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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걸은 간 곳 없는데 벚꽃은 아직도 그 자리에

[하부지의 육아일기 28] 손녀와 함께한 지산유원지 벚꽃놀이

등록|2014.04.03 11:50 수정|2014.04.03 21:43

꽃의 여인 콩이하부지의 유일한 카메라 모델이다. 그리고 하부지 육아일기를 처음 쓰게한 손녀. 역시 봄 나들이에 신이 났다. 여러가지 포즈를 취해 준다. ⓒ 문운주


벚꽃이 예년보다 빨리 피었다. 손녀를 돌보느라 꽃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하던 차에 아내가 보챈다. 가까운 곳에서라도 벚꽃놀이 떼움을 하자고. 도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운천저수지가 최고다. 그러나 주차도 어렵고 사람도 붐빌 것 같아 지산유원지를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지산유원지는 80년대만 해도 최고의 놀이 공원이었다. 도심에서 가깝고 레일차와 리프트카를 운행했다. 특히, 무등산에서 유일하게 운행하는 리프트카는 일부구간에서는 모노레일로 스릴도 즐기고 시내전경을 내려다 볼 수도 있어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지금은 어른이 된 큰아들. 80년도 초에는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원지였다. ⓒ 문운주


이곳은 나 역시 아이들과 자주 들렀던 추억의 장소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산동은, 시내에 있는 광주교도소에서 모범수들이 농장다리를 건너 노역하던 농장이 위치한 곳이다. 그리고 지산동 딸기밭은 우리 세대들의 가슴에 로맨틱한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지산유원지 벚꽃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외곽의 유원지로 관광객이 몰리는 탓에 이곳을 찾는 사람의 발걸음이 뜸하다. 그러나 벚꽃만은 예나 지금이나 꽃을 활짝 피우고 ... ⓒ 문운주


지난 1일, 아내와 콩이·콩콩이를 데리고 지산유원지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께. 이제 서서히 산을 달구던 해도 부끄러운 듯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젊은 부부 몇몇이 아이들의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벚꽃놀이간 콩콩이모처럼의 나들이다. 방안에만 갖혀 지내다가 바람을 쐬려 나가자 기분이 최고다. 들떠서 어쩔줄을 모른다. 오늘처럼 포근하고 미세면지만 없다면 자주 외출하련만... ⓒ 문운주


가슴속에 간직해 온 소중한 추억들. 레일차를 타고 연못을 돌면서 아이들과 즐거움을 같이했다. 팔각정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며 스위트홈을 그렸다. 그러나 세월은 너무나 야속하다. 레일차가 있던 연못은 울타리만 덩그러니 둘러쳐 있고, 주위는 공허한 정적만 흐른다. 산위를 오르내리던 리프트카도 멈춰 있다. 잦은 사고 때문이다.

지산유원지 레일자가 운행되던 연못...가운데에 정자가 운치가 있었다. ⓒ 문운주


그러나 다행인 것이 인걸은 간 곳이 없어도 벚꽃은 의구하다. 비록 많지 않지만 온갖 풍상에도 굳건히 이곳을 지키면서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의 개화 시기도 빨라졌다. 3월에 벚꽃이 만개하는 것도 흔치않는 일이다. 이곳을 찾을 당시에는 5월 초에 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분은 시장에 당선 되자, 취임 일성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지산유원지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곳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도심의 공동화 현상과 더불어 쇠퇴해 가는 지산유원지. 도시재생사업과 연개해서 다시 한 번 그 영화를 되찾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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