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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술과 커피를 주는 남자

[내 이웃] 꽃을 애인 같이 사랑하는 남자 장성씨

등록|2014.03.31 14:07 수정|2014.03.31 14:07

매화꽃이 화들짝 폈다.장 사장이 즐겨마시는 소주와 커피를 주고 사랑으로 키운 식물 ⓒ 이월성


인천시 남구 남주길 11번길에 있는 장성(82) 사장의 단독주택 앞마당에는 감나무 세 그루와 매실·앵두나무·장미·대추나무·진달래·철쭉이 있다. 봄이 되면, 온실에서 꺼내 놓은 영산홍 철쭉 난과 열대식물로 베란다와 마당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40년 동안 정성을 들여 키운 식물들은 장 사장 마음을 알아서 모두 윤기 흐르고 활기찬 모습으로 꽃을 피워준다. 이웃집은 물론 장 사장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마다 조그만 식물원을 들여다보고 모두 즐거워한다.

매년 봄이면 원예협동조합에 가서 자동차에 퇴비와 액비와 각종농약을 사서 싣고와 퇴비로 분갈이를 해주고 분무기로 액비와 농약을 뿌려주는 일을 쉴 새 없이 해준다.

장미꽃 처럼 피는 개량 동백동백꽃잎이 5인데 개량종은 장미꽃같이 꽃잎이 많다. ⓒ 이월성


장 사장이 꽃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는 모습을 보면, 애인을 만나 사랑을 속삭이는 것 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장 사장이 화초를 키우는 방법은 남달라서 자신이 즐겨 마시는 맥주와 커피도 액비와 같이 희석시켜 준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장 사장 네 화초들은 모두 생기가 돈다. 꽃들도 많이 피고 오래도록 피워준다. 우리는 꽃가게에서 1만 원 달라는 식물을 사오기를 꺼리는데, 장 사장은 1십만 원이 넘는 화초도 냉큼 돈을 주고 사온다.

- 어떤 꽃을 더 사랑하시나요?
"꽃과 식물들이 모두 귀엽습니다. 그중에서 꼽으라면 선비들이 좋아했던 묵향이 나는 난을 좋아 합니다."

장 사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손자들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난을 쳐다본다.

- 화초에 술과 커피를 주는 것은?
"동식물과 광물 그리고 공기까지 한 가족이고 서로 돕는 공생관계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술과 커피를 주는 것은 자연스럽지요."

- 혹시 병이 나는 화초라도 있다면?
"사람에게 불치의 병이 있듯이 식물에게도 우리가 알 수 없는 병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대단하지만, 애석하게 죽는 수도 많습니다. 식물에게는 돌림병도 있습니다. 소철같은 식물은 자신을 돌보는 사람을 알아서 찌르지 않습니다."

- 식물이 사람을 알아본다고요?
"물론입니다. 난을 키우다가 다른 집에 갖다 놓으면, 난이 웁니다. 눈물을 흘리는데 화분 밑으로 물을 아니 눈물을 흘립니다."

이 같은 장 사장의 말이 나를 놀라게 했다. 다시 한 번 꽃들을 보고 웃는 장 사장의 얼굴을 쳐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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