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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환상 이제, 그만!!

풍자와 해학의 살아있는 퓨전 마당극, 한국 사회를 비틀다

등록|2014.04.04 17:20 수정|2014.04.05 11:29

마당극 <이제, 그만......> 앵콜공연 : 4.3~6지난 3일 대구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예전아트홀에서 극단 함께 사는 세상(함세상)의 퓨전 마당극 <이제, 그만…>이 무대에 올랐다. ⓒ 극단 함께사는세상


'빰바밤 빰바밤~' 슈퍼맨의 등장 음악을 나온다. 극중 배우가 슈퍼맨 포즈를 하고 무대 위로 등장했다. 그들은 '헌법재판소다'. 2008년 헌법재판소가 "종부세(종합부동산세)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풍자한 것이다.

지난 3일 대구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예전아트홀에서 극단 함께 사는 세상(함세상)의 퓨전 마당극 <이제, 그만…>이 무대에 올랐다. 행복한 삶이라는 주제로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부동산 신화에 대해 신랄하게 풍자했다.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김재석 교수가 작·연출했고 박현희, 박희진, 백운선, 탁정아, 조인재가 출연한다.

극은 총 다섯 마당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마당에선 러시아 소설가 톨스토이의 작품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를 소재로 마당극 특유의 관객 참여를 유도한다. 둘째 마당은 부동산 투기로 한 몫 단단히 챙긴 부부의 이야기다. 극단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의 진정한 고수를 가리긴 위한 스펙터클 무협액션"이라고 귀띔 했다. 셋째 마당은 우리 아파트를 명품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입주자 대표 모임을 다룬다. 그들은 "평당 1500만 원 이하 매매금지", "아파트 주변에 임대아파트와 실업계 고교는 거부하고 특목고를 유치하자"고 주장한다. 현실 꼬집어 비트는 그들의 해학이 놀랍다.

넷째 마당에선 한국 최고의 대기업에 취직한 윤주(탁정아 분)가 7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날, 최연희(박연희 분) 교수 연구실을 찾는다. 졸업 인사를 하러 온 제자, 그 제자의 취업을 축하하는 스승. 그들의 일상적 대화에서 드러나는 88만 원 세대의 아픔을 다뤘다. 다섯째 마당은 깊은 산 속 어느 도사님의 말씀을 듣기 위하여 정치인, 기업인, 자산가가 모인다는 가상의 상황을 다룬다. 그들은 겉으론 도사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만 속내를 다르다.

극의 결론에 해당하는 다섯째 마당에선 정치인, 기업이, 자산가에게 "욕심 좀 버려"라며 적절한 분배를 강조하고 보편복지, 선별복지 논쟁도 "이제 그만" 하자며 나 스스로 욕심을 끊는 윤리적 주제가 되기를 주문한다.

연극을 봤던 한 시민은 "얼마 전 아버님이 물려주신 땅을 팔려고 하다가 말았다"라며 "연극을 보니깐 나도 그런 시류에 편승하려 한 게 아닌 가 반성했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계몽적인 대사, 그러나 아직도 계몽이 필요한 시대, 수많은 대사,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자리"이었다고 평가했다.

1990년 창단된 극단 '함세상'은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극 전문 극단이다. 창단 이후 현재까지 30여편의 마당극과 10여편의 거리극을 창작, 공연했다.

이번 공연은 단 3일 간(4월 3일~6일) 무대에 오르는 앵콜 공연이니 서둘러 예매하는 것이 좋겠다. 티켓 예매는 티켓링크(tel. 1588-7890, www.ticketlink.co.kr)에서 할 수 있으며 문의는 예전아트홀(053-625-8251)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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