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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보도를 보면 6.4지방선거가 보인다

박맹우 울산시장 조기 사퇴 두고 두 지역언론 보도 '극과극'

등록|2014.03.24 16:52 수정|2014.03.24 16:52
3선의 박맹우 울산시장(새누리당)이 오는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6월 말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오는 31일 사퇴할 예정이어서 지역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 박맹우 울산시장 결국 사퇴 기자회견... 사임서 제출)

박맹우 시장은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사퇴를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화 했다. 그는 "혹시 7월 30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다면, 나서기 위해 오는 3월 31일 사임하고자 한다"며 "나라와 울산을 위해 더 크고 많은 일을 하고, 국회에 가서 국회가 제몫을 다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제기되어온 새누리당 울산시장 특정후보와 연계설, 새누리당 중앙당과의 사전 교감설을 일축하고 "모든 일은 나 혼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명의 후보 중 2명의 현직 의원이 공천을 받아야만 보궐선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사태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런 가운데 지역 언론들이 이번 박 시장의 사퇴에 대해 극과극의 다른 입장으로 보도하면서 지역 정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지역언론의 보도는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에서 추이가 주목된다.

ABC 부수 1, 2위 울산지역 신문, 박 시장 사퇴 보도 형태 '극과극'

▲ 박맹우 울산시장의 조시사퇴 정당성을 부여한 <경상일보> 보도 ⓒ 지역언론 갈무리


울산지역 최대 일간지 <경상일보>는 24일 자 '박맹우 울산시장 '킹메이커(새 울산시장)' 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5일께 컷오프를 통과한 (새누리당) 빅3 후보군이 당원·대의원 등 경선인단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표밭 대결'을 펼치게 되면 이미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라는 정치적 행보를 결정해놓은 박 시장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6·4지방선거 결과는 박 시장의 향후 정치인생을 결정하는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적극적인 행보를 할 경우 특정후보에게 힘이 실리기도 하겠지만 반대 후보 지지세력들의 역풍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12년간 시정을 끌어온 박 시장의 '맨파워'가 어떻게 작동할 지 관심이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내용은 사실상 박 시장의 사퇴를 정당화하면서 박 시장이 새누리당 울산시장 경선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이날자 '임기 채우면 2년 정치 공백 부담, 울산 인재·세력 부족 절감 한 몫'이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박 시장이)이번 보궐선거가 아니면 2016년 차기 국회의원 선거까지 기다려야 한다. 박 시장으로서는 2년여동안 정치인생의 공백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는 왕성한 활동량을 보일 수 있는 나이인데다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정부와의 관계에서 울산의 인(人) 부족, 세(勢) 부족을 절감한 것이 보선 출마를 결심하는데 중요한 판단 요인이 된듯하다"며 사퇴 정당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울산매일>은 <경상일보> 기사의 논조와 방향이 완전히 다른 형태의 보도를 쏟아냈다.

▲ 박맹우 울산시장의 조기 사퇴가 선거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보도한 <울산매일> 보도 ⓒ 지역언론 갈무리


<울산매일>은 역시 24일자 '공무원 총괄 市長 부재…선거 중립성 훼손 우려'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맹우 시장의 임기전 사퇴에 따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의 선거 중립 훼손과 고질적으로 이어져 온 유력 후보자 줄서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박 시장의 사퇴 자체를 부정적으로 봤다.

또한 <울산매일>은 "기초단체장은 모두 선거에 재출마를 하는 당사자인 만큼 선거중립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선거의 중립성을 총괄해야 할 울산시장의 부재는 공무원의 줄서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공무원의 중립훼손은 공직사회의 안정을 저해하고 일할 분위기를 망치는 등 동료 간의 불신과 반목을 초래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인맥을 활용한 일부 공무원들이 출마예정자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다니고 있는 상황이다."며 박 시장 사퇴가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 신문은 또  이날자 ''박맹우 사퇴' 울산시장 경선 요동'이라는 제목의 해설 기사에서도
이같이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경선을 앞두고 터져 나온 박시장의 임기전 사퇴선언에 대해 지역의 부정적 여론이 앞으로 후보경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초미의 관심사이다.

지역 정가는 박 시장의 이번 중도사퇴가 시장후보 경선의 중립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여론으로부터 역풍을 받을 경우 오히려 지원을 받는 경선주자에게는 역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고 보도하며 부정적 여론을 더 부각시켰다.

이처럼 울산지역 신문부수 1, 2위를 다투는 지역일간지들이 극과극으로 전혀 상이한 보도를 내놓으면서 시민들의 궁금증은 더 커지고 있다.

울산시민연대 "보궐선거 출마 위한 중도사퇴, 개인의 정치적 욕망"

한편 울산시민연대는 박맹우 울산시장 사퇴와 관련한 논평을 내고 "3선, 12년간 울산 행정의 수장이었던 박맹우 시장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중도사퇴하는 것은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유권자들이 부여한 의무를 개인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울산시민연대는 또 "특히 장장 12년간 울산시민의 나름 지지를 받아왔던 자로서 아름다운 마무리가 아니다"며 "현실정치에 있어 12년간의 행정권력이 치열한 지방선거에 혹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박 시장이 소속된 새누리당 시장후보로 누가 될 것인지 예정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토록 시민과 다짐했던 12년 임기 완수를 중도포기 한 것은 국회의원 두 명 중의 한 명이 시장에 당선될 것이라는 것을 고려치 않고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역으로 본인이 직업 정치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네 명의 새누리당 예비후보군에서 두 명의 국회의원 중 한 명이 반드시 당내 예비경선을 통과하고 시장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난 12년간 누려왔던 행정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4 시민기자 6.4지방선거 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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