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뽑아서 고철로 팔 때까지 투쟁 다짐"
단장면 경과지 주민-경남공대위 '한평 프로젝트' 벌여... 개장식 열어
밀양 송전탑을 막아내기 위해 주민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땅 한 평'으로 뭉쳤다. 주민들이 생산할 농산물 만원 어치를 미리 예약 구매하는 '한평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밀양 단장면 765kV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과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및 백지화를 위한 경남공동대책위원회'는 6일 용회마을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결사반대, 밀양과 함께 하는 한평프로젝트 소박한 개장식'을 가졌다.
▲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및 백지화를 위한 경남공동공대책위원회'는 6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결사 반대, 밀양과 함께 하는 '한 평 프로젝트' 개장식'을 가졌다. 사진은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김정회(동화), 박호야(용회) 마을이장한테 '765만원 약정서'를 전달하는 모습. ⓒ 윤성효
▲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및 백지화를 위한 경남공동공대책위원회'는 6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결사 반대, 밀양과 함께 하는 '한 평 프로젝트' 개장식'을 가졌다. 사진은 주민들이 농작물 지지대를 세우는 모습. ⓒ 윤성효
밀양 용회·동화마을 주민들이 경남지역 연대단체 회원들과 함께 우선 2000여 평에 백문동, 완두콩, 감자 등을 심었다. 주로 도시지역에 사는 연대단체 회원들은 '주말농장'처럼 이곳에 와서 농사도 거든다.
한평프로젝트는 밀양 농민들의 오랜 경험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농산물을 재배하여 그 수확물을 미리 구매한 소비자한테 공급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냥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이 먹을 농산물을 직접 심고 가꾸는 일에 참여하면서 농사일도 배우고, 일손도 거드는, '착한 농사꾼과 착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도 운영한다. 농산물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기까지의 '한 평 농사 일기'를 카페에 올리고, 회원들은 내가 직접 먹을 농산물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날 개장식에서 김재명 경남공대위 공동대표는 '765만원 약정서'를 김정회(동화)·박호야(용회) 마을이장한테 전달했다. 주민들은 한평프로젝트로 마련된 수익금은 송전탑 반대 투쟁 기금으로 쓸 예정이다.
'서울댁' 할머니(박영순, 79, 동화마을)는 "철탑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내야 하고, 뽑아내야 한다"며 "그동안 할매들은 농사 짓고 철탑 막느라 지쳤는데, 이런 일로 같이 할 수 있어 기쁘고 힘이 나며, 앞으로 철탑을 뽑아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정회 마을이장은 "얼마 전 밭에 감자를 심었는데 벌써 싹이 트고 있으며, 농작물은 주민들의 손이 자주 가야 잘 자란다고 하는데 그동안 송전탑 막는 투쟁을 한다고 자주 논밭에 와보지도 못했다"며 "이곳 주민들이 없더라도 여러분들이 밭에 와서 살펴보면 농작물은 더 잘 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장은 "우리 마을에는 송전탑이 모두 3개가 들어서는데, 이미 2개는 들어섰다"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것이다. 한평프로젝트는 미약한 시작이지만, 수확을 많이 해서 그 기금으로 한전에 철탑을 고철로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호야 이장은 "우리 마을에는 두 개의 철탑이 들어서는데 이미 한 개를 세워졌지만 한 개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며 "엊그제도 한전 관계자가 마을을 다녀가기도 해서 긴장하기도 했다. 여러 사람들과 힘을 합쳐 철탑을 막아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기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주민 여러분들은 힘을 내시고,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며 "우리들은 송전탑을 뽑아 고철로 팔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장식에는 간디학교 학생들과 통합진보당 최종엄 밀양시의원(나) 예비후보 등도 참석했다.
▲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및 백지화를 위한 경남공동공대책위원회'는 6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결사 반대, 밀양과 함께 하는 '한 평 프로젝트' 개장식'을 가졌다. ⓒ 윤성효
▲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및 백지화를 위한 경남공동공대책위원회'는 6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결사 반대, 밀양과 함께 하는 '한 평 프로젝트' 개장식'을 가졌다. 사진 속 원안은 산에 세워져 있는 철탑. ⓒ 윤성효
이날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밀양 할매들은 자고로 농사란 손이 많이 필요한 일이지만 많은 이가 함께 하면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다"며 "힘들지만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밀양의 싸움은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전은 지난 주 용회마을을 비롯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주민들의 농상장에 '함부로' 공고문을 붙였고, 14일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하고 지금까지의 손해에 대해 보상을 청구할 것이며, 철거를 방해하는 자에게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참으로 가당찮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경찰이 워라 하든, 한전이 무슨 짓을 하든 밀양 주민들과 우리는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한다"며 "농성장을 철거하면 또 짓고, 길을 막으면 다른 길을 만들어서 송전탑 현장까지 도시락을 나르고 물을 나를 것이다. 경찰보다, 한전보다 양심있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국민이 수백배 수천배 더 많다는 것을 이곳 밀양에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한 한전은 밀양 4개면(부북·단장·상동·산외면)에 모두 52개의 철탑을 세우는데, 현재 46곳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다.
▲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및 백지화를 위한 경남공동공대책위원회'는 6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결사 반대, 밀양과 함께 하는 '한 평 프로젝트' 개장식'을 가졌다. ⓒ 윤성효
▲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주민들은 마을 어귀에 천막을 설치해 놓고 송전탑 공사 중단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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