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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스펙'이 공천 좌우한다?

서울 관악구청장 단독공천 논란... 김운기 후보 "당규 무력화" 반발

등록|2014.04.10 17:46 수정|2014.04.11 09:17

▲ 새누리당 관악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이정호 후보(왼쪽)와 김운기 후보. ⓒ 오마이뉴스


지난 3월 31일 새누리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서울 관악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에게 '당내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관악을 구청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 최종 경선후보자 명단(단독공천자 포함)이 적시돼 있었다. 두 명의 후보가 신청했던 관악구청장의 경우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이정호(57) 후보를 단독 공천했다.

경선을 기대하고 있던 김운기(60) 후보는 이러한 심사결과가 당규를 어긴 것이라며 곧바로 중앙당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특히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여론조사 결과 등 객관적 지표도 없이 후보의 '스펙'만으로 단독공천을 결정 지었다는 심사위원의 진술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25년 공무원의 승리... 공천관리위원 "김운기 후보 경력이 부족했다"  

관악구청장 단독 공천자로 선정된 이정호 후보는 전남대 과학교육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과 석·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나름대로 높은 '학력 스펙'을 쌓은 셈이다.

이 후보는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들어선 이후 관악구청 총무과장·사회복지과장·건설교통국장·생활복지국장, 서울시청 푸른도시정책과장·청소년과장·재래시장대책반장, 행정안전부 행정정보공유 및 민원선진화 추진단장을 지냈다. 특히 그는 관악구청에서 13년간 주요보직을 거쳤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3월 6일 관악구청장에 출마하기 위해 서울영등포구청 부구청장을 끝으로 25년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관악구청장 후보 단독공천과 관련, 지난 8일 정준길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누가 봐도 경력상 이정호 후보의 경쟁력이 있다고 다수 위원들이 판단했다"라며 "그에 비해 김운기 후보의 경력이 부족해 새누리당 후보로는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판단한 위원이 몇 명이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3분의 2 이상이었다"라고 전했다.

정준길 위원은 "명경지수(明鏡止水)의 마음으로 두 후보의 커리어(carrier, 경력)를 보면 금방 판단할 수 있다"라며 "여러 사람이 종합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심사결과에 자신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후보의 '스펙'을 보고 단독공천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에서 '스펙이 달리다'고 판단한 김운기 후보는 15대째 관악구에서 살고 있는 '관악 토박이'다. 특히 80년대 민정당 시절부터 30여 년간 새누리당에서만 활동해왔다. 민정당 관악지구당 기획분과 위원장, 민자당 관악을지구당 동협의회 회장, 신한국당 관악을지구당 동협의회 회장, 한나라당 관악을지구당 사무국장·부위원장 등의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을 거쳐 지난 2007년과 2012년 대선 당시 각각 한나라당 직능정책본부 행정자치위원회 지역본부장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직능총괄본부 관악구 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를 도왔다.  

김운기 후보는 지구당 당직만 맡아온 게 아니었다. 새마을협의회 회장과 생활체육관악구축구연합회 회장, 관악구생활체육회 회장뿐만 아니라 지난 95년부터 98년까지는 관악구의원을,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7년간 지방자치 의정활동 경험을 쌓은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원신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지역경제계에서도 꾸준히 활동해 왔다.

학력에서도 이 후보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김 후보의 판단이다. 서울 장훈고를 졸업한 뒤 단국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고, 지난 2008년에는 중앙대 행정대학원에서 복지행정학을 공부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렇게 학력이나 경력, 정당 헌신도 등의 측면에서 충분히 관악구청장 경선후보로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특정후보를 낙점하는 하향식 공천이었다"

김운기 후보는 지난 9일 기자와 만나 "중앙당의 상향식 공천에 기대를 걸고 관악구청장에 도전하게 됐다"라며 "그런데 경력 등 스펙만 가지고 경선이 아닌 단독 공천을 결정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상고출신인데도 대통령을 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만약 공무원 경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공무원 출신으로만 공천하면 될 것이고, 학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서울대나 하버드대를 나온 사람으로만 공천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식으로 한다면 뭐 하러 선거 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김 후보는 "저는 제가 절대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 뒤 "서울지역 25개 구 가운데 중구와 관악구만 단독 공천으로  결정됐는데 중구는 단독후보가 입후보한 경우다"라며 "그런 점에서 관악구는 특정후보를 낙점하는 하향식 공천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 관악을 당협위원장의 '윗선'에서 어떤 힘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악구청장 단독공천이 새누리당 당규나 방침에 어긋난다는 것이 김 후보의 주장이다. 당규 제8조 제3항에는 '서류심사, 득표기반조사, 여론조사, 면접, 후보간 토론회 및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 등을 통해 단수의 후보자를 선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지난 3월 중앙당에서 배포한 <새누리당 상향식 공천제도 무제한 설명회 자료집>에도 '복수의 공천신청자 중 여론조사 결과 등 객관적 지표에 근거해 1인의 본선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단수후보를 선정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정준길 공천관리위원은 "여론조사 등은 실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공천심사 결과 이의신청서'에서 "수십년간 당적을 갖고 당에 헌신해왔는데 경선을 하지 않는 것은 당규를 위반하고 당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다"라며 "상향식 공천제도의 본질을 훼손한 비민주적인 처사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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