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서하준 "'암세포도 생명', 곤혹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

[박정환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풀하우스'로 비에 도전장 내미는 서하준

등록|2014.04.12 12:40 수정|2014.04.12 12:41

▲ 뮤지컬 <풀 하우스>로 비에 도전장 내미는 서하준 ⓒ 스토리피


'자고 일어나 보니 하루아침 사이에 스타가 되었다'는 표현은 배우 서하준에게 딱 맞는 표현이다. <오로라 공주>로 여성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서하준이 가장 조심했던 건 교만이었다. 한결같이 겸손하게 연기해야 진정성 있는 연기가 나올 수 있고, 연기자의 생명도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진정성 있는 연기로 겸손하게 나아가야 비로소 '기찻길 같이 오래 달릴 수 있는 연기자'가 된다고 보는 서하준이 이번에는 뮤지컬 <풀 하우스>로 관객 앞에 나선다.

- 드라마와 달리 <풀 하우스>는 대본이 미리 나와서 캐릭터 잡기가 수월했을 듯하다.
"대본에 충실하다 보면 캐릭터를 잡는다기보다는 캐릭터에 색깔만 입히면 된다. <오로라 공주> 속 설설희는 지고지순한 순정남이었지만 <풀 하우스>의 이영재는 살짝 나쁜 남자다. 이영재는 겉으로 보기에는 나쁜 남자로 보인다. 하지만 한지은을 사랑할 때에는 내성적이라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수줍은 내면이 있지만 겉으로는 나쁜 남자로 비치는 이영재를 연기하고 싶다. <풀 하우스>의 이영재가 쿼드러플 캐스팅이다. 네 명의 이영재가 색깔이 다 다르다. 네 명의 이영재가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

- 설설희와 이영재 중 실제 성격과 맞는 캐릭터는.
"설설희와 이영재의 성격이 내 안에 모두 있다. 장난기가 많지만, 여성 앞에서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은 이영재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사랑하는 건 설설희를 닮지 않았나 생각한다."

- 연극을 하다가 모델이 되고 탤런트가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다른 학교에 입학하려고 했다. 그 와중에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살림에 도움이 돼야 했기에 학업은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저의 SNS를 본 홍콩의 모델 회사가 같이 일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제의해서 모델 일을 시작했다.

연기는 경험이 제일 큰 스승이다. '모델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일까'하고 홍콩으로 건너가서 모델을 했다. 한국 사람이 없어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던 건 홍콩의 케이블 영화 채널이었다. 영화를 보다 보니 연기가 하고 싶어졌다.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것처럼 괴로운 건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연기를 위해 회사를 알아보고 오디션을 보다가 <오로라 공주>로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 <라이온 킹>을 보고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던데.
"<라이온 킹>을 보기 전에는 연기에 대한 포부도 없었고, 막막함만 있었다. 그러다가 <라이온 킹>이라는 공연 한 편을 보았다. 배우는 관객에게 연기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 역시 그런 생각으로 관람했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들이 커튼콜 때 즐기고 있었고, 관객보다 좋아하더라. 연기를 즐기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연기 학원을 찾아갔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 <풀 하우스>에서 호흡을 맞추는 서하준과 곽선영 ⓒ 스토리피


- 한 매체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을 신예 연기자 1위로 꼽기도 했는데.
"깜짝 놀랐다. 그런 집계를 한다는 사실조차 몰라서 1위를 했다는 소식에 많이 놀라고 당황했다. 작품 하나로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에 어깨도 굉장히 무거워졌다. 앞으로의 연기적인 미래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

- <오로라 공주>는 막장드라마다. 하지만 그 덕에 지금의 서하준이 있게 되었다.
"막장드라마가 맞다. <오로라 공주> 속 설설희는 앞으로 수없이 만나게 될 캐릭터 중 하나였다. 설설희 덕분에 많은 분과 인사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었다.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극 중 설설희가 혈액암에 걸리는 설정이라 살을 일부러 뺐다. 혈액암은 살이 붙지 않는 증세가 있다고 한다. 몸에 조그마한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면역 체계가 없기에 먹은 걸 모두 게워낸다고 한다. 연기자는 보여드리는 직업이다. 연기로 암 환자를 보여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외형의 변화도 중요해서 살을 뺐다."

- 대중이 납득하기 힘들었던 대사가 "암세포도 생명이다"였다.
"곤혹스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대사가 곤혹스러웠던 게 아니라 대사를 통해 연기의 공감대, 진실된 연기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이 곤혹스러웠다. 어떤 연기건 진실성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기의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책 읽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친구들은 방송을 보고 SNS로 '재미있었다' '힘들지 않았냐'고 위로했다."

- 연기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진정성'인 것 같다.
"진정성으로 연기하는 것과 그냥 연기하는 건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진정성 있는 연기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연기할 때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풀 하우스>로 보면 배우와 객석의 호흡도 중요하다. TV로 보면 시청자와의 호흡 역시 중요하다."

- <정글의 법칙>에서 온유와 동갑이라고 해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기도 했다.
"연기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얼굴이 유리할 수 있다. 노안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 <바다가 부른다> 촬영을 마치고 <풀 하우스> 연습을 시작했다.
"<바다가 부른다>에서는 이영재, 설설희와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상처가 많아서 냉소적인 인물이다. 유일하게 행복한 때가 수영할 때다. 어머니가 없는 인물이다. 물이라는 매개체를 어머니로 생각하고 수영을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