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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5.1 지진 속 아이들의 대처, 놀랍구나

학교서 배운 걸 그대로 적용한 아이들... '지진 가방' 준비까지 했다

등록|2014.04.07 15:14 수정|2014.04.07 15:14

▲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진이 올 때 이렇게 하라고 훈련을 받는다. ⓒ 고종필


지난 3월 28일 저녁, LA 근교 라 하브라(La Habra)에서 진도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때로부터 1주일이 다 돼가지만, 지금도 하루에 한 번 꼴로 진도 3.0이 넘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진도 1~2 정도의 여진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난다. 지금까지 200번이 넘는 여진이 있어는데, 예민한 사람은 하루에도 여러 번씩 온몸으로 여진을 그대로 느껴야 했다. 남캘리포니아 지역에서만 평생을 살았다던 사람들도 이번과 같이 수많은 여진을 동반한 지진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많은 사람들이 곧 진도 7.0이 넘는 큰 지진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강타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진도 5.1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나는 아파트 밖에 있었고 아내는 거실에 있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아파트 수영장의 물이 심하게 출렁거리는 것을 보면서, 이전에 경험했던 진도 4의 지진보다 더 강한 지진이 왔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집에 올라가 보니, 7살 아들과 4살 딸이 아내와 함께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책장 속에 있던 책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가족사진도 쓰러져 있었다. 러시아 마트로시카 인형은 거실 바닥을 굴러 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점퍼만 대충 입히고 전화기만 들고 서둘러 집 밖으로 나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아이들을 꼭 안은 채 집 밖에 나와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처음 경험하는 큰 지진에 모두 놀란 표정들이었다. 서로에게 괜찮냐고 안부를 묻고, 어른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 담요, 옷, 물 등을 가지고 나왔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지진 정보 누리집에 들어가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지진의 강도를 알게 됐다.

'재해 가방' 준비는 어떨까요

▲ 지진이 발생했을 때 꼭 필요한 품목들이 들어간 가방, '지진 가방' ⓒ 고종필


마음을 추스르고 난 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듣게 됐다. 7살 아들은 자던 침대에서 튀어나와 울먹거리며 주방 식탁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4살 딸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고양이처럼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취했던 조치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1년에 한두 번씩 지진 대피 훈련을 받는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식탁이나 책상 밑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한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식탁이나 책상의 다리를 붙잡는다. 지진이 멈췄을 때, 서둘러 밖으로 나와서 건물이 없는 운동장에 반별로 앉는다. 훈련 경험이 실제 지진을 마주했을 때 아이들을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는 지진을 대비한 작은 '지진 가방'이 있다. 여벌의 옷과 물 그리고 초콜릿과 크래커가 들어 있다. 우리 집은 네 명의 식구를 위해 큰 여행용 가방을 지진 가방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의 옷과 속옷, 담요, 여러 병의 물 그리고 초코바와 중요한 서류들을 넣어놨다. 큰 지진이 왔을 때, 그래서 전기도 끊기고 식료품을 살 수 없는 때를 대비한 준비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큰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언론들이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오래된 건물은 진도 5.0 이상의 지진에도 충분히 붕괴될 수 있다는 놀라운 기사도 접했다. 한번쯤 아이들과 지진 대피 훈련을 하고, 지진뿐만이 아닌 자연 재해에 대비해 '재해 가방'을 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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