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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장례식에 모인 가족, 집안 싸움을...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속 에릭 클랩튼의 대표작 'Slowhand'

등록|2014.04.14 11:22 수정|2014.04.14 11:43

▲ 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 우리네트웍스


아버지 장례식에 모인 가족은 쉴 새 없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비밀을 폭로한다. 가족이 분열되어가는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적나라하다. 관객 입장에선 불난 집 싸움을 옆에서 구경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존 웰스 감독의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들은 오히려 무난하다.

▲ 에릭 클랩튼의 '슬로우 핸드' ⓒ 유니버설 뮤직


영화 시작부터 낯익은 음악이 흐른다. '미스터 슬로우 핸드'로 불리는 거장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히트곡 '레이 다운 샐리(Lay Down Sally)'다. 거실 속 턴테이블에 걸린 레코드판은 이 노래가 실린 '슬로우 핸드(Slowhand)'라는 앨범이다. 1977년 작품으로 미국에서만 300만 장이 판매됐다.

앨범 '슬로우 핸드'는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이 수록되어 더 많이 알려졌다. 톱 트랙 '코카인(Cocaine)'은 한국에서 꽤 오랫동안 금지곡으로 묶였다. 제이 제이 케일(J.J. Cale)의 작품으로 라이브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곡이다.

영화 속에서 메릴 스트립이 흥겹지 않느냐고 묻는 '레이 다운 샐리'는 미국 차트 3위에 오른 히트곡이다. 고통을 분담하기도 하지만, 더 큰 고통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가족의 어두운 단면을 조명한 영화와 상반된 밝은 분위기는 뜻밖의 깊은 여운을 남긴다.

블루스와 컨트리가 조화를 이룬 '넥스트 타임 유 시 허(Next Time You See Her)', 블루스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민 올드 프리스코(Mean Old Frisco)'의 여유로움, 여성 보컬과 멜 콜린스(Mel Collins)의 색소폰이 동원된 '더 코어(The Core)'의 화려함, 느긋하고 부드러운 연주곡 '피치스 앤 디젤(Peaches And Diesel)'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슬로우 핸드' 앨범을 영화에서 활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슬로우 핸드'는 LP 세대의 평범한 가정집에 하나쯤 있을 법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레코드다.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은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완 맥그리거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따뜻한 위로나 소소한 감동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지만,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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