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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의원에 명예훼손 당한 대구시민 "황당"

[인터뷰] 밀양송전탑 반대 활동 권숙례씨 "진도에 간 적도 없다"

등록|2014.04.22 19:45 수정|2014.04.22 19:45
대구경북탈핵연대 회원인 권숙례(대구)씨는 "진도에 간 적도 없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권씨는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렇게까지 해 분열을 조장해서 그들이 얻는 실익이 무엇이냐"며 "남의 아픔을 들추어서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은 끊어야 한다는 뜻에서 경찰에 진정을 냈다"고 말했다.

권씨는 일부에 의해 진도 해상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으로 지목됐다.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던 시민이 이번에는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반정부 목소리를 내도록 선동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는 며칠 만에 허위사실로 드러났다.

권씨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경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지난해 10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가 구속되었을 때 권씨는 대구경북탈핵연대 등 단체와 함께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 "진도 해상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으로 행세하며 선동했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어 피해를 본 권숙례(대구)씨가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사진은 권씨가 참석한 기자회견으로 누군가 이 사진을 합성해 유포했다. ⓒ 밀양송전탑대책위


그런데 누군가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하던 사람이 이번에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하는 선동꾼'이라며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 사진은 합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권씨가 지난해 10월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했던 모습과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항의 장면을 누군가 합성한 것이다.

새누리당 권은희 국회의원(대구북구갑)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며 공무원들 뺨 때리고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선동하던 이들, 학부모 요청으로 실종자 명찰 이름표을 착용하기로 하자 잠적해버린 이들, 누구일까요"라며 이 사진을 실었다. 그 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권 의원은 사과했다.

다음은 권숙례씨와 전화로 나눈 일문일답.

- 이번에 진도에 간 적이 있느냐.
"간 적이 없다.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진도에 간 적도 없고 전혀 연관도 없는 사람이다."

- 밀양 송전탑 반대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핵발전소를 반대한다. 밀양 할머니들이 힘들게 싸우고 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나섰다. 오늘도 밀양 부북면 위양리 화악산에 있는 127번 철탑 예정지의 움막 농성장에 다녀왔다."

- 자신의 모습이 합성된 사진이 SNS에서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에 어떻게 알았나?
"지난 19일이었다. 저는 페이스북 계정만 해놓고 별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합성 사진이 올라왔다고 해서 알았다, 그 사람이 사진이 올라와 있는 몇 군데 사이트 주소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어서 보게 되었다. 대구에 사는 다른 분이 합성된 사진의 두 얼굴이 다른 사람이라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인터넷에서 '밀양'이거나 '진도 선동 아줌마' 등으로 검색해 보아도 사진이나 글이 나왔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악용되나 싶었다."

- 합성된 사진은 지난해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 모습인데?
"지난해 10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공권력이 충돌했다. 경주환경연합 활동가가 경찰에 연행되었는데 연행 자체가 부당했다. 그래서 대구경북탈핵연대 등 단체들이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어 참석하게 되었다. 그 날 가족들이 갔는데 딸도 사진에 찍혔다. 언론사에서 찍은 사진을 오려서 합성한 것이다."

- 권은희 국회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려서 더 말이 많은데?
"저는 그 분이 누군지 모른다. 누군가 말을 해주어서 검색해서 보았다. 읽어보니 황당하더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퍼날랐더라. 권 의원은 여당 국회의원이고 공인이다. 권 의원이 올린 글은 서너 시간 정도 노출되어 있었는데 그 때까지 78명이나 '좋아요'를 했더라. 댓글도 보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느냐'며 악의적인 내용이었다. 국회의원이 그같은 글을 올려 사실인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 내용이 지인한테서 퍼왔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닌 허위로 밝혀진 이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 경찰서에 진정서를 넣은 이유는?
"21일 경찰서에 진정서를 넣었다. 권은희 의원을 포함해서 인터넷 사이트와 카페, 블로거 등에 올라와 있는 것까지 합쳐 총 18건을 문제 삼았다. 허위사실 유포로 진정했다. 경찰은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의 입증 책임을 진정인이 져야 한다고 하더라. 변호사와 자문도 하고 있다."

-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하고 싶은 말은?
"사회통합과 화합을 외치는 분들이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쏟아내는 글과 말들 때문에 상처를 입거나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적 어려움에다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까지 해서 분열을 조장해 그들이 얻을 실익이 무엇인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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