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스타'된 파사트, 이유는 국산차에 물어봐?
현대차와 한국지엠, 경계대상 지목... 잔뜩 '긴장'
▲ 현대차와 한국지엠이 경계대상으로 지목한 폭스바겐 파사트. ⓒ 정영창
폭스바겐 파사트가 최근 '깜짝 스타'가 됐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1위를 한 디젤 세단 BMW 520d 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많이 팔려서가 아니다. 좀 과한 표현을 들자면,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김수현)에 비유될 정도다. 한마디로 파사트는 요즘 대세다.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어서다.
파사트를 '깜짝 스타'로 만든 것은 BMW나 메르세데스-벤츠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와 한국지엠 때문이다. 양사는 최근 LF 쏘나타와 말리부 디젤을 내놓으면서 파사트를 경쟁차로 지목했다.
현대차는 아예 파사트를 벤치마크(비교평가 대상)했다고 털어놨다. 덕분에 파사트 주가는 연일 상종가다. 파사트는 현대차와 한국지엠이 가장 경계하는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 휠베이스(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까지의 거리)는 LF쏘나타가 2805mm로 파사트(2803mm)보다 0.2mm 더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 정영창
국산 자동차회사, 파사트 경쟁차 지목... 왜?
국산 자동차회사들이 파사트를 경쟁차로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산 디젤차의 성장속도가 가솔린 차량 판매를 압도할 정도로 국내에서 빨라지고 있어서다.
특히 파사트는 말리부나 LF쏘나타와 같은 중형세단인데다가 대중적이면서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모델로 꼽힌다. 파사트를 공략해야 국내는 물론 유럽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사트의 인기가 높다는 반증이다.
디젤차를 앞세운 폭스바겐의 전략도 한몫을 했다. 폭스바겐은 연비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을 무기로 일찌감치 안방을 공략해왔다. 지난해는 한국시장서 2만5649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보다 39.4% 늘어난 수치다. 폭스바겐은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수입차 2위로 도약할 정도로 디젤차 덕을 톡톡히 봤다. '디젤 열풍'을 일으킨 폭스바겐 때문일까. 국내 수입차시장은 70% 정도가 디젤차가 차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최근들어 국산차회사들이 파사트를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있는데 (우리로서는) 나쁘지만은 않다"며 "파사트가 중형세단으로 국산차보다 상품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줘 오히려 기분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파사트 2.0 디젤을 3968대, 2.5 가솔린 모델 1000대를 합해 모두 4968대를 팔았다. ⓒ 정영창
현대차와 한국지엠 임원들이 밝힌 경쟁 포인트는?
현대차는 LF 쏘나타 개발 과정에서 파사트를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타도 파사트의 핵심은 넓어진 실내공간과 주행성능이다. 경쟁모델인 파사트 보다는 적어도 이 부문에서 뛰어나야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목표였다.
황정렬 현대차 중대형 PM센터장(상무)은 지난 4일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LF쏘나타 미디어 설명회에서 "쏘나타는 가족들이 함께 탈 수 있는 패밀리 세단 성격이 강하다"면서 "쏘나타 보다 넓은 실내공간을 지닌 파사트를 잡기 위해서는 공간확보에 신경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또 파사트를 의식해 엔진 배기량도 올렸다. LF쏘나타에 2.4 가솔린 모델을 새롭게 추가한 것. 이전에는 EF쏘나타에 2.4 엔진을 넣었다. 하지만 YF쏘나타에는 터보 엔진을 추가하면서 2.4 엔진을 라인업에서 빼버렸다.
황 상무는 이와 관련, "폭스바겐 파사트와 토요타 캠리 등도 시장에 2.5 모델을 내놓아 경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또 "국내 고객들이 (배기량 때문인지) 파사트의 경쟁차로 쏘나타 보다는 그랜저를 꼽는 경우가 많은 점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주행성능도 파사트를 의식해 보완했다. LF쏘나타 개발에 참여했던 현대차 임원 역시 "폭스바겐 파사트와 주행성능을 비교해 보니 개선이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기술적인 보완을 거쳐 안정적인 승차감을 유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도 쉐보레 디젤을 내놓으면서 공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지엠이 내세우는 장점은 파사트 보다 최대토크가 높다는 점이다.
