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유속이 사라진 4대강 "댐 수문 열자"

[현장] 세계적인 하천전문가 "지금이라도 철거해야"

등록|2014.03.22 14:52 수정|2014.03.22 14:52
"세상에 모든 강은 흐르게 둬야 한다. 강의 생태계는 유속에 기대어 생명이 살아가는 곳인데 유속이 사라지면 생명도 사라지고 결국에는 죽음의 강으로 변한다. 지난번 방문 때 파괴되는 강을 보면서 눈물까지 보였지만 오늘도 속이 울렁거리고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우리 같이 (4대강 보) 댐으로 가서 수문을 열자." 

금강을 돌아본 세계적인 하천전문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의 마지막 말이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3년이 되어가면서 사업 초기 전문가들과 시민단체가 우려한 수질악화, 역행침식 및 측면침식, 물고기 떼죽음 등 수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옳았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1시부터 4대강재자연화포럼(준) 주최 대한하천학회, 4대강사업국민검증단,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주관으로 세계적인 하천전문가와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공산성과 금강 공주보, 백제보, 부여 호암교 등을  둘러보는 행사가 열렸다.  

▲ 마지막으로 찾아간 부여군 호암교에서. 좌측으로부터 나카가와 마나부 기술사,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정민걸 교수, 유진수 처장, 양흥모 처장. ⓒ 김종술


이날 행사에는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독일 칼스루에 대학교)와 일본의 나카가와 마나부(일본 국토문제연구회 건설 부문 기술사),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박용훈 작가, 4대강 범대위 황인철 팀장,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그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4대강 콘크리트 보 때문에 유네스코 등재 어려울 듯"

먼저 찾아간 충남 공주시 곰나루 유원지 인근에는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남생이(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 천연기념물 453호)가 모래사장이 사라진 풀숲으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공주보 공사가 끝나기 무섭게 세굴과 수질오염으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며 "충남도와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강이 호수가 되고 거대한 콘크리트가 들어서면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세계적인 하천전문가인 독일 칼스루에 대학교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가 공주보 어도를 바라보고 있다. ⓒ 김종술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 동남부 드레스덴의 엘베 계곡에 19세기 낭만주의 건축이 있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는데 '교량 건설이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크게 훼손한다'는 이유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서 탈락했다"며 "(금강) 이곳도 (콘크리트 보) 시설물 탓에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주보를 돌아본  베른하르트 교수는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4대강 사업) 강이나 생태계에는 어이없는 일로 단지 토건회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일을 했을 뿐이다. 백여 년 전 유럽에서 라인 강을 개발할 때는 운송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싼 방법으로 강을 선택했다. 당시에는 일부 필요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호수처럼 되어 버린 강은 물고기가 오르지 못하는 생명이 사라진 곳이다. 결국 수질악화로 (4대강 사업)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유속이 바뀐다는 것은 주변 지형 변화를 불러와 강을 죽일 수도 있다"며 "다시 말해서 지금이라도 재자연화를 위해 댐을 허물든지 최소한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정민걸 교수가 공산성 성곽이 무너진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 김종술


나카가와 마나부 기술사는 "일본은 수십 년 전 잘못된 토건사업으로 지금까지도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투자해서 복원하고 있다. 한국이 사용가치도 불분명한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써서 파괴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문 열고 재자연화 위해 댐 철거 나서야"

▲ 나카가와 마나부 기술사가 호암교를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김종술


일행은 금강에 설치된 3개 보 중 가장 하류에 있는 백제보로 이동했다. 양 처장은 "이곳에 보를 세우면서 2012년 보 상류를 기점으로 하류 40km 인근에서 3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산소 부족으로 떼죽음을 당했고, 인근의 지천이 역행침식으로 농경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카가와 마나부 기술사는 "일본도 댐 영향으로 측면 침식과 역행 침식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끝나는 시기를 알 수가 없다. 댐을 철거하지 않는 이상 계속 발생할 것이다"며 "55년 만에 철거에 들어간 아라사댐(구마모토 현 야츠시로시 사카모토촌)을 철거하면서 녹조가 사라지고 맑은 물이 흘러 저서 생물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생명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교했다.

과도한 준설 영향으로 역행침식이 발생하는 호암교를 마지막으로 찾았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지금은 4대강 사업이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큰 변화가 없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용과 시간은 늘어만 갈 것이다"며 "당장에 보 철거가 힘들다면 수문을 열어서 지형 변화를 줄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동행했던 유진수 처장은 "1500년 된 성곽이 무너지고 곳곳에서 자전거 도로가 부서지면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측면침식과 역행침식이 발생해 농경지가 사라지고 있다. 4대강 공사 이후 생태계 복원이 아니라 피해만 늘어가고 있다"며 "오늘 행사를 계기로 4대강 사업 관심이 높아져 재자연화의 바람이 불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세계적인 하천전문가인 독일 칼스루에 대학교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가 24일 4대강 재자연화 포럼에 발표할 자료를 근거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종술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현장 방문에는 방송사 등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이날 전문가 지적처럼 이미 많은 국가가 수십 년 전부터 댐을 철거하고 하천을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재자연화(re-naturalization)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적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무조정실 산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위원장 사퇴와 중립성 논란으로 시작부터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한편 21일부터 진행되는 현장 조사는 금강을 시작으로 22일 낙동강 강정고령보, 버드나무 고사지, 칠곡보 왜관, 약목면 침수지역, 구미보 감천, 대체습지, 23일 내성천 회룡포 전망대, 무섬마을, 영주댐까지 2박 3일간 진행된다.

24일에는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국제적 하천 복원의 동향과 4대강의 미래'를 놓고 4대강 재자연화 포럼을 진행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