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천, 새누리당 정치적 음모에 빠진 것... 공천해야"
[인터뷰] 제종길 안산시장 예비후보
▲ 제종길(새정치민주연합) 안산시장 예비후보 ⓒ 유혜준
"김철민 시장은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 문화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고 비전을 만들어내는 일, 안산이 경제적으로 위축되고 있는데 경제력을 살려내는 일에서 많이 부족했다."
제종길(새정치민주연합) 안산시장 예비후보는 김철민 안산시장의 지난 4년 동안의 시정을 이렇게 평가했다. 제 예비후보는 김 시장이 "민주당 시장인데도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고, 도시의 비전을 만들지 못했다"며 "안산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마했다"고 밝혔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산시장 후보는 제종길 예비후보, 박주원·신윤관 예비후보와 김철민 시장까지 포함하면 전부 4명. 제 예비후보는 "후보단일화를 해야 당선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김 시장을 제외한 3명의 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민 시장은 아직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일화 논의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이 제 예비후보의 설명.
지난 4일, 제 예비후보를 안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 예비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공천에 대해 "새누리당의 음모에 빠졌다"며 "공천을 해야 공정한 경쟁이 된다"고 주장했다. 안산이 시로 승격한 1986년부터 안산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제 예비후보는 "안산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안산의 원주민"이라며 "안산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17대(안산 단원을) 국회의원을 역임한 제 예비후보는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대학원에서 해양생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해양환경전문가. 해양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생태관광협회 공동대표, 도시와자연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제 예비후보와 한 인터뷰 내용이다.
- 안산에는 언제부터?
"안산 토박이는 아닌데 원주민이라고 말한다. 안산이 86년에 시로 승격됐는데 그때부터 살기 시작했으니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다."
- 안산으로 간 계기는?
"해양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는데, 해양연구원이 86년에 안산으로 이사했다. 주소지를 (안산으로) 옮긴 건 87년이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86년부터 연구원에서 먹고 자고 했다.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안산에 집을 얻어 살기 시작해 오늘까지 살고 있다."
해양학자, 사회적 약자에게 눈 떠 17대 국회의원으로 변신
- 86년이라면 안산이 도시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 같다.
"그때는 서부개척시대였다.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이었다. 교통이 불편하고 도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불편한 것은 많았지만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었다. 저는 예외였지만 당시 치킨집, 작은 전자상회, 옷가게를 하던 분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
제 예비후보는 "안산이 계획도시라는 장점이 있어 도로가 넓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주민들이 사는 주거공간을 너무 빽빽하게 만들었다"며 "도시는 넓은데 상가 중심으로 막 지어서 균형 잡히지 않은 불편한 도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 제종길(새정치민주연합) 안산시장 예비후보 ⓒ 유혜준
- 17대(단원을) 국회의원이었다. 해양학자가 국회의원이 된 이유는?
"해양연구원에 있으면서 노조활동을 하다가 연구원에서 퇴출될 뻔 하고, 진급도 정체되었다. 그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됐다. 제가 환경학자지만 간척이 뭐가 문제인지, 오염이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그냥 생물이 몇 마리가 살고 있는지, 왜 거기에 사는지, 이런 것만 연구했다. 노조활동을 하면서 시민단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고, 시민단체에서 생태학자인데 시화호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얘기를 듣게 됐다."
제 예비후보는 "안산에 살면서도 시화호 문제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이 바뀌어 뛰어들게 되었다"며 "새만금 문제가 터졌을 때는 어쩌다보니 제가 반대하는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제 예비후보는 "직장에서 쫓겨날 뻔 했고, 국회에도 여러 번 불려갔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민단체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제 예비후보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이들이 정치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로 총선 출마를 결심했고,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안산을 새로운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장 출마
- 왜 시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나?
"국회의원이 될 때만 해도 정치에 대해 잘 몰랐다. 국회의원이 되면 안산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알았다. 국회에서 4년 동안 환경노동위원회에 있었다. 악취방지법을 만들어 시화호의 악취를 해결하는데 앞장을 섰고, 많은 활동을 했지만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웠다."
