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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태안 새누리당 공천 경선 룰 싸움의 자화상

[기자수첩] 작지만 큰 정치의 의미

등록|2014.04.24 10:09 수정|2014.04.24 10:25
매끄럽지 못한 전주곡을 이어가던 새누리당 서산시장·태안군수 공천룰.

음색은 거칠고 음조가 꼬였다. 박자도 엇박자다. 그래서 객석은 불안하다. 지휘자의 손짓에 객석의 시선이 멈춘다. 술렁이던 객석은 텅 비어가고 있다.

한동안 우리 사회는 갑과 을의 관계로 떠들썩했다. 갑과 을은 분명 존재한다.

새누리당 서산시장·태안군수 공천 과정이 이와 꼭 닮은 꼴이다. 그렇지만 착각해선 안 될 일이 있다. 정치판의 갑은 유권자의 몫, 민심에 기초한다. 정치공학, 학습 효과를 통해 우리 역사가 그것을 기록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온 국민은 차디찬 진도 앞바다에서의 기적을 위해 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생환의 기적은 아직까지 없다.

지난 16일부터 우리 사회 전체는 하던 일을 멈추고 기적을 염원한다. 각국의 정상들과 세계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 서산시장·태안군수 일부 출마자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국가적 재난사고에 온 국민이 생환의 기적을 염원하고 있건만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정치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지각없는 행보에 정치적 목적을 위한 무리한 행동이란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날카로운 비난에 새누리당 표심이 달아난다고 아우성이다.

지난 17일 서산·태안 기초의회 이상 공천신청자 30여 명은 관광버스를 타고 서울 중앙당을 집단 항의 방문했다. 아무리 정당한 이유일지라도 나라가 초상집인데 집단 상경이라니 발상이 문제다. 시의적절치 못했다. 여론의 몰매를 자초한 셈이다.

정작 상경한 30여 명 중 자의에 의해 서울행을 한 인원은 몇이나 될까?

이날 오후 8시경 황영철 의원 등 중앙당 공심위 3명은 서산당협 사무소로 서울행 불참자 면담을 위해 출장을 왔다고 한다. 진도 사태를 마다하고 서산까지 출장을 올 만큼 시급한 사정이었을까 하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이들의 행동도 진중치 못했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분명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떠나 지금은 자신의 이익을 좇는 일은 잠시 미뤄두는 게 이치에 맞다.

최소한 국가적 재난사고에 나 몰라라 하는 부끄러운 정치인은 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산시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낸 김한중 후보는 세월호의 비보를 애도하며 지난 17일 선거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그는 무질서한 선거 보 현수막도 자진 철거했다.

새누리당에 외치고 싶다. 김 후보와 같은 작지만 큰 행동을 배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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