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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봄날의 하루

[디카詩로 여는 세상 26] <봄날>

등록|2014.04.02 18:04 수정|2014.04.02 18:04

▲ 시골집 연못 ⓒ 이상옥


     지난해 조성한 연못에는
      겨울을 견딘
      금붕어, 금잉어도 꽃빛이다 
                  -이상옥의 디카시 <봄날>

어제는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 개교기념일이라 하루를 쉬었다. 취미로 하고 있는 벌 돌보기(양봉)와 텃밭 조성, 묘목 구입 등으로 분주했다. 온종일 일을 한 셈이다. 농부의 마음을 알 듯하다. 농부는 경제적 수확보다는 자신이 가꾸는 생명들이 자라나는 모습에서 더 보람을 찾는 것 같다.

시골의 봄은 새로운 생명의 약동으로 장관이다. 내가 키우는 벌들만 해도 그렇다. 겨우내 죽은 것처럼 움츠리고 있던 벌들이 봄이 되자 활동을 매우 왕성하게 시작한다. 여왕벌은 몸집을 키우며 산란에 여념이 없고, 일벌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나들이하며 화분이며 꿀을 채취하여 새끼를 돌보기에 집중한다.

지난해 벌이 불어나 관리하게 힘들어 다섯 통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인에게 주었다. 5통을 월동시켰는데, 2통은 죽고 3통만 살아남았다. 3통 중에도 1통은 겨우 목숨만 건졌고, 1통은 그만그만하고, 1통은 양호했다. 그러나 틈틈이 잘 돌본 결과 1통은 매우 군사가 많아져서 나머지 2통에게 보충을 시켰다.

지난해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올해 열심히 벌을 돌보면 아카시아꿀과 밤꿀을 조금은 떨 수 있을 듯하다.

▲ 연못 가에 심은 살구나무 ⓒ 이상옥


오전에 벌을 돌보고 고성읍으로 나가 정해룡 시인과 점심을 먹고 둘이서 고성산림조합에서 각각 묘목을 구입했다.

나는 대봉 5그루, 살구나무 1그루, 대추나무 1그루, 배나무 1그루, 엄나무 1그루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대봉 4그루는 집 앞 논(나무 자경)에 심었고, 나머지는 집 마당에 심었다.

지난해 시골집을 리모델링하여 마당에 연못을 파고 주변에 소나무, 자두나무, 모과나무, 앵두나무, 단풍나무, 석류나무 등을 심어 놓았는데, 이들이 봄이 되니 새 움을 틔우는 것을 볼 때 너무 신기해서 틈만 나면 그것들을 가만히 지켜본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듯하다.

텃밭을 새로 조성하다

시골집은 보잘 것 없지만, 마당은 넓어서 좋다. 나무을 심고 남은 여백에는 텃밭을 조성했다. 어제 상추와 쑥갓 등의 씨앗도 사온 차에 텃밭을 하나 더 조성하기로 했다. 시골집 마당에는 파면 돌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 돌로 경계를 하고 괭이로 흙을 파서 골을 만들고 상추와 쑥갓 씨를 뿌렸다. 제 2텃밭을 조성한 것이다.

▲ 시골집 마당에 조성한 텃밭이다. 앞에 바로 보이는 것이 어제 조성한 제2 텃밭이고 그 위에 작게 보이는 것이 먼저 조성한 제1 텃밭이다. ⓒ 이상옥


지난해 만든 제1 텃밭에는 상추와 잔파 묘목을 심었는데, 거의 겨울에 임박해서 묘목을 심어서인지 아직은 부실하다. 그러나 겨우내 얼어 죽은 것 같은 묘목이 뿌리는 살아서 봄이 되니 잔파와 상추가 그런대로 돋아나는 것도 참 신기하다.

이제 봄날이니, 텃밭에 뿌린 씨앗들이 조금만 있으면 자라나지 않겠는가. 내가 조성한 텃밭에서 자란 상추와 쑥갓 수확하여 먹는 것도 즐거운 일이겠으나, 씨앗이 움이 터고 줄기를 뻗치고 힘차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그 생명성이 더 큰 감동과 보람을 느낄 것이다.
        
어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밤에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하는 고성종합사회복지관에 개설된 문예창작교실에서 강의를 했다. 그야말로 주경야독을 한 셈이다. 내가 텃밭을 가꾸기 위해 구입한 거름이나 농기구 등을 따져 보면 그냥 사 먹는 것이 경제적일 것도 같다. 농사일이란 수확보다는 과정의 즐거움과 보람이 더 크다는데 매력이 있다.

어디 농사일만 그렇겠는가.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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