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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에 공들인 여성 도의원, 재선 성공할까?

[인터뷰] 경기도의회 안산지역 원미정·홍연아 도의원

등록|2014.04.08 15:53 수정|2014.04.08 15:53

▲ 경기도의회 원미정 도의원과 홍연아 도의원 ⓒ 경기도의회


4월 8일 현재 31개 시군에서 13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경기도의회. 이중 비례대표와 교육의원(2014년 6월 30일까지만 유지)을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선출되는 의원은 112명 정도다. 이 중에서 여성 의원은 현재 10명.  비율로 따지면 10%에 불과하다. 지역구 경쟁에서 여성의원이 승리한 지역은 수원, 고양, 성남, 안산, 평택, 남양주 등  모두 6곳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미정 도의원과 통합진보당의 홍연아 도의원.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안산지역은 도지사나 기초단체장 선거 못지않게 이들 두 여성의원의 재선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여성의 의회 진출이 늘어났다고 해도 주로 비례대표를 통해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을 뿐, 지역구 경쟁은 쉽지 않아서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은 2010년 '지방선거 경기도의회 여성의원 분석 자료'를 통해 "정당의 공천심사와 선거유세와 같은 선거과정을 치르면서 여성이 정치경력을 지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두 여성 의원은 재선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원미정 도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지역구 내에 새누리당에 몰표를 주는 곳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야권이 선거 때마다 늘 고전하는 곳이다. 이길 때는 간신히 이기지만 질 때는 크게 진다.

홍연아 도의원의 경우 2012년 총선 때 함께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로 도의회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번엔 야권단일후보 가능성이 물 건너간 상태다. 아주 힘겨운 싸움을 예상하고 있는 처지다.

이런 부담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들이 더 유리하게 인식되는 상황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의원들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인 듯, 이들과의 경쟁을 선언한 여야 예비후보들 중에는 여성들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여성 후보들 간의 맞대결이 펼쳐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여느 지역보다 더욱 흥미 있는 선거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미정 도의원] 표 안 되는 지역에 공들인 4년

▲ 지역구 주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원미정 경기도의원 ⓒ 원미정


"풍도와 육도가 가장 소외된 지역인데, 거기에 신경을 써서 주민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게 가장 보람입니다."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원미정 도의원은 4년간의 도의회 의정활동을 되돌아보며 두 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풍도와 육도는 대부도(행정구역 상 대부동)에 속해 있으나 거기서도 배로 1시간 이상 가야하는 서해안의 작은 섬이다. 대부도 역시 행정구역은 안산이지만 다른 시를 거쳐야 들어 갈 수 있을 만큼 상당히 떨어져 있다.

특히 대부도는 역대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보통 80%의 득표율을 차지하고, 야권은 20% 남짓 득표가 고작이다. 여야가 호각세를 보이는 안산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지역이다. 그 차이를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안산 신도시 권역에서 만회해야 하기에 야당 입장에서는 부담이 많이 간다.

그래서 지난 2010년 원 도의원이 여성 몫으로 공천을 받았을 때 형식적 배려라는 시선이 많았다. 가장 불리한 선거구에 여성을 생색내듯 공천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결과는 불리한 여건을 딛은 승리였다.

풍도와 육도는 인구도 많지 않고 보수적 노인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당 쪽에서는 큰 관심을 안 둬도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야당은 지지세가 없으니 포기하고 외면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주민들도 누가 당선되든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난 4년 간 섬을 자주 왕래하던 그에게 다른 의원들이 "표 안 되는 곳에 뭔 공을 그렇게 많이 들이냐"는 소리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사람 많은 신도시 쪽에 공을 들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조언도 들었다.

그렇지만 원 도의원은 "표를 떠나서 소외된 곳을 둘러보고 챙길 수 있는 게 지방의원으로서 역할이자 보람"이라고 말했다. 섬의 미래를 생각해 초등학교 분교에 유치원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화상의료상담 시스템을 신설해 섬 주민들의 의료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한 것도 그런 인식이 바탕이 됐다. 그래서 주민들의 고맙다는 인사가 더욱 크게 와 닿는다고 흐뭇해  했다.  

"정당은 책임 정치 해야하는데 기초선거 무공천 유감"

간호사 출신인 그가 4년간의 의정활동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보호자 없는 병원이었다. 병원들이 간호사들을 적게 채용하면서 그 부담이 보호자들에게 넘어오는 것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현재 경기도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중증 환자의 가족들이 겪는 간병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조례 역시, 김문수 도지사가 불만을 드러냈지만 의회의 힘을 통해 만들어 냈다. 그의 성실한 의정 활동은 시민단체가 선정하는 우수의원과 지역언론단체가 수상하는 의정대상을 통해 인정받았다.

지난 4년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활동했다고 자부하는 그는 새로운 4년을 위해 다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도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누리당 후보자 중에는 비례대표 여성 시의원이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상대에서 여성 후보가 나설 경우, 원 도의원이 여성이라면서 내세운 차별성이 떨어진다. 또한 대부도 민심은 여전히 새누리당을 선호한다.

