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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섞인 봄, 그래도 넌 제대로 피었구나!

[포토동영상] 만주바람꽃

등록|2014.03.29 17:59 수정|2014.03.29 17:59

만주바람꽃너도바람꽃이 지고 나니 만주바람꽃이 피어나 봄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 김민수


봄을 기다렸는데 느닷없이 이상고온이 이어지면서 오던 봄의 순서가 뒤죽박죽 되어버렸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매화, 벚꽃 등은 봄에 피어나기는 하지만 조금씩 거리를 두고 피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이상고온 탓으로 한꺼번에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경기도 근교에 나가보니 서울 하늘에서 만난 꽃들에 복사꽃, 살구꽃에 앵두꽃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났습니다.

이렇게 뒤죽박죽 봄이 섞여있다는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경고하는 소리입니다. 짧은 봄이라지만, 근래처럼 이렇게 짧은 봄은 드문 일입니다.

만주바람꽃햇살은 없어도 바람이 있어 좋은 날, 바람이 없으면 비가 와서 좋으 날, 모두가 그들에겐 좋은 날이다. ⓒ 김민수


쑥이나 뜯어 쑥버무리를 하든지, 된장국에 쑥을 넣어 쑥향기를 몸에 모실까 싶어 근교로 나갔습니다.

양지바른 곳에는 제법 쑥이 올라왔습니다.
온 겨울을 맨 몸으로 난 쑥, 그 향이 깊습니다. '고맙다, 쑥아!'하면서 우리 식구들 먹을만큼만 뜯었습니다.

문득 '요즘 아이들 중에서 봄나물을 하러 다니던 추억을 간직할 아이들이 있을까' 생각하니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잘못해도 한참을 잘못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사시사철 하우스에서 나오는 과일을 먹는 아이들이다 보니, 딸기나 수박이나 참외가 겨울이나 봄이 제철인 줄 알고, 실재로 제 철이 되면 제철 과일을 구경도 못하기도 합니다.

자연에 무례한 인간, 자연을 통해서 먹을거리를 얻으면서도 땅을 우습게 아는 인간, 그들과 가까이 하지 않는 인간들이 만든 계절은 이렇게 뒤죽박죽 된 봄인 것이겠지요.

만주바람꽃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더 풍성하게 자라나는 그들, 그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도 사랑이다. ⓒ 김민수


쑥을 뜯고는 작년에는 걸렀던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만주바람꽃이 피어나던 그곳입니다. 이미 너도바람꽃은 피었다가 졌고, 그 자리에 만주바람꽃이 한창 피어났습니다.

그곳은 눈에 잘 띄지 않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무관심한지 인가와 그리 멀지 않은데도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한 번 걸렀더니만, 그 여느해 보다도 풍성하게 꽃이 피어난 것 같습니다.

도심이나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은 뒤죽박죽 계절이 혼재되어 있는데, 그래도 이곳은 제철입니다. 요즘이 딱 만주바람꽃 화들짝 피어날 즈음이거든요. 그리고 산에는 생강나무가 노란 빛으로 피어나는 시기지요.

다행입니다.

그래도 이곳은 아직도 계절의 순서가 이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만주바람꽃봄바람에 흔들리는 만주바람꽃, 그야말로 환상이었습니다. ⓒ 김민수


때마침 불러오는 봄바람이 힘찹니다.
비가 오려는듯 하늘이 흐리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만주바람꽃을 보니 제대로 그 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 같아 황홀합니다.

그래, 이맘때 봄은 이런 맛이었지....
누이들과 쑥이며 망초대를 뜯으러 다니던 이맘때의 봄이 딱 이랬지....

어쩌면 어릴 적 누이들과 나물을 뜯었던 추억이 없어더라면 이 나이에 쑥 뜯을 생각을 했을까 싶습니다. 그런 추억이 있었기에 쑥 뜯을 생각을 했겠지요.



봄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나중엔 쑥뜯는 것보다 바람에 춤추는 만주바람꽃을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어서 그들만 바라보다 왔습니다. 가랑가랑 가랑비가 내리니 이젠 가야할 시간이 되었나보다 싶어 그들과 인사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다시 서울, 온갖 꽃들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가운데 노란 개나리 줄기에 벌써 초록 이파리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노란 개나리 본지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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