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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효수' 늦장 기소 임박... 구속 여부 주목

6개월 전 조사하고도 사건 처리 미뤄... '유우성 사건' 관련해 시점 조율 의혹

등록|2014.03.27 08:45 수정|2014.03.27 09:22

▲ <디시인사이드>에 ID 좌익효수가 올린 댓글의 일부 목록. 그는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는 등 저질스런 용어를 사용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을 올렸을 뿐 아니라,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도 다수 올렸다. ⓒ 이병한


인터넷에 호남과 좌파, 여성을 상습적으로 모욕하고 비하하는 글을 올렸던 아이디(ID) '좌익효수' 국가정보원 직원에 대해 검찰이 이미 6개월 전에 해당 직원을 조사해놓고도 사건을 쥐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검찰과 국정원이 처리 시기를 조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해당 국정원 직원은 심리전단 소속이 아닌 대공수사 요원으로, 간첩 혐의 등으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유우성씨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기 전 국정원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늦게나마 검찰이 조만간 기소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주목된다.

이 사건 고소인 중 한 명인 인터넷방송 진행자 '망치부인' 이경선씨의 남편은 지난주 월요일인 3월 18일 검찰에 나가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이씨에 따르면, 당시 '이대로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검사가 "아니다, (좌익효수는)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국정원 직원을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전 특별수사팀에서 이미 조사

문제는 기소 여부보다는 구속 여부다. '좌익효수'는 죄질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이 중론이다. "(5·18은) 폭동 맞당께" "홍어에게 표를 주면 안됨" "전(두환) 장군께서 (전라도를)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 등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그가 올렸던 저질 게시글은 2011년 1월 15일부터 2012년 11월 28일까지 3451개에 달한다.

특히 배우 김여진씨를 "개정일 기쁨조", 임수경 민주당 의원을 "늙은 창녀"로 표현하고, 이경선씨는 물론 그의 미성년 딸에게까지 성폭력성 발언을 퍼부었다. '좌익효수'는 지난해 7월 말 자신의 행적이 문제가 되자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다.

이 때문에 검찰도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파악된 아이디지만 다른 아이디와 달리 따로 떼어내 수사해왔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질질 끌어왔다. 이와 관련해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유우성씨 사건의 국정원 수사팀이었다는 '좌익효수'의 신분 때문에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검찰과 국정원이 처리 시기를 조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좌익효수'의 행태가 알려진 때가 지난해 7월이고, 유우성씨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시기가 지난해 8월이다. 판결 전부터 유씨의 동생 유가려씨의 폭로 회견으로 강압·짜맞추기 수사 논란이 시작됐고, 재판 과정에서 디지털 사진 증거 조작 논란이 일었다.

좌익효수에 대한 고소·고발은 지난해 7월(통합진보당 광주시당)과 10월(이경선)에 이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너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사람이 유우성씨 사건의 수사를 해서 그렇게 됐던 것 아니냐는 파장을 우려해서 (검찰과 국정원 모두) 그 사건 처리 시점을 조율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미 6개월 전에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원주지청장)에서 문제의 국정원 직원을 찾아내 조사했던 것이 검찰 내부 관계자를 통해 확인됐다.

이는 검찰이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고의로 쥐고 있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당시 윤석열 팀장 체제였던 특별수사팀은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늘의 유머'를 넘어 트위터로 수사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었고, 그 과정에서 팀장이 교체되고 팀이 사실상 해체되면서 '좌익효수' 처리는 다른 검사들 손으로 넘어갔다.

최근 악질 악플러 구속 수사 추세... 국정원 직원은?

'좌익효수' 사건은 그리 복잡한 사건이 아니다. 행위의 범죄적 성격이 뚜렷한 만큼 베일에 가려졌던 국정원 직원만 특정하면 수사의 대부분은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소·고발된 그의 혐의 중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개인적 행위였다"라고 할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명예훼손과 모욕·협박 등은 비교적 명확하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죄질이 나쁜 악플러들은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삼아왔다. 지난해 12월 27일 경찰은 총 63차례에 걸쳐 자신의 블로그에 가수 장윤정씨를 음해하는 글을 올린 안티 블로거를 구속했다. 지난해 검찰은 대선을 앞두고 언론사 사이트에 박근혜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114회 올린 60대를 구속 기소했고, 법원은 이례적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실형을 선고했다.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1998년 3차장 시절 "상습적인 명예훼손과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 공공기관과 사회 저명인사에 대한 음해성 허위사실 유포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과 광주시당은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좌익효수는 고발되자마자 관련 댓글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만큼, 반드시 구속 수사가 돼야 한다"라면서 "기소가 결정 나는 즉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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