싱글맘으로 나 홀로 선거운동을 벌여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후보 명함을 대신해 나눠줄 수 있는 직계 가족이 없어서다. 아이들은 아직 학생이라 선거 지원이 불가능하고, 지난 선거 때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친정어머니는 몇 해 전 돌아가셨다. 불리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결국 유권자의 판단에 맡길 뿐이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정치를 시작한 지 4년. 감시하고 지켜보던 시민운동과 직접 뛰어든 지역 정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이 질문에 대해 한참 논란인 기초선거 공천제를 이야기했다.

"시민운동 할 때는 공천이 뭐가 필요하냐고 주장하면 그만이었지만 막상 의회에서 일을 해 보니 정당의 책임정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주장으로 끝나는 것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가장 큰 차이 같아요. 그런 점에서 충분한 토의 없이 결정된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은 아쉬움이 큽니다. 도의회에서도 당론 결정을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정을 하는데…."

[홍연아 도의원] "사람이 소속 정당보다 중요하지만... 안타깝다" 

▲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연아 도의원 ⓒ 통합진보당

"당이 뭐가 중요해요. 사람만 확실하면 되지. 선거 치르기 전이나 끝나고나 변함이 없어요.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지난 5일, 안산 본오동에서 노점을 하고 있는 40대 주민은 거리에서 정당연설회를 진행하고 있는 홍연아 도의원에 대해 이렇게 반응했다. 그에게 통합진보당 지지자냐고 물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물론 다른 쪽에서는 이런 반응도 나온다.

"사람은 괜찮은데 당이 걸림돌이다. 안타깝다."

통합진보당 소속 경기도의원은 모두 2명. 홍연아 도의원은 그 중 한 명이다. 안산지역에선 유일한 진보정당 의원이기도 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던 그는 2012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도의회에 입성했다.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해 야권단일후보가 됐고, 그 여세를 몰아 도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2년 사이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떨어졌고, 야권단일후보 협상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정치적 의도성이 다분히 엿보이는 위헌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되면서 자칫 본선에도 못나갈 가능성도 있다. 비록 모든 여건이 희망적이지는 않지만 홍 도의원은 이 난관을 딛고 재선 도전을 위한 걸음을 떼고 있는 중이다.

"이석기 의원이 구속되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권 차원의 탄압이 시작되면서 주변 분들로부터 '어떡하나, 안타깝다, 걱정스럽다' 등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국정원의 간첩 조작이 드러나고 있어 분위기가 예전보다는 나아졌습니다."

이른바 'RO 사건'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겨울 그는 매주 목요일이면 지역구에 있는 상록수역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리 농성을 펼쳤다. 탄원 서명도 받았는데, 처음에는 외면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참여했다. 지역 주민 한 사람은 "통합진보당과 이석기는 맘에 안 드는데 홍 의원보고 해 주는 거야"라며 서명해 주기도 했다.

그의 인간적 호소에 민주당 시도의원들도 서명에 참여했는데, 새누리당과 보수단체들은 이를 종북몰이로 활용해 서명한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공격했다. 홍 의원은 개인적인 친분있는 분들이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들어 준건데, 악의적인 공격을 받을 때 상당히 괴로웠다고 말했다.

힘없고 소외된 약자들 위해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 필요

▲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청구 철회를 촉구하는 경기도의회 야당 의원들 기자회견에서의 홍연아 도의원(가운데)와 원미정 도의원(왼쪽) ⓒ 경기도의회


홍 의원을 지지하는 일반 주민들이 소속 정당에 개의치 않는 것은  그가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꾸준하고 성실하게 활동한  덕분이다.

재보궐 선거로 의회에 들어가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홍 도의원은 "혁신학교를 지정하고 확대하겠다는 1호 공약을 지켜낼 수 있어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혁신학교가 하나도 없던 동네에 그의 임기 동안 3개나 생겼다.

교육 문제는 지역주민들에게 와 닿는 부분이 큰 사안이다. 지역에서 고등학교 설립 요구가 있었을 때, 비록 의원은 아니었지만 발 벗고 나서 성사시킨 것도 지역주민들이 그를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 중 하나다. 홍 도의원은 안산시의원 시절 0세 영아 무상접종 조례를 전국 최초로 발의해 통과시키며 주목받기도 했다.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와 어린이집 등의 복지 문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 등은 서민 의원을 다짐하는 그가 관심을 쏟고 있는 대상이다. 그가 다시 의회에 들어가고자 하는 목적도 바로 이런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하지만 재선 전망은 그리 밝지가 않다. 거대 정당에 맞선 진보정당의 모습은 왜소하기만 하다.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적극적이다. 홍 도의원이 속한 선거구는 원래는 민주당 도의원이 선출된 곳이었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이 상실되면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던 지역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여성 예비후보가 나서 여성 간의 경쟁 가능성도 예고하고 있다.

홍 도의원은 소수 진보정당으로서의 불리함을 그간 쌓아 놓은 신뢰로 돌파하겠다는 각오를 내보이고 있어 유권자들의 선택 결과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성하훈 기자는 2014 6·4 지방선거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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