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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부산시청, 혈세쓰고 시민불편만 가중"

출입증 없으면 출입도 못한다니... 대안으로 만든 접견실 이용률은 2.8%

등록|2014.03.28 14:51 수정|2014.03.28 14:51

▲ 28일 오전 부산시청 1층에 설치한 출입통제 게이트로 공무원들이 통과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설치한 게이트는 공무원증 소지자나 방문증을 발급받은 시민들만 지나갈 수 있다. ⓒ 정민규


28일 오전 부산시청사 안내데스크는 출입증을 받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20여명의 민원인들과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직원들까지, 출입증이 없으면 발붙이지 못하는 청사 입구에는 긴 꼬리가 만들어졌다. 공무원들은 무심하게 이들을 지나쳐 공무원증을 가져다대고 출입구를 지나갔다. 일부 고위 공무원들은 청원경찰의 거수경례까지 받으며 미리 열어놓은 출입구로 드나들었다.

이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부산 금정구에 사는 30대 남성 김아무개씨는  "열린 시정을 한다고 하더니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이 아니냐"며 "시민들은 줄을 서있는데 공무원들이 관료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은 모습은 누가 봐도 보기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런 부산시청 출입구 앞의 풍경은 지난 10월 부산시청이 1층부터 3층까지 청사 주 출입구에 출입 통제 게이트를 설치하면서 반복되어 오고 있다. 지하철 승강장의 검표기계를 닮은 출입통제 게이트는 시청에서 발급한 출입증을 찍어야만 통과할 수 있다. 자연스레 민원인이 몰리는 오전 시간에는 출입증을 발급받기 위한 기다림도 감수해야 한다.

부산시가 출입통제시설을 설치하는데 쓴 예산만 2억원 가량. 거기에 출입증을 교부하는 직원 10명도 추가로 뽑는 등 추가 운영비용도 매달 발생하고 있다. 부산시는 청사 3층 주 출입구 밖에 8천만원 가량을 들어 접견실도 따로 만들었다. 청사를 출입하는 시민 불편을 감소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날 오전에 가본 접견실의 10개 부스는 모두 비어있었다.

하루 청사출입자 900명, 접견실 이용시민은 26명

▲ 28일 오전 부산시가 8천만원을 들여 시청에 설치한 시민접견실은 안내직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사를 출입증 발급 시민 대비 접견실 이용률 2.8%에 불과했다. ⓒ 정민규


저조한 접견실 이용은 비단 이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아래 경실련)이 부산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출입통제 게이트 설치 이후 접견실 이용객은 하루 평균 26명 남짓이다. 반면 청사를 출입한 시민은 한 달 1만7천명에서 2만 명을 웃도는 수준으로 하루 평균 901명이 청사 출입증을 발부받았다. 전체 청사 출입 시민 중 불과 2.8%만이 접견실을 이용한 셈이다.

이용률이 저조하다보니 시민접견실은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대접견실 3곳은 각 부서의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고 그마저도 월 3회 수준에 그쳤다. 접견실 중 한 곳인 애민실은 헌법재판소가 부산지역상담실로 운영하고 있다. 이 역시 매월 셋째주 수요일부터 금요일에만 한정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시민봉사과 담당자는 "안전행정부 지침에 따라 청사 방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설치한 것으로 부산시는 그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접견실을 만들어 놓고도 이용이 저조하다는 지적에는  "민원인들의 경우 아직 사무실 방문을 선호하고, 공무원들도 사무실에서 만나는 걸 편하게 생각해서 설치 초반에는 이용률이 낮았다"며 "통계치만 보면 저조하지만 접견실 사용을 장려해 지금은 차금차금 이용률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방호 목적도 못살린 채 시민 불편만 가중 "시민 아닌 공무원의 시청"

▲ 28일 오전 부산시청 1층에 설치한 출입통제 게이트로 공무원들이 통과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설치한 게이트는 공무원증 소지자나 방문증을 발급받은 시민들만 지나갈 수 있다. 부산시의 행정 서비스 목표는 ‘친절한 미소, 빠른 서비스, 행복한 시민’이다. ⓒ 정민규


부산시가 시민불편을 줄이겠다고 내놓은 대책은 별도의 복잡한 절차없이 출입증을 교부하고, 상시 출입자는 안내데스크에 명단을 내려보내 간단한 확인만으로 출입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항의가 이어지자 청사를 방호하겠다는 원래 목적에서 한발 물러난 태도다.

결국 혈세는 혈세대로 써놓고 당초의 운영 목적도 살리지 못한 채 시민들의 불편함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훈전 경실련 사무처장은 "시청 전체가 보안시설도 아닌데 시민을 위한 곳이 아니라 공무원이 편한 곳으로만 바뀌는 것은 문제"라며 "부산시의 불통 행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 사무처장은 "불편을 겪는 시민에 애꿎은 용역 안내직원들에게 화를 내고 이것을 청원경찰이 와서 해결하는 식이 과연 시민에게 다가가는 시정인지 묻고 싶다"며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부서를 저층으로 내려 시민들의 이용을 돕고 부득이한 곳만 통제를 하는 방식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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