국회의원의 역할과 자치단체장의 역할이 다르다는 사실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알게 되었다는 제 예비후보는 "김철민 시장 재임 2년이 지나면서 주변에서 시장출마를 고려해보라는 권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안산은 민주당 세력이 강한 곳인데 민주당 시장이 안산의 비전을 만들고 좋은 일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여론이 많았다. 출마 권유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제 예비후보는 지역의 여론을 들어보고 "당선을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안산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도시가 비전도 없고, 새로운 희망 같은 게 없어 이대로 있기에는 너무나 안산이라는 도시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고,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 현직 시장과 경쟁해야 하는데, 현직 시장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이 있는지?
"제가 국회의원 4년을 하는 동안 지역사회에서 성실성은 인정받았다. 한동안 현실 정치를 떠나 있어서 인지도가 낮아졌지만 4월 말까지 열심히 한다면 분명히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지 않았으면 세상의 변화는 없었다'는 말이 있다. 김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 무공천은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무공천을 지지했다. 국민의 80퍼센트 이상이 무공천을 지지했다. 그 때문에 (무공천을) 한 번 정도는 진지하게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적이 없는 시장이 마음대로 역량을 발휘해서 시를 만들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포함한 대선후보들이 전부 찬성해서 무공천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한데 대통령이 노코멘트하고 여당이 뒤집어엎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정한 것을 대통령이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 받아줬다. 정치적 음모에 빠진 것이다. 세속적으로 얘기하면 새누리당이 정치수가 센 거다. (우리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경기도는 현역시장 교체지수가 높은 지역이다. 무소속이라면 지지율이 10퍼센트 정도 다운된다고 보는데, 그러면 현직시장도 당선이 쉽지 않다.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정치는 같은 룰로 싸워야하는데 서로 다른 룰로 싸우는 건 맞지 않다."
무공천, 새누리당의 정치적 음모에 빠진 것... 공천해야
▲ 제종길(새정치민주연합) 안산시장 예비후보 ⓒ 유혜준
- 공천을 해야 한다는 건가?
"공천을 해야 공정한 경쟁이 된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절대로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굉장히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은 분명하다."
- 무공천이라면 야권후보 단일화를 해야 하나?
"그것도 아예 안 한다면... 박주원·신윤관 후보와 같이 대화를 해나가는 과정이다. 여론조사를 하든가 시민단체가 뽑는 방식인 배심원제도로 하든가 아니면 시민이 투표를 하는 방법이 있을 거다. 여러 가지 방안 가운데 쉽고 빠르고 공정한 것을 찾아낸다면 저는 웬만한 것은 다 동의할 생각이다."
- <도시견문록> 등 세계의 도시를 둘러본 책을 여러 권 출간했다. 다른 나라 도시와 안산을 비교하면서 분석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안산은 미래에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할까?
"안산은 생태와 환경도시로 가야 한다. 98년에 안산시 일을 도운 적이 있는데 당시 시장에게 '생태환경도시'로 가자는 제안을 했다. 당시 시장은 제안을 받기는 했으나 생태도시를 표방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저는 안산이 '생태환경'이 중심이 되는 도시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생태환경 중심이 기업을 규제해서 하는 게 아니라 도시환경을 살림으로 기업도 가치가 높아지는 그런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제 예비후보는 안산이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이므로 해양과 관광이 어우러지게 해서 문화를 살린다면 도시의 값어치와 브랜드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안산은 인구가 고작 몇 만이던 도시가 20년 만에 인구가 76만이 넘는 도시가 되었다. 안산시민 대부분이 토박이가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왔다. 이 분들이 20년 이상을 살았으면서도 안산을 고향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분들이 많이 들어와도 돈만 벌면 안산을 떠나는 게 유일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자식을 낳고 키운 도시인데 본인이 고향이 아니라고 한다면 자녀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나? 저도 안산에서 5~6년 정도 살았을 때는 안산을 언제 떠나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제 명함에도 안산이 고향이라고 써 넣었다. 안산을 고향같이 생각하고 잘 키워서 우리의 아들, 딸들이 여기서 태어난 게 자랑스럽게 여기게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 안산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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