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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위로의 말 전한다" 가족들 "보여주기 식이냐"

[현장] 박 대통령, '세월호 침몰사건' 실종자 가족 모인 진도군실내체육관 방문

등록|2014.04.17 19:20 수정|2014.04.18 11:06

박근혜 "해양경철청장님 답변하세요"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듣던 중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박근혜, 똑바로 해라!"
"보여주기 식으로 왔나. 우리 애들 건지러 왔나!"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세월호 침몰사건'의 실종자 가족이 머무르고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을 찾았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돌아갔다. 박 대통령은 체육관을 입·퇴장할 때 실종자 가족들에 둘러싸여 통행에 장애를 겪었으며, 연단에 오른 박 대통령 앞에서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체육관을 찾은 박 대통령은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무슨 말씀을 드려도 (실종자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가족 분들의 마음은 답답하고 애가 타실 것"이라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약 30분 동안 체육관에 머문 박 대통령은 "지금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애가 타고, 참담하시겠지만 희망을 잃지 마시고 구조 소식을 함께 기다려 주시길 바란다"며 "현장을 찾아 여러 소식을 정확하게, 빨리 알려드리라고 당부를 했다"고 덧붙였다.

체육관을 방문하기에 앞서 오후 1시 박 대통령은 세월호가 침몰된 사고 현장을 찾아 수색 현장을 점검했다.

박 대통령, 부모·오빠 실종 6세 아이 소식에 "아…" 탄식도

박근혜 "실종자 가족 돕겠습니다"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피해 가족들들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희훈


박 대통령이 직접 체육관을 찾아 위로를 했지만 실종자 가족의 울분은 가라앉지 않았다.박 대통령이 "잠수부를 포함한 현장의 인력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달해달라고 말했다"고 말하자 연단 맨 앞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은 "명령을 해달라고요, 명령을"이라며 항의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그게 바로 명령입니다"라고 답했지만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지금까지 다 거짓말이었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 대통령과 함께 체육관을 찾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발언을 할 땐 심한 욕설과 고성이 들렸다.

김 청장이 현재 구조 상황을 설명하며 "지금까지 발표된 대로 잠수부 500여 명을 투입해서"라고 말을 끝맺기도 전에 체육관이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로 가득찼다. 일부 가족들은 일어나 손가락질을 하며 "내가 다 봤다, 무슨 500명이냐"고 소리쳤다.

이어 김 청장이 "배에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 진입로를 확보하는 중"이라고 말하자 가족들은 "사고난 지 하루가 지났다" "니가 젤 나빠, 이 XX야"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한 남성은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빠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로 부모와 오빠의 생사여부를 알지 못하는 6살 여자 아이의 사연을 듣고는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의 친척이 연단 바로 앞에 앉아 "이 아이가 사고로 부모와 오빠를 잃어버렸어요"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아…"하고 짧은 탄식을 뱉었다.

실종자 가족 면담을 마치고 체육관을 빠져나가는 박 대통령을 향해서는 "살려주세요" "가지마세요"라는 실종자 가족의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약속 믿을 수 없다" 항의에 "안 지켜지면 관계자 다 물러나야"

실종자 가족 요구사항 듣는 박근혜 대통령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피해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 하도록 모든 분들에게 부탁을 했다"며 "지금 심정이 어떤 의로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애가 타고 한순간 한순간 참담하시겠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구조 소식을 함께 기다리시기 바란다"고 위로했다. ⓒ 유성호


이날 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위로한 박 대통령은 ▲ 사고 현장을 체육관에서 생중계 할 것 ▲ 원하는 가족에게 신속하게 실종자 명단을 공개할 것 ▲ 사고 현장 상황을 시시각각 실종자 가족에게 전할 것 ▲ 사고 원인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엄벌 ▲ '실종자 메시지' 출처 확인 등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껏 사고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만 봐 왔다"는 한 남성의 토로에 "화면으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상황판과 화면을 준비해 달라"고 이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어 "수색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잘 안 됐으면 왜 잘 안 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누구보다도 가족 분들이 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또 박 대통령은 "원치 않는 분들도 있지만, 실종자 전체 명단 공개를 원하시는 분들이 원하시면 내용을 신속하게 알려드릴 수 있어야 한다"며 "가족들이 아주 편리하게 실종자 명단을 알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해수부와 해경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항의에 박 대통령은 "그럴 리가 없다"며 "만약에 오늘 한 이야기가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해수부, 해경) 분들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사회를 본 실종자 긴급대책위원회 관계자가 "마지막 질문"을 요청하자 한 남성이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굽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당연히,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죠"라고 답했다.

경호원에 둘러싸인 박근혜 대통령'세월호 침몰사건' 이틀째인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에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 실종자 구조와 향후 대책에 대해 설명한 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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