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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마음은 천리를 달린다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66] 老

등록|2014.03.21 09:41 수정|2014.03.21 09:41

늙은 로(老)는 갑골문에서 볼 수 있듯 머리가 긴 노인이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 漢典


"모든 것은 시들어 간다"는 니체의 말을 인간은 '늙어가는 것'으로 증명한다. 진시황이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약을 구하려다 결국 실패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필연적 여정이다. 책이 없던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마을에 노인 한 분이 숨을 거두는 것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구전되던 전설, 속담 등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던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책과 전자매체, 인터넷이 득세한 현대사회에 들어 급격히 그 빛을 잃었다.

하지만 "집에 노인 한 명이 있는 것은 보물이 하나 있는 것과 같다(家有一老, 如有一寶)"는 말은 이제 철 지난 얘기가 되었다. 급격히 늘어난 노인인구는 일자리, 의료, 복지 등 다양한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늙은 로(老, lǎo)는 갑골문에서 볼 수 있듯 머리가 긴 노인이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금문의 비(匕)는 될 화(化)의 생략된 형태로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老는 사전적 의미로 50세에서 70세까지를 지칭한다고 되어 있으나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 50세를 노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나이 든 노인이 더 이상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도록 자식이 업고 공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효(孝)는 오랜 기간 유교 이데올로기로 중시되었다.

중국에서는 '천수연(千叟宴)'이라는 이름으로 노인들을 모셔 108가지 산해진미 요리의 만한전석(滿漢全席)을 베풀었다. 우리나라는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나이든 어르신을 공경하는 의미로 '조장(朝丈)'이라는 지팡이를 임금이 하사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10월 2일 노인의 날에 100세 이상의 노인에게 명아주로 만든 전통 지팡이인 청려장(靑藜杖)을 증정하는 풍습으로 계승되고 있다.

조조는 그의 시 <보출하문행(步出夏門行)>에서 "늙은 천리마는 우리에 엎드려 있어도 마음은 천리를 달린다(老驥伏櫪, 志在千里)"고 했고, 황충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한 촉의 오호(五虎)장군으로 유명하다. 당(唐)대의 유명한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시를 써서 이웃집 노파에게 보여주고,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할 때까지 퇴고를 거듭해 늙은 할머니도 이해하는(老嫗能解), 평이하고 통속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시의를 그려냈다고 한다. 제(齊)나라의 관중(管仲)이 늙은 말이 길을 아는(老馬識途) 것에 착안해 사막을 빠져 나왔던 것처럼 백거이도 세상에 닳고 닳은 할머니들의 경륜과 지혜를 자신의 시를 가다듬는 거울로 활용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100세 시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 노인처럼 늙었지만 고리타분하지 않고, 자유의지로 넘쳐나는 맹랑한 '노완동(老頑童)'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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