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보고 싶다면 눈을 감으라
[체험후기] '어둠속의 대화' 90분...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지난 3월 22일, 신촌 연세로 '버티고' 빌딩에서 실시하는 '어둠속의 대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어둠속의 대화'는 빛이 전혀 없는 암흑 속에서 촉각, 청각, 후각, 미각만 활용하여 로드마스터의 목소리에 의지한 채 90분간 일상생활을 체험하는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비상구 표시 등 따위의 기본 적인 빛은 있겠지 하면 큰 오산이다. 90분 내내 암흑이다. 체험이 시작되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눈을 감는 게 편하다는 것을 느낀다. 눈을 뜨나 감으나 차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각만 제외하고 다른 감각이 곤두선다. 체험이 끝나자 달도 없는 깊은 밤에 산속을 해매이이다 집을 찾은 것처럼, 기운이 빠지며, 맨 먼저 든 생각이 '이게 뭐지?'였다. 억지로 데리고 간 지인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로드마스터의 마지막 말에 약간의 반전을 느끼지만 마음을 크게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체험에 대한 기억은 점점 선명해지고, 체험에서 느낌을 토대로 다양한 생각들이 봄 새싹처럼 마음속에서 새록새록 피어났다. 기억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기이한 체험이다. 지금이 4월 11일이다. 20여일이 지났다. 하지만 체험 기간 동안 손으로 만졌던 많은 익숙한 물건들, 귀로 들은 소리들, 맛, 냄새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 록 더 선명해진다. 왜일까?
시각으로부터 얻는 정보의 특징
인간은 오감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인간의 오감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이다. 이 중에서 일반적인 사람은 시각을 통하여 80~90%가량의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는 흔히 TV, 인터넷, 책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데, 이 역시 대부분 시각을 통해서다. 화려한 첨단 미디어가 발전하면 할수록 시각에 대한 정보 습득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눈을 감으면 외부와의 정보 교환은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실제로 시각의 정보를 처리하는 뇌인 후두엽이 다른 감각 기관의 정보처리 부분에 비해 월등히 크고, 치밀하게 발달되어 있다. 또한 정보 습득 의존도 시각에 몰려 있다 보니, 시각이 다른 감감을 지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어둠속의 대화' 프로그램이 지금도 진행 중이므로 세부적인 사항은 밝힐 수 없지만, 시각이 다른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을 직접 체험하게 됨.)
단적인 예로 청포도를 보면 입 안에 침이 고이는 현상이다. 이는 뇌가 빠른 정보처리를 위해 개발한 선입견이라는 편리한 시스템 때문이다. 청포도에 대한 맛을 기억하고 있던 뇌가, 눈을 통해 청포도의 정보가 들어오자 미리 상상을 하여 미각을 관장하는 뇌 부분을 자극한 것이다. 여기에서 청포도가 플라스틱 재료로 만든 장식품인지 아니면 방금 포도밭에서 따온 싱싱한 청포도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렇듯 시각은 모든 감각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선입견을 갖지 마라' 라는 말을 흔히 하는 걸 보면, 선입견엔 많은 문제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인간은 정보 습득의 효율적인 방법으로 선입견이라는 프로그램이 아직도 뇌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인간 시각에 대한 불편한 진실
눈은 마음의 창이면서, 앞에서 살펴봤듯이 정보의 창이며, 모든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신체 부위다. 그렇다면 인간의 눈은 어떻게 사물을 인지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전자기파 중에서 가시광선 영역을 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이라는 전자기파를 포착하여, 이를 뇌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시각 정보를 만들어 낸다.
시각의 기본 정보가 되는 가시광선은 태양에서 오는 파장의 극히 일부분이다.(아래 그림 참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바늘구멍으로 우주를 보는 것보다 더 좁은 구역을 보는 것이다. 우주 만물의 실체에 비해 인간의 눈은 극히 일부분만 본다.
