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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똑똑한 학생을 만든다

[서평]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등록|2014.03.28 10:43 수정|2014.03.28 10:43

▲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책 표지 ⓒ 부키

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을 미국이 보고 배워야 한다"는 뉘앙스의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자는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언급했을 정도로 대한민국 학부모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교육만이 자식의 인생과 부모 자신의 인생까지 역전시켜줄 무기라고 생각하는 듯,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 학생들은 '피사'라고 불리는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진 아만다 리플리라는 기자가 있었다. 물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핀란드와 폴란드의 교육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이 기자가 호기심을 가진 세 나라의 공통점은 바로 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점이다. 기자는 세 나라에 교환학생으로 간 세 학생들과 함께 이 나라들이 왜 공부를 잘하는 가에 대해 탐색해가는 과정을 하나의 책으로 묶었다. 바로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란 책이다.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를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미국 기자인 저자가 대한민국 교육을 어떻게 관찰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본의 아니게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12년 동안 받았다. 때문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생각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더욱 미국 기자의 시각이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벽장에 갇힌 대한민국의 학생들

한국의 십 대들은 온갖 종류의 벽장에 갇혀 지낸다. 때로는 작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글자 그대로 벽장 같은 곳에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한다.(109~110쪽)

저자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 학생들을 "온갖 종류의 벽장에 갇힌 신세"라고 표현한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물론 저자는 대한민국의 이런 교육제도가 높은 수준의 지식을 축적할 수 있게 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지만은 아닌 것 같다는 뉘앙스를 계속해서 풍겼다.

대부분의 한국 십 대 청소년들은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강사를 더 선호한다. 116개 학교에 재학 중인 6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모든 방면에서 학원 강사들에게 더 나은 점수를 줬다. 학원 강사들은 수업 준비가 더 잘돼 있고 수업에 더 열심이며 학생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또 학원 강사들이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학생들을 공정하게 대한다고 느꼈고 그것이 학원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답했다.(274쪽)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책에서 이런 부분이 계속해서 눈에 띄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한민국 학생들이 온갖 종류의 벽장 같은 곳에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고, 학교의 교사보다 학원의 강사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교육이 얼마나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저자의 대한민국 교육에 관한 서술을 읽는 내내 부끄러운 마음뿐이었다.

무엇이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대한민국 교육제도를 비판하느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해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책의 제목처럼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대한민국, 핀란드, 폴란드 등 세 나라의 교육제도 및 교육환경을 관찰하면서 묘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나라에 따라 달랐던 것은 '교육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가' 하는 태도였다. 아이들이 보이는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나라에 따라 심전도 그래프만큼이나 오르락내리락했다.(301쪽)

대한민국, 핀란드, 폴란드. 이 세 나라가 가진 교육적 공통점은 바로 '교육에 대한 진지한 태도'였다. 교육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교육만이 '입신양명'의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교육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고, 핀란드나 폴란드 역시 교육이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고 믿기에 역시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결론 치고는 조금 싱거울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학생들의 능력이나 그 나라의 교육제도, 교육 환경과 교육 인프라보다 교육에 대한 진지한 태도라는 것에서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에 대한 진지한 태도만 있다면 누구나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아만다 리플리 씀 / 부키 / 2014. 01 / 14800원)

이 기사는 본 기자의 블로그 http://picturewriter.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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