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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부정적인 뜻만 있는 건 아닙니다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68] 同

등록|2014.04.04 09:39 수정|2014.04.04 10:19

동(同)은 신에게 기원하는 축문을 모신 두 개의 그릇이 같은 크기로 함께 모여 있다는 데에서 ‘한 가지, 같다’는 의미가 추론된 것으로 보인다. ⓒ 漢典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은 중국의 현 단계를 사회주의 초급단계로 규정했다. 그는 2000년까지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원바오(溫飽)문제를 해결하고, 2020년까지는 대다수가 풍족한 삶을 누리는 샤오캉(小康)사회를 건설하며, 2050년까지 모두가 행복한 대동(大同)세계를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서양의 이상향 유토피아처럼 '대동세계'는 동양사회가 오랫동안 꿈꿔온 이상세계다. 공자는 일찍이 "부족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한 불평등을 걱정하라(不患寡而患不均)"라고 했으니 모든 사람이 똑같이 풍요로워지는 세계를 향한 방향을 일러준 셈이다.

3000년 전 갑골문에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낸 같을 동(同, tóng)은 구(口)와 범(凡)이 합쳐진 형태로 여겨지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해석 없이 여러 주장들이 분분한 상태다.

모두(凡)의 말(口)이 같다거나, 구령에 맞춰서 함께 가마(凡)를 들어 올린다는 회의자식 해석과, 그릇의 뚜껑과 몸체 크기가 같아서 서로 잘 맞는다거나 주물이 거푸집 모형과 똑같다는 상형자식 해석 등이 공존한다. 대체적으로 신에게 기원하는 축문을 모신 두 개의 그릇이 같은 크기로 함께 모여 있다는 데에서 '한 가지, 같다'는 의미가 추론된 것으로 본다. 

중국 TV광고를 보다 보면 다른 제품과는 다르다는 의미의 '여중부동(與衆不同)'이라는 문구를 유독 자주 접하게 된다. 다른 상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다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이 말을 선호하게 된 결과일 것이다.

동상이몽? 한 침대 오른다면 소통 가능성도 열린다

1955년 반둥회의에서 당시 중국 총리였던 저우언라이(주은래, 周恩來)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논리에서 벗어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의 제3세계론을 주장하며 '같은 점을 먼저 찾아내고, 다른 점은 일단 그대로 접어두자'는 의미의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제안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이 말은 이견이 있는 부분은 상호협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단 보류하고, 협력이 가능한 분야부터 우선 손을 잡고 협력해 나가자는 중국의 외교 전략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 됐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도 나오듯 오나라와 월나라가 비록 견원지간(犬猿之間)처럼 지내다가도 같은 배를 타서(오월동주, 吳越同舟) 거센 파도를 만나게 되면 서로 힘을 합쳐 노를 젓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는 국제관계에서는 이보다 더한 계략과 권모술수가 공존하지만 저우언라이의 '구동존이'는 여전히 유용한 외교와 소통의 전략인 것 같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 할지라도 일단 함께 같은 침대에 올라가는 것만으로 소통의 가능성은 열리는 셈이다.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구하고, 생각을 달리 하는 부분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조율해가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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