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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입장표명 요구가 위장술? 그게 바로 색깔론"

[인터뷰] 정태흥 통합진보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2014.03.27 14:44 수정|2014.03.27 18:55

▲ 정태흥 통합진보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최근 이정희 대표가 천안함 사건에 조의를 표명할 것을 북한에 제안한 것과 관련해, 정당해산 심판을 비켜가기 위한 전술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반박했다. ⓒ 이희훈


"(북한을 보는) 태도가 변화됐다고 느끼는 것도 좋은 일이다."

정태흥 통합진보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최근 이정희 대표가 천안함 사건에 조의를 표명할 것을 북한에 제안한 것과 관련해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대결 속에서도 틈을 찾아야 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북한문제와 관련해 어떤 의견도 표명하지 않았던 통합진보당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사무실에서 만난 정 후보는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한 단계 전진시키기 위한 진정성 있는 제안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라면서도 "다만 (이를) 정당해산심판청구에 대비한 위장전술이라는 공세는 또 다른 색깔론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진보당의 '천안함 조의 제안을 놓고 정당해산심판을 비켜가기 위한 전술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진보당 모든 후보, 당선 위해 뛴다"

정 후보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당의 후보지만 인터뷰 내내 여유 있는 웃음을 보였다.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정당해산심판 청구가 진행되는 위기 상황에서 그가 출마한 목적은 당선보다는 국면전환용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통합진보당은 전국에 1000명의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했고, 서울에도 정 후보를 비롯해 기초단체, 기초의회 후보로 150명이 출마했다. 이런 것들이 위기 국면을 선거를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였다는 것이다.

▲ 출마 목적을 묻는 질문에 정태흥 예비후보는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통합진보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서울에서 출마한 통합진보당 후보 모두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며 완주 의지를 보였다. ⓒ 이희훈


그러나 정 후보의 답은 예상을 비켜갔다. 출마 목적을 묻는 질문에 그는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통합진보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아닌가? 서울에서 출마한 통합진보당 후보 모두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라며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 모든 야당의 후보는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완주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는 출마 계기를 묻는 질문에 "민주주의를 위해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시민들에게 박근혜 정부가 강제로 정당을 해산시키려하고, 국정원이 정치전면에 나서는 것이 곧 민주주의 파괴라는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또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많은 노동자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파구 세 모녀 사건처럼 서민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이런 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건 통합진보당밖에 없다. 그 내용도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싶어 출마하게 됐다."

그러나 그의 출마는 거대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여겨졌다. 2~3% 가량의 지지를 얻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서울시장에 나올 경우 박원순 시장과 새누리당 후보의 각축전에서 오히려 새누리당 쪽에 반사이득을 안길 것이라는 시선 때문이다.

정 후보는 이같은 우려에 "진보당은 진보민주개혁세력이 총단결 해 수구보수세력과 맞서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것이 야권연대를 한 이유다"라며 "진보당은 그 길을 한 번도 흔들림 없이 걸어온 반면, 흔들린 것은 민주당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진보당과 선긋기에 급급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종북몰이는 이제 정권에 반하는 모든 세력에게 덧씌워진다"라며 "정권이 야권연대를 파기하기 위해 종북몰이를 하는데, 그것에 함께 맞서 싸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새누리당을 도와주는 행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원순, 잘했지만 아쉬워... 통합진보당이 더 진전시키겠다"

▲ "(북한을 보는) 태도가 변화됐다고 느끼는 것도 좋은 일이다." 정태흥 통합진보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당의 후보지만 인터뷰 내내 여유 있는 웃음을 보였다. ⓒ 이희훈


정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과거의 토건개발 시정으로 돌아갈 것인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복지의 시정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시험대"라고 규정하고 월세와 생활비 제공, 고등학교까지 친환경급식 실시, 65세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등 다양한 복지 공약을 내놓았다.

그중에서 그는 "생활임금제도 도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진일보한 임금체계로 실제 생활에 필요한 최소비용을 임금으로 보장하는 내용이다.

정 후보는 민주당 소속의 현 박원순 시장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박 시장의 공약 이행률이 상당히 높다, 또 자신의 당선 배경이었던 무상급식과 보편적복지의 확대 요구를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좋은 성과"라며 "서울의 전월세 문제가 심각한데 임대주택 8만호 보급과 추가 보급계획을 제시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현 시장에 상당히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자신이 시장이 돼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 후보는 "좀 더 전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성북구와 노원구에서 시행한 생활임금제도를 서울시 차원으로 확대해 선진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 뉴타운 재개발 문제도 출구전략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또 정 후보는 "서울시가 민간 위탁한 사업분야 역시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직접 운영에 나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런 부분이 박 시장이 할 수 있었음에도 시행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를 진전시키는 일을 저와 통합진보당이 맡아서 해보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또 새누리당의 유력한 후보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총리와 관련해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는 분들이 시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해야지, 대통령의 마음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라며 "결국 시민의 마음이 아닌 '박심'을 실현하기 위해 출마하는 거 아닌가, 그런 논란이 일고 있다는 자체가 민주주의 후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 후보들은 시민의 의사를 묻고 그것으로 판단하려는 자세가 없다, 서울시정을 맡을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태흥 후보는 전남 담양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과 제3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진보연대 공동대표와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후보는 안철수 의원이 당선된 지난해 4월 서울 노원구 보궐선거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해 0.8%를 득표했다. 이에 앞서 2008년 총선에서는 서울 성북구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6.1%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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