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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대표를 사외이사에 참여하게 하라

[주장] 폐쇄적 의사결정구조, 혁신 필요하다

등록|2014.03.21 14:42 수정|2014.03.21 14:42
사외이사 제도는 대학교수, 변호사 등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전문가들을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시켜 기업권력의 집중과 남용,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할 목적으로 1988년에 도입되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유명무실해 지고 있다.

최근 공정위에 따르면 2012년 5월부터 1년간 이사회 안건 6720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한 안건은 단 25건(0.37%)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 3년간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들이 400여 건의 안건을 처리하면서 원안을 부결시킨 사례는 달랑 1건이었다. 사외이사는 사실상 '거수기' 노릇으로 전락했으며, 기업에 대한 견제, 감시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낙하산 논란도 심각하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재벌그룹 계열 93개 상장사가 선임하는 126명의 사외이사 중 청와대·사법당국·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 기관 출신이 45명(36.5%)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금융회사의 경우 새로 선임된 46명의 사외이사 중 14명이 모피아, 금감원 등 권력기관 출신이며, 그 비율도 30%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선임된 낙하산 사외이사들이 받은 연봉은 억대에 육박할 정도이다. 사실상 사외이사들의 역할은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기업의 '로비스트' 역할에 치중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래 전부터 사외이사 제도의 혁신을 위한 법·제도적 보완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그리고 추진 방향은 이사회 내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인적구성을 다양화하고, 소액주주 대표, 근로자 대표, 기관투자가 대표 등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이해관계자들의 이사회 참여방안 중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유럽식 공동결정제도가 오래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근로자는 기업의 발전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한다. 그런 이유로 대주주의의 전횡을 용인하거나, 잘못된 결정 등으로 인하여 기업이 망가지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기업 내부에서 적절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근로자 대표와 함께하는 것이 매우 부담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경영권 침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반대해 오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 대표 1인이 이사회에 참여한다고 하여 경영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란 주장은 논리적 비약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근로자 대표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이 주어진 것이지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근로자 대표의 참여를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이사회의 기능 회복에 기여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한국사회는 온갖 회계 부정 사건, 기업 범죄 등으로 인하여 홍역을 앓고 있다. 그리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피해도 눈두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기업 스스로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적절한 견제, 감시기능을 보완하여야 한다.

근로자 대표 1인의 이사회 참여는 기업의 폐쇄적 의사결정구조에 혁신을 불러올 것이다. 또한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유럽식 공동결정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경제 여건에 맞게 제도를 변화시키는 지난한 과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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