- 인간은 가시광선 파장대의 전자기파를 눈으로 받아들여 뇌에서 재 가공하는 과정에서 파장대별로 색상을 나눈다. 이와같은 가시광선 파장대는 전체 전자기파(감마선에서 라디오파) 중 극히 일부분을 차지한다.
* nm(nanometer)=mu(milli-mircron)
* 1nm(mu)=10억분의 1m=100만분의 1mm
- 또한 감마선과 라디오파까지의 파장대는 지구에 일반적으로 많이 포착되는 파장 대며, 우주 전체로 봤을 때는 이보다 훨씬 넓은 파장대가 존재한다.
또한, 실체에 비해 극히 미비한 시각자료도 뇌에서 정보화하면서 왜곡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앞에서 말한 선입견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범위 내에서 사물을 이해하려는 무의식이다. 눈으로 들어온 빛은 뇌에서 조합하여 일정한 형상을 만들어 낸다. 이때 효율적으로 뇌를 운영하기 위해 자주 경험하는 것들은 눈으로부터 들어온 원시자료를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미리 뇌는 만들어 놓는다. 각자의 프로세스에 따라 똑 같은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다.
이렇듯, 시각은 정보 습득에 편리하지만 실체를 명확히 파악 하는 데는 극히 제한적이고, 뇌에서 정보처리 단계 또한 불안정하다.
진실을 보고 싶은 자여 눈을 감아라
현 인류는 지금 인터넷이라는 획기적인 도구를 만들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실시간 적으로 교환하고 있다. 친구의 사생활부터 지구 반대편에 발생한 사소한 사건까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의 비만시대다. 대량의 정보에 뇌의 회로는 동맥경화에 걸려 효율이 급격하게 저하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새로운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망각이 일상화는 더 빠르게 진행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사건 초기에는 사라졌다가 몇 달 후엔 슬그머니 다시 활동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에게 망각이 없다면, 이별 등 아픔 기억을 간직한 채 엄청난 고통 속에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망각해야할 것이 있는가 하면, 잊지 말아야 할 것도 분명 있다.
그리고 최근에 정보의 양이 급증하고, 이를 활용하는 장비가 첨단화되면서,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치매와 건망증은 분명 차이가 있다. 건망증은 뇌 속에 기억되어 있는데, 뇌의 회로가 찾지 못하는 것이고, 치매는 머릿속에서 사라진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아침에 우산을 들고 나갔다가 전철에 놓고 내려 집에 왔다. 그때 아들이 "엄마 아침에 들고나간 우산은 어디에 놓고 왔어?"라고 물었을 때, "참 내 정신 좀 봐 전철에 놓고 내렸네."하면 건망증이고, "아침에 내가 우산들 들고 나가지 않았어."하면 치매다.
디지털치매라는 것은 스마트기기가 발전할 수 룩 머릿속에 넣고 다녀야 할 정보를 스마트기기에 담고 머릿속을 비우는 행위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뇌의 기억과 스마트기기의 정보가 단절되면, 치매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언제든지 뇌 속의 정보와 자신의 스마트기기 속의 정보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흘러넘치는 정보 속에서, 삶의 근간마저 잃어버리고 해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다 더 자극적이고, 보다 더 선정적인 화려한 영상들을 찾아 인터넷을 떠도는 젊은 영혼들. 영상이 화려하면 화려 할수록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는 더 피곤해 진다.
정작 알아야할 소중한 인생의 지표들은 화려한 이미지에 가려 보이지 않고, 설령 지표를 본다고 하여도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다. 당연히 급변하는 세상 속에 가치관은 쉽게 흔들린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치관이 쉽게 흔들리다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어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어둠 속의 대화'를 체험한지 20여 일이 지났다. 20일이면, 480시간이고, 28,800분이다. 하지만 90분간 4개의 감각으로 체험한 기억은 오롯한데, 이보다 320배나 긴 28,800분 동안 오감으로 무엇을 체험 했나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 봐도 별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없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사건, 대한민국 대통령이 독일이 가서 뭔가를 했다는 거. 무인항공기 사건 등만 생각이 날 뿐.
