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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정말 대견하고 감동적이야"

새끼 낳은 어미 고양이... 모성애에 대하여

등록|2014.03.27 14:22 수정|2014.03.27 14:22

고양이의 출산태어난 지 사흘 된 고양이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잠 든 어미. ⓒ 정덕수


지난해 봄 러시안블루종 오드아이 한 마리를 아는 이가 키우다가 가게 운영 문제로 맡아 달라고 하여 기르고 있다. 이름은 전 주인이 지은 그대로 '럭키(lucky)'를 그대로 부른다.

발정기를 거쳤으나 집 밖을 몇 번 나갔다가 온 것 외엔 이런저런 일로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며칠 전인 일요일(23일) 저녁 아이들이 아빠를 찾았다. 아이들이 자는 침대 위에서 새끼를 낳기 시작한 것이다.

첫 출산이라 제법 산고를 겪은 듯하다. 먼저 태어난 새끼를 한참 핥던 어미가 더 이상 핥기를 멈추고 외면한다. 차마 사산이란 말을 못하고 방습 처리가 된 깔개를 널찍하게 깔아주고 하던 일을 하는데, 30분가량 지난 뒤 아이들이 연거푸 달려와 또 다른 새끼들이 태어났다고 전했다.

태어난 새끼들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한 뒤에도 아이들은 태어난 새끼들을 핥아주는 어미가 대견하고 안쓰러운지 자정이 다 되도록 잠자리에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후 9시부터 시작된 출산은 12시를 조금 넘겨서 마지막 새끼까지 낳고야 끝났다.

건강하게 태어난 새끼들은 어미를 쏙 빼닮은 흰 고양이 두 마리와 연한 갈색 고양이 한 마리다. 그때야 사산한 새끼를 슬그머니 치워주고 아이들에게 어미도 새끼가 이미 죽은 걸 알기에 핥아주던 걸 멈추고 외면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아이들은 자정을 넘겨 태어난 새끼들을 뒤척이며 고루 핥아주는 어미를 보며 말했다.

"아빠, 엄마! 정말 감동이야. 그리고 럭키가 대견해."
"다른 동물들이 냄새를 맡고 새끼를 헤칠까 봐 저렇게 다 핥아주고 냄새가 나지 않게 다 먹어버리는 거 맞지?"

새끼 몸을 온전히 마르도록 핥아주고 젖 물리는 어미

아마도 학교에서보다는 책이나 TV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고양잇과 동물의 습성에 대해 배웠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읽은 누나가 기억을 해냈을 터이고, 동생은 누나를 통해 간접 학습을 고양이의 출산을 통해 배우는 시간이 된 것 아닐까. 어미의 모성본능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긴 시간 산고에 지쳤을 것임에도 새끼들의 애잔한 몸이 온전히 마르도록 핥아주고 젖을 물렸다.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은 용케도 어미의 젖을 찾아 물고 힘껏 빤다. 이를 지켜보며 아이들은 또 다른 생명의 소중함과 모성에 대해 배웠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이 든 두 녀석이 오전 7시가 안 되었는데 잠이 깬 모양이다. 방문을 열어보니 고양이가 출산한 뒤 마련해준 제법 널찍한 박스를 침대 옆에 옮겨 지켜보고 있다.

"아빠, 정말 귀여워. 그리고 럭키 정말 대견하고 감동적이지 않아?"

큰 아이의 말에, "아마도 새끼들이 잠들어야 럭키가 먹고 볼일을 보러 나갈 거야"라 하자 아이들은 그 말이 정말인지 궁금한 눈치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서도 자신들이 지켜보지 못한다는 게 불안한 모양인지 어미와 새끼들을 신신당부한다.

때 아니게 두 남매가 태어난 뒤 아내의 산후조리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기저귀를 빨던 일을 이제 고양이의 산후조리까지 맡게 되었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이들이 학교로 간 뒤 두 시간쯤 지나 고양이가 방문을 밀치는 소리가 들려 거실로 나갔다. 아이들이 제가 마실 우유를 나눠주었는지 먹이통이 예전엔 물통까지 두 개였는데 네 개로 늘었다. 새벽같이 엄마에게 부탁해 특별 간식까지 마련해준 모양이다.

어미가 먹이를 먹는 동안 아이들 방에 들어가 박스 안을 보니 새끼 세 마리가 곤하게 잠들어 있다. 새끼들은 자면서도 젖을 빠는데 그런 행동이 멈추고 온전히 잠이 들어서야 어미가 자신도 배를 채우러 나온 것이다.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국민을…" 이란 말을 늘 입에 담는 이에게 모성 지극한 고양이를 보내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www.drspark.net/(닥터스파크닷넷)의 한사 정덕수 칼럼에 동시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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