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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요일은 전 세계가 전등끄는 밤인 거 아시죠

'어스아워' 준비하는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장호균 대표를 만나다

등록|2014.03.25 11:17 수정|2014.03.25 16:51

장호균대표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대표인 장호균씨가 시민모임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그는 환경운동이 정체된 원인과 처방을 나름 시원하게 말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부분을 실천하며 돌파해가고 있었다. ⓒ 송상호




"이번 토요일 밤 '어스 아워' 땐 우리 모임 사무실에서 안성시민들과 함께 촛불파티를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촛불을 켜놓고, 웃고 노래하고 즐기며, 지구별의 환경을 이야기하는 조그만 축제입니다."

"어스 아워? 그게 뭐야"

어스 아워? 영어로는 'earth hour' 바로 지구를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전등을 끄는 밤이다. 이 퍼포먼스는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되어 매년 시행되어 왔으며, 전 세계 154개국 7000여 개 도시에서 진행됨으로써 단일캠페인으로는 지구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행사다.

오는 28일 토요일밤 8시 30분에서 9시 30분. 이 한 시간이 바로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이다. 각 나라가 시간차가 있지만, 지구별 밖에서 보면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줄줄이 한 시간 씩 소등이 되는 경이로운 장면들이 연출될 예정이다. 물론 전 세계가 모두 참여한다는 가정 아래이지만 말이다.

이 시간이 임박해지자 분주한 곳이 있다. 바로 안성에 있는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환경단체)이다. 이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는 이 모임의 장호균 대표를 지난 24일 시민모임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성지역 신문에도 게재된 퍼포먼스를 기자가 장 대표에게 물었다.

- 지난 7일, 안성 고삼면에 있는 고압전선 아래에서 형광등 퍼포먼스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오마이뉴스>를 통해 형광등 퍼포먼스를 접하고, 우리도 해보자고 시도해보았습니다. 캄캄한 밤에 시민모임 동료들과 함께 고압전선 아래 가서 형광등을 손으로 들었죠. 신기하게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더라고요. 우리에겐 소중한 추억이자 신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장 대표는 이날 퍼포먼스의 의미를 "작년에 안성이 변전소 후보지로 되었다가 다행히 막았지만, 언제든지 제2 제3의 신중부 변전소가 안성에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시민들에게 각성하게하고, 에너지 절약의 의미를 일깨우려고 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날이 물론 후쿠시마 핵사고 3주기의 날이어서 의미는 더 했다.

환경운동이 시들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자가 "요즘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운동이 한계에 부딪쳐 시들해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돌직구'를 던지자 그는 크게 외부적인 요소와 내부적인 요소로 나눠 진단을 내렸다.

"외부적인 요소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본주의 방식의 극대화로 인해 시민들이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져서 그렇습니다. 사회에 공헌하고 환경운동에 투자할 여유를 잃어버린 거죠. 둘째, 주요 언론에서 환경문제의 실상과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도 이유가 큽니다. 대기업과 경제라는 역학구도를 생각하며 그런 것이죠.

시민단체 내부적인 요소입니다. 우선 시민운동단체들이 기존 방식에 타성이 젖어 변화하지 못한 게 큽니다. 요즘 시민들은 직접참여, 직접소통을 원하고 있는데 반해 시민단체가 그것을 담아내지 못한 것입니다. 예컨대 SNS를 활용해 저변확대 한다고 하긴 하지만, 자신들만의 언어로 접근하고, 환경운동의 당위성으로 접근하다보니, 정작 시민들과의 공감대와 의사소통이 약해진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동안 열심히 헌신하던 운동가들이 지친 것입니다. 물론 앞의 이유들과 맞물려 있습니다."

악조건 탓하지 않고 새로운 길 모색 중

기자가 "진단이 나왔다면 처방도 있을 텐데요. 무엇이 있을까요"라고 묻자 장 대표는 웃으며 그 대답을 몇 가지 내어놓았다. 물론 지금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에서 실제로 해가는 것들이라고 했다.

형광등 퍼포먼스지난 7일, 장호균대표와 동료들은 깜깜한 밤에 형광등 몇 개를 달랑 들고 안성 고삼면에 위치한 고압전선 아래로 모였다. 그 퍼포먼스를 통해 시민들보다 자신들이 더 깨닫고 재밌었다고 그들은 고백한다. 고압전선 아래에서 형광등이 반짝일 땐 "야, 불이 들어 온다"며 아이들처럼 신나해 했다고 그들은 고백했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우선 SNS를 통해 회원과 시민이 직접 토론하는 창작의 마당을 올 4월 22일부터 가동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우리 모임에선 10년 후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는 비전위원회를 만들어 회원과 시민의 직접 참여 공간을 확대하려 합니다.

운영위원회 회의록은 모두 공개하고, 운영위원회도 대표가 진행하기보다 운영위원이 진행하고 있죠.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도 시민과 회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운영위원들은 충분히 휴식한 사람과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폭교체를 했습니다. 

운영위원들은 각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안건으로 내고 거기에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우리 모임의 목표는 운영위원(실무자)이 행복한 모임이 되는 것입니다. 운영위원이 아니고 회원이 아니어도 특정한 퍼포먼스에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거기에 참여한 사람이 굳이 우리 모임의 회원이 되라는 무언의 강요도 없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남들이 모두 환경운동이 시들하다며 맘 놓고 있을 때, 장 대표와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사람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어 그저 고맙다. 그나저나 이번 토요일 밤은 그들이 외치는 대로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위한 한 시간'에 동참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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