인간도 동물이다. 모든 동물이 마찬가지지만 인간도 생존에 대한 본능이 그 무엇보다도 앞선다. 시각이 사라진 암흑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감각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 90%가량의 정보를 습득하던 시각기관을 상실한 상태에서는 촉각, 청각, 후각 등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자 처음에는 몸이 잔뜩 긴장했다. 정보의 90%가량 받아들이던 창을 닫았으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뿐, 청각 ․ 촉각 ․ 후각 ․ 미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들의 세포가 활발하게 깨어났다. 그동안 시각에 의존하며 안일하게 있던 신체의 모든 감각이 시각이 사라지자 '무슨 일인가?' 하고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손으로는 끝없이 무엇인가를 더듬었고, 귀는 로드마스터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발은 혹시나 턱에 걸려 넘어지지나 않을까 조심조심했고, 피부에 스치는 바람에 이곳이 어디인가 머릿속에 그려도 봤다.
시각이 사라지자 선입견이 사라졌다. 눈으로 먼저 보고 만져보고, 눈으로 먼저 보고 먹던 해위가 사라진 것이다. 선입견이 사라지자 본래의 모습, 진실을 만지고 맛보고 들을 수 있었다. 어둠 속의 진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그동안 잠자던 뇌 속에 보물처럼 각인되었던 거였다.
명작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빛이 난다. 명작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청소년 때 읽은 세계명작이 그때는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마음 속 깊이 공감하는 경우가 많듯이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선명해지는 대한 기억, 어둠 속의 대화도 명작이 아닐는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비상구 표시 등 따위의 기본 적인 빛은 있겠지 하면 큰 오산이다. 90분 내내 암흑이다. 체험이 시작되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눈을 감는 게 편하다는 것을 느낀다. 눈을 뜨나 감으나 차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각만 제외하고 다른 감각이 곤두선다. 체험이 끝나자 달도 없는 깊은 밤에 산속을 해매이이다 집을 찾은 것처럼, 기운이 빠지며, 맨 먼저 든 생각이 '이게 뭐지?'였다. 억지로 데리고 간 지인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로드마스터의 마지막 말에 약간의 반전을 느끼지만 마음을 크게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체험에 대한 기억은 점점 선명해지고, 체험에서 느낌을 토대로 다양한 생각들이 봄 새싹처럼 마음속에서 새록새록 피어났다. 기억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기이한 체험이다. 지금이 4월 11일이다. 20여일이 지났다. 하지만 체험 기간 동안 손으로 만졌던 많은 익숙한 물건들, 귀로 들은 소리들, 맛, 냄새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 록 더 선명해진다. 왜일까?
▲ 어둠속의 대화포스터 ⓒ 어둠속의 대화
시각으로부터 얻는 정보의 특징
인간은 오감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인간의 오감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이다. 이 중에서 일반적인 사람은 시각을 통하여 80~90%가량의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는 흔히 TV, 인터넷, 책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데, 이 역시 대부분 시각을 통해서다. 화려한 첨단 미디어가 발전하면 할수록 시각에 대한 정보 습득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눈을 감으면 외부와의 정보 교환은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실제로 시각의 정보를 처리하는 뇌인 후두엽이 다른 감각 기관의 정보처리 부분에 비해 월등히 크고, 치밀하게 발달되어 있다. 또한 정보 습득 의존도 시각에 몰려 있다 보니, 시각이 다른 감감을 지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어둠속의 대화' 프로그램이 지금도 진행 중이므로 세부적인 사항은 밝힐 수 없지만, 시각이 다른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을 직접 체험하게 됨.)
