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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가 늦으면 우리가 마중갈게"

18일 밤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기도

등록|2014.04.19 14:30 수정|2014.04.19 14:30
18일 밤 8시,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정에서는 700여 명의 학생들 모여서 우리 친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며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촛불을 밝혔다. 18일은 친구들이 2박3일의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다. 우리는 마중을 나와 기다렸지만, 친구들이 늦어진다.

IMG_1_집회친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편지를 쓰고 읽는 단원고생들 ⓒ 라영수


안산시민들 그리고 각 사회단체들도 학생들과 아픔을 같이하며 밤을 밝혔다.
학생들은 편지를 쓰고 같이 읽어갔다.

'선생님 이제 공부시간에 자지도 않고요, 말썽도 안 피울게요. 꼭 돌아오시는 거죠?'

'2학년 후배들아, 선생님분들, 다 살아계신 거 알아요. 제발 버텨주세요. 믿어요. 기다릴게요'

'쌤 사랑합니다. 꼭 돌아 오세요'

IMG_2_편지읽기쌤과 친구들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편지를 같이 읽고 있다. ⓒ 라영수


IMG_4_돌아와요 산생님교무실 문에 붙여놓은 쌤을 기다리는 편지들 ⓒ 라영수


싸늘한 시체로 먼저 돌아온 친구들은 안산 고대병원과 시내 몇 개의 병원에 나누어 빈소를 차려졌고 병원마다 어둠속에 침묵의 조문객들이 줄을 잇는다.

아직도 273여명이나 되는 친구들의 생사는 알지 못한다. 

▲ 조문하러온 학생들 ⓒ 라영수


학생들과 시민들 모두의 가슴을 찢는 이런 일이 왜 생겨야 하나?

나라의 큰 환란이 일어났으나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책이라도 세워져 선진국 다운 수습이 되어야 되지 않는가? 

눈물로 앞이 가려진 학생들의 가족, 비통에 잠긴 시민들을 앞에 두고 책임회피 만 하는 관계당국, 배에서는 사법권까지 가지는 자가 승객들이 죽던지 말던지 저 혼자 살겠다고 먼저 도망치는 선장과 승무원들, 이러한 작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가의지' 부재를 또 한번 확인하는 슬픈 계기이다.

더 끔찍한 상상이나,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누가 나라를 지키고 누가 뒤를 바쳐줄 수 있겠는가?

'여러분들은 동요하지 말고 나라를 지키라' 하고 세월호 선장처럼 국가권력을 가진자들은 국민이 맡긴 권력과 재력을 이용하여 먼저 도망치고 말 것이 아닌가? 역시 민초들이 나라를 지키고 다시 세워나가는 슬픈 우리역사의 반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편지 낭독이 계속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학생들은 누구할 것 없이 모두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아직도 친구들은 돌아오는 기미가 없다.

이 슬픔 속에 강 교감성생님 마저 이 비극의 모든 책임을 지고 진도체육관 옆 산에서 생명을 끊어 먼저 가는 학생들과 함께하기로 한 소식이 전해져 흐느낌은 통곡으로 변하고 말았다.

IMG_8질서있게 진도행 버스로 향하는 학생들 ⓒ 라영수


'니가 늦으면 우리가 마중 갈게'

모임을 마치고 나서 기다리고 기도만 할 수 없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무너지는 억장을 쓸어안고 준비된 버스에 올라 밤늦게 진도를 향하였다.

IMG_6_빈소안산고대병원(상)으로 돌아온 친구들의 빈소 ⓒ 라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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