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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노선표에서 정류장이 '생략' 될 수 있나요?

대구광역시버스노선표, 주요 정류장만 표시 돼 있어

등록|2014.03.29 18:01 수정|2014.03.29 18:01
주요정류장만 표시된 버스노선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부산에서 나고 자란 강정민(20)씨는 올해 3월 대구의 한 대학에 입학한 후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 씨는 친구들과 대구 중구에 위치한 동성로아트홀에 놀러 갔다가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학교로 돌아오기 위해 처음으로 혼자 대구 시내버스를 타게 됐다.

습관적으로 버스 내부에 붙어 있는 버스 노선표를 보니 동성로에서 김씨의 학교까지는 총 12정거장을 거쳐 약 30분이 소요되지만 노선표 상에서는 3-4장거장을 거쳐 15분만에 도착할 것처럼 표시되어있었다. 알고 보니 노선표 자체에 모든 정류장이 표시된 게 아니라 주요 정류장만 표시되어 있어 실제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

김씨는 "처음에는 제가 버스를 잘 못 탄 줄 알고 많이 놀랬어요. 버스 노선표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이 버스가 어느 어느 정류장에 정차해주는지 알려주는 건 가장 기본적인 일 아닌가요? 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이렇게 정류장이 생략된 노선표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대구광역시 시내버스 내부 노선표 주요정류장만 표시된 대구의 시내버스 노선표 ⓒ 구민수


서울이 고향인 김소영(29)씨도 처음 대구 와서 많이 불편했다고 한다. 대구 온 지 2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버스 타기 전에 스마트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버스 내부에 붙어있는 노선표뿐만 아니라 각 정류장마다 세워져 있는 버스노선표마저 주요정류장만 표시되어있고 몇몇 역은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저같이 젊은 사람들이야 괜찮지만 스마트폰도 없으시고 대구 처음 오신 분은 어떡하나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박효경(26)씨는 이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당연히 주요정류장만 표시하는 거 아닌가요? 그걸 다 표시하는 게 오히려 복잡해 보이고 불편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왜 이럴까? 대구광역시 대중교통과 직원에게 물었다. 애초에 이렇게 만든 건 '가시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정된 공간에 모든 역을 표시할 경우 시민들이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말하면서도 버스노선표 관리는 대구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반면 대구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는 "모든 정류장을 표시해야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오고 갔다"라며 문제는 인식하고 있었으나 모든 노선표를 교체하는 건 대구시가 결정하고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대구광역시 시내버스는 2006년부터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준공영제는 수익금을 업체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한 제도이지만 민원이 발생할 경우 대구광역시와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서로 책임소재를 미루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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