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원순 시장, 기초공천 논란에 묻혀 안타까웠다"
[현장] '동반산행'으로 지방선거 지원 행보 본격화
▲ 박원순-문재인 "여러분 반갑습니다"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선대위원장 문재인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양도성 남산코스 산행 도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이희훈
오는 6·4지방선거 출마가 확실시 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의 동반 산행을 통해 사실상 첫 정치 행보에 나섰다. 지난 3일, 박 시장은 지방선거 출마를 오는 5월 초 공식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사법연수원 동기(12기)로도 알려진 문 의원과 박 시장의 동반산행은 12일 오전 한양도성에서 진행됐다. 문 의원은 이날 산행에서 "기초공천 논란으로 인해 상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 시장님이 묻히는 게 안타까웠다"며 "예전 첫 시장 때도 제가 출마를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에 'AS(애프터서비스)' 해야 할 책임을 느껴 여기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시장 당선 후 무상급식 등 복지는 크게 늘어나고 서울시 부채는 줄었다"며 "(박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구상하는 지방자치의 새 모델인 분"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산행이 끝난 후 식사 자리에서 "문 의원님과 문 의원 팬들이 저를 지지해주신다면 (재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말하는 등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문재인 "사진 값 하셔야 하는데..."
▲ 새정치민주연합 선대위원장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한양도성 남산코스를 함께 걸었다. 산행 중 박 시장과 문 의원은 사법연수원시절(12기)을 추억하며 같은 모습을 사진을 찍었다. 왼쪽 사진은 사법연수원 시절의 모습이다. ⓒ 이희훈
이들은 한양도성 남산코스(장충체육관-남소문터-팔각정-백범광장)를 함께 걸으며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외국인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문 의원과 박 시장을 발견한 시민들은 "힘내세요" "꼭 당선되세요" 등을 외치며 엿과 사과, 매실차 등을 건넸다.
문 의원은 시민들과 사진 촬영 후 "사진 값 하셔야 하는데"라며 웃으면서 박 시장 지지를 부탁했다. 산책길은 박 시장과 문 의원을 따르는 시민 100여 명으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박 시장은 산행 중간에 만난 뉴질랜드 출신 싸이먼(41)씨에게 "서울은 최고 도시"라며 "타요 버스를 아냐(Do you know tayo bus)?"고 물어 시민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나가는 이들도 "'타요' 시장"이라 외치며 지지와 연호를 보냈다. '타요버스'는 지난달 26일 서울시가 한시적으로 도입한 버스로, 최근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3시간가량 진행된 산행에서 박 시장과 문 의원은 주로 서울시가 지켜야 할 가치와 보존해야 할 문화재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 시장은 "우리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세계 최고의 도시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양도성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는 등, 서울에는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많다"고 말했다.
▲ 박원순 "아임 메이어, 두 유 노우 타요버스?"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선대위원장 문재인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양도성 남산코스 산행 도중 남산을 내려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외국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왜국인에게 "I`m a Seoul city mayor, Do you know TAYO bus?"라고 질문 하고 있다. ⓒ 이희훈
▲ 문재인 "어려운 일 박 시장에게 말씀하세요"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선대위원장 문재인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양도성 남산코스 산행 도중 등산로를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산행의 끝자락 무렵에는 지난 3월 공사가 재개된 회현자락 발굴현장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곳은 조선시대 한양도성, 일제 강점기 조선신궁, 안중근 의사 기념관, 분수대 등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현장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박 시장 측이 산행 코스를 한양 도성으로 정한 것에는 나름의 목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규제 완화'를 기치로 연일 개발·투자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유네스코 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오르는 등 한창 '복원'이 진행중인 한양도성을 방문한 것이 의미심장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일일 가이드로 참여한 사학자 전용우씨는 "많이 망가졌고, 방치되고, 잘못 복원되기까지 한 한양도성을 방문한 것이 의미 깊다"고 덧붙였다.
문 의원 "'박원순 흠집내기' 경계해야"
산행을 끝낸 박 시장과 문 의원은 점심식사를 함께 한 뒤 헤어졌다. 박 시장은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이 뭐냐는 질문에 "중앙·지방 정부 모두 '행정의 연속성'이 매우 중요한데 (시장 임기인) 4년이 너무 짧다"며 임기가 너무 짧은 점을 꼽았다. 그는 "10년 정도가 임기인 외국처럼, 한 도시의 정체성을 진득하게 확립하는 것도 필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최근 대대적으로 보도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등, 지방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시장을 흠집내기 하려는 시도들이 보인다"면서 "언론이나 국민들, 서울 시민도 각별한 경각심으로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비교적 낮게 나타난 지지율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 시장은 "저는 우리 시대의 비전과 열망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지난 2년 6개월 간 혼신의 힘을 다해왔고 지금도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다"면서 "저는 기본적으로 시민들에 대한 신뢰가 있다, 서울시민들께서 올바르게 판단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시민들 "박원순-문재인 화이팅!"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선대위원장 문재인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양도성 남산코스 산행 도중 남산 팔각정 앞에서 등산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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