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장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어렵다"
박승춘 "법령 근거 없고 논란 끝나지 않아"... 제창 불허 입장도 여전
▲ 박승춘 "주먹쥐고 부르는 노래 5.18 기념곡 안돼"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15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은 특정단체에서 주먹을 쥐고 민중의례 때 사용한다"며 "논란이 있어 5.18기념곡 지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희훈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기념곡으로 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야가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사실상 무시된 셈이다. 앞서 박 처장은 지난해 결의안 통과 후 "국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했기 때문에 기념곡 지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처장은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법령이나 고시, 행정규칙 등에 기념곡 지정에 관한 근거가 없다"라며 "따라서 5대 국경일, 46개 정부기념일, 25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과 관련해 기념곡 지정이 없고 애국가도 국가로 지정돼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주장과 똑같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재 법정기념곡으로 지정되어 있는 기념곡은 하나도 없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하나만 뽑아내어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법정지정곡으로 지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처장은 논란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그는 "5대 국경일의 경우 정부 의전편람에 특정곡이 아닌 기념곡 노래 제창이 명시돼 있어 3·1절 기념식에서는 3·1절 노래를, 광복절에는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면서 "여타 정부 기념일에는 기념일과 동일 제목을 가진 26개 기념 노래를 기념식에서 제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념일과 동일한 제목이 아닌 특정한 노래를 부르는 기념식은 6·10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4·3 희생자 추념식이 있으며 기념공연 때 합창단이 합창하고 부르고 싶은 사람은 따라 부른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박 처장은 "기념식에서 노래를 부르는 방식은 아직 이 노래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아 현재는 정부 관례대로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부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기념곡으로 지정할 근거가 없고, 제창을 허용할 선례도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은 물론, 제창까지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달 남짓 남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의 파행은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제창 불허 방침으로 '반쪽'으로 치러진 바 있다.
"정부기념식에서 주먹 흔들면서 노래하는 것은..."
▲ 강기정, 임을 위한 행진곡이 왜?5.18 기념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을 주장 해 온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기념곡 지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 이희훈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강기정 의원은 "질의할 가치도 없는 보고"라며 "국경일 또는 기념식 때 부르는 노래에 대한 지정절차가 없다고 했는데 이미 (기념곡을) 부르는 곳은 엿장수 맘대로 부르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이후 "조만간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될 것"이라며 퇴장했다.
같은 당 김영주 의원 역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민주화를 상징하는 뜻 깊은 문화유산"으로 표현한 <중앙일보> 사설을 인용하면서 기념곡 지정을 재촉구했다.
그러나 박 처장은 "보훈처는 이 노래를 한번도 안 부른 적 없다, 다만 부르는 방식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 때 달라졌는데 그럴만한 이유 있다는 걸 이해해주시라"라며 재차 기념곡 지정 및 제창 여부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야가 기념곡 지정 결의안을 처리했는데 왜 지정하지 않고 있냐"고 따져 물었을 때도 "(국회의) 결의안 처리 이후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 관련)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라며 "최선을 다해서 추진했는데 추진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고 논란이 돼 정부로서는 어려운 입장에 있다"고 답했다.
정부와 보훈처가 이 문제를 대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인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사례로 봐서는 안 된다"라며 "동서화합을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고 하면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역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에 대해 국민통합적 관점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했다. 강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지속된 관행인데 갑자기 바뀐 데 무슨 일이 있느냐"라며 "(제창 금지는) 너무 단선적으로 보훈처가 접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정부기념식에서 주먹을 흔들면서 노래를 부르는 게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 제기됐고 특정단체에서 민중의례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라 정부기념식에서 부르는 게 적절치 않다는 문제가 제기돼 방식이 바뀐 것"이라며 "다른 보훈단체에서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므로 보훈처가 무시하거나 간과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또 "5.18 단체나 재단 쪽에서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우리 호국보훈안보단체의 생각이 차이가 있으니 조율해서 해결책을 모색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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