마크 코모 한국지엠 부사장(판매·A/S·마케팅부문)은 "말리부 디젤의 목표는 파사트의 대항마로 자리 잡는 것이다"며 경쟁상대로 폭스바겐 파사트를 직접 지목했다.
파사트는 국내에 2개 모델이 판매된다. 2.0 디젤과 2.5 가솔린 모델이다. 현대 LF쏘나타 2.4 가솔린은 파사트 2.5 가솔린과 말리부 2.0 디젤은 파사트 2.0 디젤이 직접적인 경쟁상대이다.
▲ 폭스바겐 파사트 실내. ⓒ 정영창
파사트 상품성은?... 숫자로 비교해보니
현대차는 LF쏘나타가 실내공간과 주행성능에서, 한국지엠은 쉐보레 말리부의 최대토크가 파사트 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제원표에 따르면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까지의 거리)는 LF쏘나타가 2805mm로 파사트(2803mm)보다 0.2mm 더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말리부 디젤(2737mm)은 이들 모델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트렁크 공간은 파사트가 압승이다. 쏘나타(462ℓ) 보다 무려 67리터가 넓다.
최대출력은 LF쏘나타가 디젤차의 핵심인 최대토크는 말리부가 파사트 보다 앞선다. LF쏘나타 2.4 가솔린 모델의 최대출력은 193마력으로 파사트 가솔린(170마력)보다 우수하다. 말리부는 디젤이라 최고출력(156마력)은 가솔린과 비교해 뒤쳐진다.
그러나 최대토크는 말리부 디젤이 가장 뛰어나다. 파사트 디젤(2.0)은 32.6kg·m인데 반해 말리부 디젤은 1750rpm부터 2500rpm 사이의 실용 주행구간에서 최대토크 35.8kg·m를 나타낸다. 오버부스트 기능을 적용해 순간토크를 38.8kg·m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연비는 역시 디젤차가 압승이다. 파사트의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난다. 파사트 2.0 디젤은 리터당 공인연비가 14.6㎞다, 말리부 디젤은 리터당 13.3km다. 가격은 파사트가 다소 비싼편이다. LF쏘나타의 가격은 2.0 모델이 2255만 원∼2860만 원, 2.4는 2395만∼2990만 원이다. 말리부 디젤은 2703만∼2920만 원. 파사트는 2.5 가솔린 3830만 원, 2.0 디젤은 4200만원이다.
▲ 파사트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75만9000대가 팔려 제타와 골프에 이어 폭스바겐에서 3번째로 인기 있는 모델로 꼽힌다. 사진은 뒷좌석 공간. ⓒ 정영창
폭스바겐내 서열 3위 파사트는 어떤 차?
파사트는 1973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1500만대 이상 판매된 폭스바겐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지난 39년 동안 하루에 약 1053대씩 판매됐다. 파사트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75만9000대가 팔려 제타와 골프에 이어 폭스바겐에서 3번째로 인기 있는 모델로 꼽힌다.
국내 판매되고 있는 파사트는 7세대다. 특징은 넉넉한 실내공간이다. 6세대(2709mm)에 비해 94mm 늘어난 휠 베이스(2803mm)를 갖췄고, 레그룸도 75mm 늘어나는 등 안락한 실내공간을 갖췄다. 또 트렁크 공간은 529리터로 확장, 4개의 골프백이 들어간다.
파사트는 가솔린에 직렬 5기통 2.5 엔진을, 디젤에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2.0 TDI를 얹었다. 변속기는 각각 6단 팁트로닉과 6단 DSG를 사용한다. 2.0 TDI는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1750~2500rpm)를 자랑한다. 공인연비 리터당 14.6km. 2.5 가솔린은 최고출력이 170마력, 최대토크는 24.5kg·m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파사트 2.0 디젤을 3968대, 2.5 가솔린 모델 1000대를 합해 모두 4968대를 팔았다. 파사트의 인기비결은 독일엔진을 기본으로 탄탄한 주행성능과 동급 최대의 실내공간,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차가 디젤시장에 뛰어들면서 파사트를 향한 집중 공략이 시작됐다"면서 "올해는 국내 중형차 시장 선점을 위한 국산차와 수입차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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