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이선희 열창에 '홍당무'도 빨개졌다
[현장] 이선희 15집 '세렌디피티' 발매기념 쇼케이스 "노래하길 참 잘했다"
▲ 이선희, '심금울리는 울림'5년 만에 컴백한 가수 이선희가 25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15집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그 중에 그대를 만나'를 열창하고 있다. 15집 앨범 <세렌디피티>는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이선희가 준비한 스페셜 앨범으로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는 웰메이드 팝 발라드 곡들로 꾸며졌다. ⓒ 이정민
자식들 키우느라 정신없는 어머니들, 그들에게도 청춘은 있었다. 25일 오후, 주홍빛 옷을 입은 중년 여성들이 올림픽 공원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한껏 상기된 얼굴로 주황 야광봉을 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홍당무'라고 했다.
홍당무는 가수 이선희의 30년간의 음악 여행에 동행해 온 팬클럽 이름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장 빛났던 청춘을 함께 해 온 '우리 언니' 이선희를 보기 위해 단숨에 달려왔다. 공연 시작 4시간 전부터 "이선희 사랑해요"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25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이선희의 15집 앨범 <세렌디피티(SERENDIPITY)> 발매 기념 스페셜 쇼케이스가 열렸다. 1984년 1집 <아 옛날이여>로 데뷔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이선희는 설렘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노래하는 이선희..."사랑해"가 아깝지 않아
▲ 사랑해요 '이선희'25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가수 이선희의 15집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가수 이승기, 윤도현, 임정희, 거미 등과 팬들이 이선희에게 하트와 박수를 보내고 있다. 15집 앨범 <세렌디피티>는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이선희가 준비한 스페셜 앨범으로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는 웰메이드 팝 발라드 곡들로 꾸며졌다. ⓒ 이정민
이선희의 <세렌디피티> 쇼케이스는 는 여느 때보다 많은 팬과 함께했다. 그의 '팬들'은 관객만이 아니었다. 진행을 맡은 방송인 이금희를 비롯해 초대된 가수들(타카피, 임정희, 거미, 이승기, 윤도현)도 포함됐다. 객석의 팬들은 정적이 흐를 때 마다 "사랑해" "대박"을 외쳤고, '노래하는 팬' 가수들은 하나같이 "이선희 선배님 사랑합니다"를 연신 외쳤다.
이승기와 윤도현의 때 아닌 '팬심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둘은 "내가 더 팬이다"라며 각자 이선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필했다. 자타공인 이선희 팬이라는 윤도현은 "학창시절 방을 이선희 선배님의 사진으로 도배했다"며 "TV에 나오면 화면을 만졌다"고 말했다. 이에 자신을 "이선희의 애제자"라고 소개한 이승기는 "이선희 선배님 팬클럽 이름을 아느냐"며 "저는 언제나 홍당무와 함께했다"며 응수했다.
이선희가 등장하던 순간,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이 울려퍼졌다. 이선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안경과 단발머리에 단정한 긴 바지 차림이었다. 유독 긴장된 모습의 이선희는 고개를 숙인 채 온 몸으로 리듬을 느끼며 첫 곡 '동네 한 바퀴'의 라이브 무대를 준비했다.
이선희가 노래하기 위해 입을 떼는 순간 장내는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공중에 울려 퍼지는 건 오직 이선희의 목소리와 팬들의 숨소리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이선희의 힘있는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팬들은 참지 못하고 "사랑해"라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후 이선희가 무대에 서있는 모든 순간, 곳곳에서 "사랑해"라는 말이 새어 나왔다.
신곡 몽땅 외워 따라부른 팬들...이선희 "노래하길 잘했다"
▲ 이선희, '여왕의 카리스마'5년 만에 컴백한 가수 이선희가 25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15집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열창을 하고 있다. 15집 앨범 <세렌디피티>는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이선희가 준비한 스페셜 앨범으로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는 웰메이드 팝 발라드 곡들로 꾸며졌다. ⓒ 이정민
이선희가 타이틀 곡 '그 중에 그대를 만나'를 열창하던 순간이었다. 이선희가 객석을 향해 '스윽' 손짓하자 오래된 곡인것 마냥 완벽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공연 당일 공개된 곡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팬들은 이선희의 목소리가 얼마나 고팠던지 이선희의 곡을 8시간도 채 안 돼 몽땅 외워버린 것이다.
오랜만의 만남에 감정이 격해진 팬들은 연신 무대를 향해 소리쳤다. 그들의 진심어린 마음에 장내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팬들은 중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설렘과 기대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진심으로 반가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선희는 열광하는 팬들 앞에서 "오랫동안 혼자 작업했는데 여러분이 이렇게 큰 선물을 줄지 몰랐다"며 "이 순간에 노래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며 진심어린 마음을 전했다. 이선희와 홍당무는 어느새 40대를 훌쩍 넘긴 중년이 었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변치 않은 듯 했다.
▲ 이선희, 케이팝의 여왕 그 자체5년 만에 컴백한 가수 이선희가 25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15집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열창을 하고 있다. 15집 앨범 <세렌디피티>는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이선희가 준비한 스페셜 앨범으로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는 웰메이드 팝 발라드 곡들로 꾸며졌다. ⓒ 이정민
"시간이 이렇게 지난지 모르고 노래했어요. 여러분이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열심히 살고 계셨잖아요. 저는 여러분이 저를 다시 찾아주실 순간을 생각하며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오늘 그동안의) 기대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서 기뻐요"
이날 이선희 자작곡 '나는 간다'를 마지막으로, 예정된 <세렌디피티> 쇼케이스 일정은 모두 끝났다. 공연했던 전 출연진들이 무대에 올라 함께 성공적인 쇼케이스를 기뻐했다. '애제자' 이승기가 "다같이 '이선희 15집 대박'을 외칩시다"라고 제안하자, 장내의 모든 사람이 동참해 한 목소리로 "15집 대박"을 외쳤다.
그렇게 '작은 거인' 이선희는 후배들의 손을 잡고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이선희의 노래에 기립박수를 치던 팬들은 깊은 여운에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못했다. 모두 자리에 눌러앉아 "앵콜"을 외치며 주홍빛 야광봉을 세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팬들은 4월에 있을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기약하며 장내를 떠나야만 했다. 홍당무들은 벅찬 감동을 안은 채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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