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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법 감정 무시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안 된다

봐주기 판결의 전형 이대로 좋은가?

등록|2014.03.25 17:09 수정|2014.03.25 17:09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1일 5억 원 노역장 처분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넘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법원이라고 믿고 싶은 국민들의 시각에선 이번 허씨에 대한 판결은 결국 국민들의 법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오로지 힘 있는 자에 대한 봐주기 판결의 전형이라는 또 하나의 징표에 불과하다. 언제 이 같은 결과가 뒤집혀질 것인가는 결국 이 땅의 사법정의가 바로서기 전까지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법조계의 현실이라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지난 1988년 10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집단 탈주범들에 의한 끔직한 사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건을 접하면서 가진 자들에 대한 법의 관대함은 이 땅의 법치실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단 탈주범 사건 이후 그들이 우리 사회를 향해 부르짖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법정 공식이 지금까지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허씨의 노역장 처분에 따른 허탈감은 극에 달해 있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는 지금 승승장구하여 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하니 그들이 과연 '법의 만인에 대한 평등'을 얘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결국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닌 가진 자를 위한 법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 이번 사건은 일반인의 대부분이 1일 5만원으로 계산돼 노역장에 유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허재호씨를 위한 검찰과 법원의 합작품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재판에 의한 차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허씨에 대한 1일 5억 원의 노역장 환형처분은 2008년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가지고 있던 1일 1억 1천만 원의 환형처분 금액보다 많은 역대 최고액을 갱신했다는 점에서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처럼 가진 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봐주기 판결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사라지기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법 감정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 불신의 골을 깊게 하고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역장 처분에 따른 국민적 공분을 접하고서도 법원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은 비록 판결에 관한한 당해 법관의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이고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가 없다. 적어도 앞으로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라도 발표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단지 허씨 개인에 대한 가진 자들에 대한 비호로 비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엄정한 법집행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엄정한 법집행이야말로 사법정의를 세울 수 있는 첩경이요, 국민들로 하여금 법치가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이해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다음 아고라에 게재하고 한겨레신문에 투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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