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웃음' 주기 위해 흘리는 '수없는 땀'을 보다
MBC 방청객 알바 체험기
무작정 회사를 때려치우고 집에서 뒹굴던 작년 여름이었다. 역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갑작스럽게 네이트온 메시지를 보내온다.
"언니, 나랑 당일 알바 할래?"
한 푼이 아쉽던 처지라 아르바이트(아래 알바)라는 말에 나는 번쩍 일어났다.
"무슨 알바인데?"
"응, 예능프로 방청객 알바야. 내일 오전 10시까지 MBC 일산 스튜디오로 오면 돼"
예능 프로그램을 공짜로 보고 돈까지 받는다? 시작도 하기 전에 마음이 들떴다. 백수 생활 두달 째, 몸에 밴 달콤한 아침잠을 뿌리치고 우리 집에서 지하철로 극과 극 수준의 거리인 일산까지 달려갔다. 친구는 마침 나보다 조금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잠시 후,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작가분이 뿔뿔이 흩어져 있던 '방청객 알바'들을 두 줄로 세운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예능 스튜디오란 말이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작가분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밀폐된 녹음실이었다. 내심 개방된 무대를 기대했던 나는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TV에서 내 얼굴을 지인들이 알아보는 일은 없겠지, 하며 쓸데없이 갖고 있던 걱정거리를 내려놓는다.
자리에 앉으니 곧 불이 꺼지고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가 화면에서 시작됐다. 집에 TV가 없는데다 예능프로를 즐기지도 않는 나는 "아, 저게 장안의 화제라는 '아빠 어디가?'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녹음에 들어가자 작가분은 본격적으로 우리를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소리를 좀 더 키우세요, 이번 대목엔 박수!"
나와 친구 같은 '초짜'들이 열심히 지시에 따르는 동안 나름 '세미프로'가 된 아주머니들은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작가분의 눈이 그걸 놓칠 리가 없을 터. "거기 아주머니들, 좀 더 집중해 주세요!"라고 연신 소리를 지른다.
현직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우리 일이 성격 까칠해지게 만든다"고 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한 타임에 한 프로그램을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두세 꼭지를 함께 진행하는데, 이날 프로그램은 <아빠! 어디가?> 외에 <무한도전>과 <우리 결혼했어요>였다.
처음에는 시간을 때울 생각으로 핸드폰을 중간중간 바라보며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그동안 TV를 멀리하고 살았던 탓인지 예능의 세계에 오랜만에 푹 빠져들었다. 특히 <무한도전>에서 정준하씨의 1인 2역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날 정도이다.
세 시간은 후딱 지나갔다. 정신없이 소리지르다 보니 목은 아프고, 책상다리로 앉아 있느라 다리는 욱신욱신 저려왔다. 그리고 받아든 일당. 들인 시간과 교통비에 비하면 적다 싶은 금액이지만, 오랜만에 크게 웃고 갑갑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기회였다.
스튜디오를 나서니 MBC 로고가 햇볕 속에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언니, 나랑 당일 알바 할래?"
한 푼이 아쉽던 처지라 아르바이트(아래 알바)라는 말에 나는 번쩍 일어났다.
"무슨 알바인데?"
"응, 예능프로 방청객 알바야. 내일 오전 10시까지 MBC 일산 스튜디오로 오면 돼"
예능 프로그램을 공짜로 보고 돈까지 받는다? 시작도 하기 전에 마음이 들떴다. 백수 생활 두달 째, 몸에 밴 달콤한 아침잠을 뿌리치고 우리 집에서 지하철로 극과 극 수준의 거리인 일산까지 달려갔다. 친구는 마침 나보다 조금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잠시 후,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작가분이 뿔뿔이 흩어져 있던 '방청객 알바'들을 두 줄로 세운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예능 스튜디오란 말이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작가분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밀폐된 녹음실이었다. 내심 개방된 무대를 기대했던 나는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TV에서 내 얼굴을 지인들이 알아보는 일은 없겠지, 하며 쓸데없이 갖고 있던 걱정거리를 내려놓는다.
자리에 앉으니 곧 불이 꺼지고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가 화면에서 시작됐다. 집에 TV가 없는데다 예능프로를 즐기지도 않는 나는 "아, 저게 장안의 화제라는 '아빠 어디가?'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녹음에 들어가자 작가분은 본격적으로 우리를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소리를 좀 더 키우세요, 이번 대목엔 박수!"
나와 친구 같은 '초짜'들이 열심히 지시에 따르는 동안 나름 '세미프로'가 된 아주머니들은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작가분의 눈이 그걸 놓칠 리가 없을 터. "거기 아주머니들, 좀 더 집중해 주세요!"라고 연신 소리를 지른다.
현직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우리 일이 성격 까칠해지게 만든다"고 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한 타임에 한 프로그램을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두세 꼭지를 함께 진행하는데, 이날 프로그램은 <아빠! 어디가?> 외에 <무한도전>과 <우리 결혼했어요>였다.
처음에는 시간을 때울 생각으로 핸드폰을 중간중간 바라보며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그동안 TV를 멀리하고 살았던 탓인지 예능의 세계에 오랜만에 푹 빠져들었다. 특히 <무한도전>에서 정준하씨의 1인 2역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날 정도이다.
세 시간은 후딱 지나갔다. 정신없이 소리지르다 보니 목은 아프고, 책상다리로 앉아 있느라 다리는 욱신욱신 저려왔다. 그리고 받아든 일당. 들인 시간과 교통비에 비하면 적다 싶은 금액이지만, 오랜만에 크게 웃고 갑갑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기회였다.
스튜디오를 나서니 MBC 로고가 햇볕 속에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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