단적인 예로 청포도를 보면 입 안에 침이 고이는 현상이다. 이는 뇌가 빠른 정보처리를 위해 개발한 선입견이라는 편리한 시스템 때문이다. 청포도에 대한 맛을 기억하고 있던 뇌가, 눈을 통해 청포도의 정보가 들어오자 미리 상상을 하여 미각을 관장하는 뇌 부분을 자극한 것이다. 여기에서 청포도가 플라스틱 재료로 만든 장식품인지 아니면 방금 포도밭에서 따온 싱싱한 청포도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렇듯 시각은 모든 감각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선입견을 갖지 마라' 라는 말을 흔히 하는 걸 보면, 선입견엔 많은 문제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인간은 정보 습득의 효율적인 방법으로 선입견이라는 프로그램이 아직도 뇌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인간 시각에 대한 불편한 진실
눈은 마음의 창이면서, 앞에서 살펴봤듯이 정보의 창이며, 모든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신체 부위다. 그렇다면 인간의 눈은 어떻게 사물을 인지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전자기파 중에서 가시광선 영역을 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이라는 전자기파를 포착하여, 이를 뇌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시각 정보를 만들어 낸다.
시각의 기본 정보가 되는 가시광선은 태양에서 오는 파장의 극히 일부분이다.(아래 그림 참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바늘구멍으로 우주를 보는 것보다 더 좁은 구역을 보는 것이다. 우주 만물의 실체에 비해 인간의 눈은 극히 일부분만 본다.
▲ 가시광선전체 전자기파 중 가시광선 영역 ⓒ 네이버 지식백과
- 인간은 가시광선 파장대의 전자기파를 눈으로 받아들여 뇌에서 재 가공하는 과정에서 파장대별로 색상을 나눈다. 이와같은 가시광선 파장대는 전체 전자기파(감마선에서 라디오파) 중 극히 일부분을 차지한다.
* nm(nanometer)=mu(milli-mircron)
* 1nm(mu)=10억분의 1m=100만분의 1mm
- 또한 감마선과 라디오파까지의 파장대는 지구에 일반적으로 많이 포착되는 파장 대며, 우주 전체로 봤을 때는 이보다 훨씬 넓은 파장대가 존재한다.
또한, 실체에 비해 극히 미비한 시각자료도 뇌에서 정보화하면서 왜곡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앞에서 말한 선입견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범위 내에서 사물을 이해하려는 무의식이다. 눈으로 들어온 빛은 뇌에서 조합하여 일정한 형상을 만들어 낸다. 이때 효율적으로 뇌를 운영하기 위해 자주 경험하는 것들은 눈으로부터 들어온 원시자료를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미리 뇌는 만들어 놓는다. 각자의 프로세스에 따라 똑 같은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다.
▲ 소녀와 마녀보는 사람에 따라 어떤 사람은 턱선이 아름다운 소녀로, 어떤 사람은 음흉한 마녀로도 보인다 ⓒ 불명
이렇듯, 시각은 정보 습득에 편리하지만 실체를 명확히 파악 하는 데는 극히 제한적이고, 뇌에서 정보처리 단계 또한 불안정하다.
진실을 보고 싶은 자여 눈을 감아라
현 인류는 지금 인터넷이라는 획기적인 도구를 만들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실시간 적으로 교환하고 있다. 친구의 사생활부터 지구 반대편에 발생한 사소한 사건까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의 비만시대다. 대량의 정보에 뇌의 회로는 동맥경화에 걸려 효율이 급격하게 저하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새로운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망각이 일상화는 더 빠르게 진행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사건 초기에는 사라졌다가 몇 달 후엔 슬그머니 다시 활동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에게 망각이 없다면, 이별 등 아픔 기억을 간직한 채 엄청난 고통 속에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망각해야할 것이 있는가 하면, 잊지 말아야 할 것도 분명 있다.
