ 화려한 시절은 가고 폐사지로 남은 옥룡사지 ⓒ 전용호


▲ 부서진 석탑 잔해만이 지키고 있는 옥룡사지 ⓒ 전용호


옛날 이곳에는 옥룡사라는 절이 있었다. 옥룡은 이 지역 이름이기도 하지만, 옥룡자는 도선국사의 호이기도 하다. 통일신라 때 뛰어난 선승이자 한국 풍수의 원조인 도선국사는 이곳 연못에 살고 있던 아홉 마리 용을 몰아내고 숯으로 연못을 메워 옥룡사를 세웠다. 그리고 땅 기운을 돋우기 위해 동백나무를 심었다.

지금은 절터만 남아있다. 조선 후기인 1878년 화재로 소실 폐사되었다. 삼층석탑이었음 직한 잔해가 절터를 지키고 있다. 아픔이 느껴진다. 조각조각이라도 붙여서 세워놓으면 보기 좋을 텐데….

아쉬움은 폐사지의 아이콘이다. 마른 풀 위로 스님들의 염불 소리라도 들릴 것 같아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지만 쓸쓸함만 묻어나온다.

▲ 옥룡사지 건너편에 있는 운암사. 40m 크기의 대불이 있다. ⓒ 전용호


▲ 광양 옥룡사지 동백숲. 붉게 핀 동백이 정열적이다. ⓒ 전용호


'선의길' 동백숲을 따라 고개를 넘어가면 커다란 불상이 보인다. 운암사다. 능선을 사이에 두고 폐사지와 대형사찰이 공존한다. 폐사지의 허전함은 이곳에서 화려함으로 변한다. 운암사는 도선국사가 옥룡사를 창건한 2년 후에 지었는데, 불타 없어졌다가 30여 년 전부터 복원을 한 절이다.

이 절의 자랑은 40m 높이의 황동약사여래불이다. 대형 약사불이 모든 중생을 치료할 듯 내려 보고 있다. 다시 언덕을 올라 되돌아온다. 다시 만난 폐사지는 여전히 쓸쓸하다. 비어 있어서 아름답다고도 하지만 탑이라도 세웠으면 좋겠다.

▲ 땅에 떨어져 한 번 더 피어나는 동백꽃 ⓒ 전용호


▲ 땅에 떨어져서도 화려하게 다시 피어나는 동백꽃 ⓒ 전용호


내려오는 길에 땅에 떨어진 동백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책로에도 떨어져 있고 계곡에도 떨어져 있다. 동백은 꽃을 두 번 피운다. 나무에서 한 번, 떨어져서 다시 한 번. 떨어져서도 붉게 타오르는 동백은 여전히 기품을 잃지 않았다.

눈을 마주한 동백꽃이 속삭인다. 동백꽃처럼 화려하게 살다가라고…. 삶의 마지막까지 열정적으로 살아가라고….
덧붙이는 글 옥룡사 동백숲은 천연기념물 489호로 지정되어있고, 옥룡사지는 사적 제407호로 지정되어 있다. 옥룡사지 일원은 '도선국사 천년숲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시간 여우가 있으면 백계산(505m)까지 올라갔다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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