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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안철수는 완전히 실패했다 그의 '안철수 현상' 독점은 사라졌다"

[인터뷰]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본 '안철수와 통합신당'

등록|2014.03.24 08:06 수정|2014.03.24 10:43

▲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 권우성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난 20일 오후 2시 출판사 후마니타스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박상훈 대표는 최근 정치 관전평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럴 정도로 갑자기 이루어진 안철수 신당('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통합 선언에 시퍼런 날이 서 있었다.

"일상적으로 정치적 성과를 내서 선거에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선거에서 한 판 도박을 하듯이 게임을 걸어야 하는 정치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강한 정당 혹은 좋은 정치가 사회갈등을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온 박 대표에게 지금의 통합신당 국면은 '절망감'을 주는 듯했다. 그는 비관주의자라도 된 듯 "지금은 어떻게 해도 좋아질 것 같지 않은 상태다"라고 토로했다.

안철수 의원이 완전히 실패한 몇가지 이유

지금 국면의 뿌리는 '안철수 현상'이었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안철수 의원이 '청춘콘서트' 등으로 주목받으면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양당 독점체제를 깨줄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생겨났다. 특히 종북논란과 선거부정 의혹 등을 계기로 진보정당이 급격하게 약해진 것도 안철수 현상이 강력해진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박 대표는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철수 스스로는 중도라고 외치지만 그를 지지하는 마음에는 진보정당의 실험이 좌절된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사람들의 마음도 반영됐다"라며 "'안철수 현상' 자체에는 답답한 사회현실을 넘어서야겠다는 시민적 열망이 있었는데 그것은 평등, 분배 등 진보적 의제들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진보적 요소"가 있었던 안철수 현상은 현실정치가로 변신한 안 의원에 의해 제대로 실현되고 있을까? 박 대표의 평가는 냉혹했다. 그는 "나는 정치인 안철수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정치인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철수는 민주당의 한 구성요소로 사그라들었다"는 것이 현재까지 그의 판단이다.

박 대표는 안 의원이 현실정치인으로서 "완전히 실패"한 이유로 ▲ 이미지 중심주의 ▲ 정당체제를 약화시키는 새정치 대안 ▲ 여론동원 정치 ▲ 갈등 회피적 성향 ▲ 애매한 중도 노선 등을 들었다.

박 대표는 "안철수는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나 일본의 이시하라처럼 기존의 정당체제가 약해지면서 등장한 포퓰리즘이다"라며 "안철수의 경우 이미지 관리가 세력형성 과정의 중심으로써 머릿속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정치적으로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받기 좋은 상품으로 정치가 흘러가고 있다"라며 "이런 평가를 안 받으려면 정당을 조직하고 세력을 형성해 이념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실력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미디어적 주가가 제일 좋을 때 민주당과 통합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에 얼마나 호의적으로 많이 나오느냐가 행동원리의 전부였던 것 같다"고도 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최근 한 강연에서 "매스미디어와 여론조사가 결합한 이미지 정치가 등장했는데 안철수 의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 대표는 "과연 정치인 안철수가 '안철수 현상'을 제대로 실현하고자 제 역할을 잘 해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차례가 됐다"라며 "'안철수 현상' 속에 숨겨진 열망을 개인적으로 전유하게 된 명망가 안철수, 초선 의원 안철수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인기를 얻기 위해 '약속 윤리' 동원하는 것은 최악"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뭉친 김한길-안철수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선출된 김한길-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함께 손잡고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또한 박 대표는 안 의원이 집착한 기초선거 무공천을 "정치학적으로 빵점이다"라고 혹평했다. 특히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기초선거 무공천 등 안 의원이 내놓은 새정치 대안을 "자해적 정당혁신론"이라고 불렀다. "자기 몸이 아프면 더 단단히 만들어야 하는데 자해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정당이나 정치에 부여된) 특권은 시민들이 경제권력이나 관료를 견제하라고 준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강하게 제대로 쓰겠다고 하는 것이 정상적인 태도다"라며 "그것을 다 포기해버리면 결국 사회의 돈 많고 목소리 센 사람들에 의해 좌우된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도덕주의적 이분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시각이다.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민주당과 통합함으로써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독자정당 건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전혀 해명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옳은 길이라는 확신은 없고 약속만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도덕주의다"라며 "인기를 얻기 위해서 신의를 지킨다는 (약속) 윤리를 동원한 것은 정치에서 최악이다"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조금 특별한 초선의원으로서 정치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라며 "상임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예산도 공부하고 통치집단을 이끌 정당 안에서 성장한 다음 정치지도자의 길을 선언하는 게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박 대표는 "(통합신당이) 만약 선거에서 진다면 그 결과를 감수할 조직력이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이번 연합이 새로운 분열을 예고하는 것이라면 야권정치가 붕괴하고 장기적으로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인)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이전에는 새누리당 장기집권 가능성에 두려움이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정치적으로 (장기간) 보수우위체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긴다"라며 "다만 아직 한국사회는 진보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에 진보정당도 야권연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가면서 실력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제자그룹인 박 대표는 <만들어진 현실><어떤 민주주의인가>(공저), <정치의 발견><민주주의 재발견><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공저) 등을 펴낸 정당정치 전문가다. 도덕주의나 역사의식 등을 앞세우는 논리나 진보파의 반정치주의에도 반대한다. '정치가 좋아져야 민주주의가 잘 작동한다'는 시각에서 민주주의 체제의 정치가 제공하는 의미있는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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