그리고 최근에 정보의 양이 급증하고, 이를 활용하는 장비가 첨단화되면서,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치매와 건망증은 분명 차이가 있다. 건망증은 뇌 속에 기억되어 있는데, 뇌의 회로가 찾지 못하는 것이고, 치매는 머릿속에서 사라진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아침에 우산을 들고 나갔다가 전철에 놓고 내려 집에 왔다. 그때 아들이 "엄마 아침에 들고나간 우산은 어디에 놓고 왔어?"라고 물었을 때, "참 내 정신 좀 봐 전철에 놓고 내렸네."하면 건망증이고, "아침에 내가 우산들 들고 나가지 않았어."하면 치매다.
디지털치매라는 것은 스마트기기가 발전할 수 룩 머릿속에 넣고 다녀야 할 정보를 스마트기기에 담고 머릿속을 비우는 행위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뇌의 기억과 스마트기기의 정보가 단절되면, 치매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언제든지 뇌 속의 정보와 자신의 스마트기기 속의 정보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흘러넘치는 정보 속에서, 삶의 근간마저 잃어버리고 해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다 더 자극적이고, 보다 더 선정적인 화려한 영상들을 찾아 인터넷을 떠도는 젊은 영혼들. 영상이 화려하면 화려 할수록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는 더 피곤해 진다.
정작 알아야할 소중한 인생의 지표들은 화려한 이미지에 가려 보이지 않고, 설령 지표를 본다고 하여도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다. 당연히 급변하는 세상 속에 가치관은 쉽게 흔들린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치관이 쉽게 흔들리다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어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 전시소개어둠속의 대화 전시소개 ⓒ 어둠속의 대화
'어둠 속의 대화'를 체험한지 20여 일이 지났다. 20일이면, 480시간이고, 28,800분이다. 하지만 90분간 4개의 감각으로 체험한 기억은 오롯한데, 이보다 320배나 긴 28,800분 동안 오감으로 무엇을 체험 했나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 봐도 별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없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사건, 대한민국 대통령이 독일이 가서 뭔가를 했다는 거. 무인항공기 사건 등만 생각이 날 뿐.
인간도 동물이다. 모든 동물이 마찬가지지만 인간도 생존에 대한 본능이 그 무엇보다도 앞선다. 시각이 사라진 암흑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감각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 90%가량의 정보를 습득하던 시각기관을 상실한 상태에서는 촉각, 청각, 후각 등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자 처음에는 몸이 잔뜩 긴장했다. 정보의 90%가량 받아들이던 창을 닫았으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뿐, 청각 ․ 촉각 ․ 후각 ․ 미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들의 세포가 활발하게 깨어났다. 그동안 시각에 의존하며 안일하게 있던 신체의 모든 감각이 시각이 사라지자 '무슨 일인가?' 하고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손으로는 끝없이 무엇인가를 더듬었고, 귀는 로드마스터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발은 혹시나 턱에 걸려 넘어지지나 않을까 조심조심했고, 피부에 스치는 바람에 이곳이 어디인가 머릿속에 그려도 봤다.
시각이 사라지자 선입견이 사라졌다. 눈으로 먼저 보고 만져보고, 눈으로 먼저 보고 먹던 해위가 사라진 것이다. 선입견이 사라지자 본래의 모습, 진실을 만지고 맛보고 들을 수 있었다. 어둠 속의 진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그동안 잠자던 뇌 속에 보물처럼 각인되었던 거였다.
명작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빛이 난다. 명작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청소년 때 읽은 세계명작이 그때는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마음 속 깊이 공감하는 경우가 많듯이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선명해지는 대한 기억, 어둠 속의 대화도 명작이 아닐는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 어둠속의 대화 전시 현황어둠속의 대화는 30개국 160개 도시에서 700만명이 체험했으며, 어둠속의 대화 전시를 위해 시각 장애인 7,000명의 고용창출을 냈다. 그리고 특이한 내용은 체험자 전원이 5년 이후까지 전시경험이 상기된다는 내용도 있다. ⓒ 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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