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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청 화단공사, 그리 아름답지 않은 이유

다산인권센터 "화단·구조물 설치, 집회·시위 원천봉쇄"... 수원시 "환경미화"

등록|2014.04.15 14:45 수정|2014.04.15 14:45

▲ 경기 수원시가 최근 시청 정문 앞 왼쪽 공간에 대형 화단과 구조물을 설치해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시는 환경미화라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는 시민들의 집회·시위를 막기 위한 의도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청 전경. ⓒ 김한영


경기 수원시가 최근 시청사 정문 앞 왼쪽 공간에 대형 화단과 구조물을 설치해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시는 환경미화라고 주장하지만 인권단체는 시민들의 집회·시위를 막기 위한 의도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4일 시민단체에 따르면 수원시는 지난 주말 오래전부터 사회적 약자와 시민단체들의 집회·시위 공간이었던 시청 정문 왼쪽 시정게시판 앞 일대에 대형 화단을 설치했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는 최근 철수한 해고노동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농성에 이은 또 다른 집회·시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앞서 버스회사인 경진여객에서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다 해고된 박아무개 노조위원장과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수원시청 정문 왼쪽 시정게시판 앞에서 "수원시가 경진여객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호소하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당시 박 위원장 등은 농성을 위해 경찰에 집회신고도 마쳤다.

그러나 농성 첫날부터 수원시의 대응은 강경했다. 농성자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비닐천막을 설치하자 용역업체 직원과 공무원 수십여 명을 동원해 강제 철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과 시민단체 관계자 2명이 다쳐 병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박 위원장 등 농성자들은 개인용 침낭 등에 의지해 농성을 이어오다 지난 9일 자진해서 농성을 접고 철수했다. 더 이상 수원시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수원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 주말 농성장과 주변 일대를 파헤치고 화단조성공사를 벌여 집회·시위 공간을 없애 버렸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다산인권센터는 발끈하고 나섰다. 수원시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인권정책을 펼치겠다"면서 지난해 11월 인권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을 겨냥해 문제를 제기했다.

"화단 설치는 집회 차단 위해 쉽게 사용하는 방법"

▲ 경기 수원시가 최근 시청 정문 앞 왼쪽 공간에 대형 화단과 구조물을 설치해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인권단체가 집회시위를 봉쇄하기 위한 의도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시청 정문 왼쪽 시정게시판 앞 화단 설치공사 현장. ⓒ 다산인권센터 제공


다산인권센터는 긴급 성명을 통해 "수원시가 농성장 자리에 화단을 새로 설치한 것은 일부 기업들과 행정관청들이 집회·시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쉽게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해고자,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찾아와 호소하는 게 그리도 눈엣가시였느냐"고 공박했다.

이어 "권력과 행정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불만과 호소를 하게 마련이고, 이를 보장하는 게 헌법에 명시된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라며 "인권의 가장 기본 원칙인 시민의 목소리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구조물로 막아 버리는 치졸한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서울 중구청이 지난해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서울 대한문 앞에 정리해고 희생자 분향소를 차려놓고 집회를 이어가자 이를 봉쇄하기 위해 집회 공간에 화단을 설치해 문제가 됐던 사실을 상기했다. 수원시와 서울 중구청 사례가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대한문 앞 집회방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같은 자리에 '집회의 자유 확인집회' 신고를 한 뒤 집회를 금지한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대한문 앞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가능구역'이란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수원시가 문제의 화단을 조성한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원천봉쇄하려는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규정한 뒤 "인권도시라는 게 부끄럽다, '사람이 반갑다'는 '휴먼시티' 수원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수원시 청사관리팀 관계자는 "시청사 정문 앞 일대의 화단조성은 환경미화 차원에서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해 왔던 사업"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들의 집회·시위를 막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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